결국 코미의 증언은 트럼프 백악관을 뒤흔들 정도의 고성능 폭탄은 되지 못했다. 탄핵으로 치닫게 한 빌 클린턴 때의 ‘블루 드레스’나 리처드 닉슨 때의 ‘백악관 녹음테이프’ 같은 결정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본격 시작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에서 ‘결정적 한방’이 나오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게이트의 위기에서도 일단 살아남은 셈인데, 워싱턴 정계 일각에서 대두되는 화두 하나가 흥미롭다 : “공화당은 트럼프를 ‘언제’ 버릴까”
‘트럼프 버리기’를 기정사실로 보면서 그 시기를 점치는 듯하다. 트럼프 지지·반대를 떠나 대부분의 공화당 정치가들이 트럼프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떠도는 루머이기도 하다.
지난주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의 상원 청문회 증언 후 공화당 의원들의 반응에서도 트럼프 불신의 분위기는 역력했다. 공화당을 코미 청문회 결과 ‘패자’의 하나로 꼽은 온라인매체 복스는 그 이유로 코미를 공격하기도, 대통령을 엄호하기도 마땅치 않은 공화의원들의 불편한 입장을 꼽았다.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부른 코미의 표현에 아무도 반격을 가하지 않았다.
리처드 버 정보위원장은 코미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추켜세웠고 수전 콜린스는 트럼프가 코미에게 (러시아 스캔들 수사 대상인) 마이클 플린에 대해 말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린지 그레이엄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도 ‘사법방해’까지는 아니라면서도 ‘부적절한 행위’였다는 비난을 덧붙였다.
압권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트럼프를 위한 황당한 변명이었다 : “대통령은 이런 일에 낯설다. 정부일이 처음이라 FBI와 백악관 사이에서 오래 동안 정립되어온 규범에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 라이언 자신도 ‘용납될 수는 없다’고 시인한 궁색한 변명이 미국의 최고지도자를 졸지에 판단력 없는 미숙한 리더로 폄하해 버리고 만 것이다.
어쨌든, 모두가 ‘트럼프의 거짓말’에 대해선 언급 자체를 피해갔다.
하긴 지난달 트럼프가 코미를 해임했을 때도 52명 공화당 상원의원 중 12명만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결정을 옹호했다. 15명은 비판했고 나머지는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분석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의 보도다.
왜 공화당 의원들 중 상당수가 자당 대통령 옹호에 나서기를 주저하는 것일까. 변호사 출신의 해설가 딘 오베이달라는 트럼프에 대한 충성을 보였다가 “내년 중간선거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까 우려되고, 더 나아가서 공화당의 의회 주도권 상실을 초래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CNN에 실린 기고를 통해 분석한다.
실제로 한 2선 공화의원은 유권자들과 만난 후 이렇게 전했다. “트럼프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 트윗에 내가 책임을 져야하는 듯 했다. 많은 공화의원들이 트럼프호와 함께 침몰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2018년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중간평가다. 과거 집권당은 대부분 중간선거에서 패했으며 잃은 의석수는 대통령의 지지율과 반비례했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50%이하로 떨어지면 평균 하원 40석을 잃었다. 현재 민주당은 24석만 늘리면 다수당이 될 수 있다.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의원들의 ‘충성’을 좌우하는 것은 코미 증언 내용의 진위가 아니라 그로 인한 지지도의 등락이며, 그 등락에 좌우되는 표심의 향방이다. 이어지는 언론의 폭로와 의회 조사에도 끄떡없는 트럼프 표밭의 열기를 주시하며 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은 삼가고 있는 것이 또 한편 공화당의 분위기다.
트럼프 공개비판의 기수인 존 매케인과 린지 그레이엄도 비판의 말을 의회 표결에서 반대투표라는 행동으로 이어가지는 않는다. 자칫 정치적 자살골이 될까봐 조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버리기’가 정치적으로 이롭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은 어느 시점일까. USA투데이의 중도파 정치해설가 브루스 바틀렛은 트럼프의 지지도가 계속 더 하락할 때, 코크형제 등 큰손 기부가들이 자신들의 장기적 목표달성에 트럼프가 해가 된다고 결론지을 때, 이번 가을이 지나 공화당 여론조사가들이 자신의 고객인 공화후보에게 “트럼프 배에서 내리라”고 경고할 때 등을 가능한 시점으로 꼽고 있다.
코미 증언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으면서 관심은 특검을 향하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에서 무엇을 더 알아낼 것인지, 그 결과에 따라 공화당 의회의 입장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일부 민주당의원들이 탄핵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코미 증언으로는 탄핵 근처에도 못 갔다는 것이 복스의 분석이다. 탄핵은 법정에서 좌우되지 않는다. 시작부터 끝까지 ‘정치적’ 사안이다. 대통령의 중대한 범죄 증거가 확실하게 드러난다면, 집권당 의원의 상당수가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반대할 만큼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다면 그때서야 가능해진다. 현재처럼 토픽이 당파적으로 머무는 한 탄핵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트럼프의 퇴진은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의 선택에 달렸다는 뜻이다. 믿기 힘든 이 대통령과 함께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정치적 자살이 되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하는데…행정·입법·사법의 전권을 장악하고도 공화당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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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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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공화당 트럼프는 서로 못믿는 관계.. 동상이몽하고 있는 기회주의자들이지요. 잘나가면 내편 망하면 등돌리는 사이 참 좋은 사이예요
중간선거까지 가야 할겁니다.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리는게 인간의 속성입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대패 할때까지는 지금 처럼 눈치 보기만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