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회 리틀 워싱턴 선발대회 참가 후기
가정의 달인 5월은 언젠가부터 내겐 일년 중 참으로 바쁜 달이다. 아마도 쌍둥이 아들들이 프리스쿨을 다니기 시작한 시점부터 더 바빠진 것 같다. 마더스 데이에, teachers appreciation day며, 학년이 끝나가기도 하니까. 10년동안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스트레스 받아가며 다니던 직장을 쌍둥이를 가지며 그만두게 되었기에, 집에서 살림하는 엄마로서, 현재 내게 주어진 잡인 아이들 교육에 최선을 다 하는 것만이 시간을 보람되게 보내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최선은 학교에서 워킹맘들이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발런티어를 최대한 많이 하며 봉사하고, 최대한 아이들과 많은 책을 읽고, 최대한 아이들과 밖에서 놀아주고 많은 경험 쌓기이다.
그러던 오월 중순 어느 날, 아는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리틀 워싱턴 선발대회가 5월 19일에 열리는데, 올해는 이미 늦었을 테지만 내년에 한 번 핸섬한(?) 쌍둥이들도 참가해 보면 어떻겠냐고 말이다. 아들밖에 없는 나는 사실 속으로 미스코리아니 뭐니 하는 대회는 주로 여자 아이들을 위한 거란 선입관도 있었고, 한편 이 참에 아는 동생 딸래미 대회 응원해 주러 가야지 하고 신나던 참이었다.
올해부터는 처음으로 남자 어린이들도 리틀 워싱턴 선발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회 날짜도 일주일 채 남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은 장기자랑 준비도 꽤 했을 것인데, 무엇을 할 것이며, 제대로 된 수트 한 벌도 금방 금방 크는데 싶어 안 사입힌 나로서는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쇠뿔도 단 김에 뺀다고 얼떨결에 지원서를 내 등록하고, 장기자랑에 연주곡 하나씩 얼렁뚱땅 연습시키고, 더 웃긴 것은 중고 샵에서 아주 저렴하게 재킷 2벌을 구입해서 대충 손으로 수선해 보니 그럴싸해 보이기까지 했다.
결론은 할까말까 하는 일들은 일단 하는 것이 후회가 적다는 나의 믿음을 백 배, 천 배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된 정말 멋진 추억거리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올해 7살이 된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해 주어서 수상도 했지만, 그 외에도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 준 소중한 계기가 됐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석사과정부터 유학을 오게 된 나는 동포이던 남편을 만나 미국사회에 정착하게 되면서부터 이 곳에서 살게 된 이상, 동포들 뿐만아니라 이 곳 사회 주류 이웃들과도 즐겁게 교제하고 또한 아이들이 뿌리를 잊지 않도록 잘 교육해야겠다는 강박관념(? )을 항상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가톨릭 신자인 나와 가톨릭 초등, 중학교에서 교육받으면서 좋은 경험과 추억을 가진 남편의 영향으로 아이들 역시 가톨릭 학교에 보내게 됐다. 그런데 전교생 중에 한국 가정은 참으로 귀해서 아이들이 한국 문화에 노출되는 정도가 내가 바라던 것보다 훨씬 적어, 늘 목마르던 터에 여름 방학 중에 한글 학교를 보내는 것이 유일한 한글 공부가 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학기 중엔 팀스포츠를 열심히 하고 있어 주말에는 게임 스케쥴이 겹쳐 한글 학교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대회가 끝나고 2위라는 예상 외의 큰 상을 받은 우리 아들은 며칠 후 이렇게 얘기했다.
“엄마, 내가 만약에 한국어로 저는 000입니다. 올해 7살이고, 어느 학교에 다니며 우리 가족은 이러 이러 합니다… 라고 했으면 내가 1등했을까?” 라고 말이다.
사실 우리 애들이 올 여름방학에 다닐 한글학교에서 더욱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힌트를 준 점도 있지만, 지나간 대회를 다시 되돌아보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아들을 보며, 한편으론 더 열심히 한글공부와 대회 준비를 시키지 못한 엄마로서의 미안함과 아울러 참으로 감사한 대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싱턴 한인 동포사회에 이런 대회가 있다는 소식을 아이들을 이뻐해 주시는 학교 welcoming director와, 아이들 홈룸 선생님들과도 함께 나누었다. 사진과 기사 링크들과 함께. 또 칭찬도 많이 받으며 한국인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대회에 출전하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드는 즐겁고도 바쁜 5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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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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