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넘게 요가를 하며 배운 제일 큰 교훈은 ‘Listen to your body‘이다. 몸이 나에게 계속 싸인을 보내는데 그 소리를 듣지 못해 나중에 큰 탈이 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상호작용을 하니 마음의 소리가 몸을 통해 나타나는건 당연할거다.
파트타임 상담사에서 풀타임 소장으로 옷을 갈아입는 건 상담 외에 홍보와 관리 등 여러 모자를 번갈아 쓰는 일이다. 일이 다양해진 만큼 나의 부족한 면을 자주 깨닫고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그러나 책임에 따른 스트레스가 과중해지면서 지난 겨울부터 몸에 자꾸 싸인이 나타났다. 주중에는 정신없이 일하다 주말만 되면 시름시름 기운이 없고, 춥지도 않던 지난 겨울에 왜 그리 감기가 잘 걸리던지…
직장에서 느끼는 업무의 과중함 위에 개인적인 힘든 일이 겹치면서 올해 봄은 꽃이 피는지 지는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삶의 주인이 되어 매일의 삶을 꼭꼭 씹으며 Here & Now를 살자’고 글을 쓰고 내담자들을 위로하던 내가 어느새 과중한 스트레스와 업무에 짓눌려 ‘먹고 자고 일하고’를 반복하며 시간의 노예로 끌려 살고 있었다. ‘가장 잘 쓴 글은 삶과 글이 일치할 때’라고 말하던 어느 글쓰기 강의가 떠오르며, 쓰고 있는 글처럼 현재를 살지 못하는 내 모습이 사람들을 속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던 3월 말쯤 ‘이젠 더 견딜힘이 없구나’라는 버거움이 쓰나미처럼 나를 엄습하더니 가슴을 죄는 통증과 공황장애 같은 압박이 느껴져 사무실 창문에 잠시 기대어 눈을 감고 스스로의 상담사가 되어 깊은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반복했다. 그러면서 ‘아! 이제는 멈춰서 쉬어갈 때라고 몸이 말 하는구나’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났다. 가끔씩 접하는 40-50대에 병으로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는 슬픈 소식들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어느 지인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다가 오십에 난소암 판정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이 ‘나 이제 쉬는구나’였다며 자발적인 쉼에 격려를 해준다.
돌아보니 9년전 상담대학원에 입학한 이후 애들 챙기며 살림하며 일하며 힘든 대학원 공부까지 정말 앞만 보고 쉬지 않고 달려왔다. 졸업 후 바로 가정상담소에 일자리를 얻어 지난 5년 동안 상담과 여러 세미나와 짬짬이 글을 쓰면서 즐거운 마음에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다. 마음이 살아있고 지치지 않는 상담사가 되려고 요가와 등산으로 셀프케어(self-care)에 힘쓰며 버텨왔는데 그것도 한계에 닿은 듯했다. ‘이제는 멈춰설 때’라고 몸이 내게 계속 싸인을 보내온 것이다.
마흔에 상담공부를 시작하고 하고 싶던 일을 맘껏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제는 정신없이 달려오던 중거리 달리기를 멈추고 숨을 고를 시간이다. 얼마 전 출간된 책 ‘아들아,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처럼 이제는 내가 잠시 쉬어가려 한다. 쉴 때라고 깨달았을 때 쉴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에 또한 감사하다. 생계를 책임진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들어서 쉬지 못하고 일하는 내담자들과 독자들을 생각하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바쁘단 핑계로 책이나 공부를 통한 인풋(input)이 없이 마냥 퍼내기만 했으니 이제는 비어진 마음과 지식의 탱크를 채울 시간이기도 하다. 여름방학에 집에 돌아온 아이들이 영영 내 품을 떠나기 전에 그동안 못했던 엄마 노릇도 하고픈 욕심이 생긴다.
하늘의 명령을 아는 나이, 지천명을 코앞에 두고 ‘내가 이 땅에 살면서 남기고 갈 작은 흔적은 무얼까’ 돌아보게 된다. ‘가정상담소 칼럼’은 로욜라 대학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조탁현 상담사가 바통을 이어 계속 유익한 상담 글을 나눌 것이다. 천천히 느리게 살면서 작은 깨달음이 마음을 때릴 때 가끔은 이곳에서 사랑하는 독자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재충전 후 돌아와서는 내가 사랑하는 일, 작은 방에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일에 전념하고 싶다. 지난 4년 동안 부족한 글을 가슴으로 읽고 공감해주고 사랑으로 격려해준 독자들과 지인들에게 깊은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counseling@fccgw.org
<
모니카 이 심리 상담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