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 그것도 유한책임회사(LLC)인 가족회사 수장의 경험밖에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생활 첫 4개월 플러스 동안 전대미문의 해괴한 일들이 빈발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중 심각한 것으로는 극비사항의 비밀누수 현상이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직전부터 자기선거 진영과 러시아의 관계를 파헤치려는 미국의 정보수사 기관들에 대해 나치와 다름이 없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그런 조직들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을 분개시킨 것이 그 같은 누수현상에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또 이슬람교도들을 차별대우하는 트럼프의 행정명령과 그처럼 미국 국익에 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의 다른 조처들에 의구심을 갖는 직업 관리들이 백악관의 미숙한 정책입안 과정을 신문기자들에게 비밀리에 제공하는 현상도 있다. 그에 더해 스티브 배넌 트럼프 전략가, 프리어스 백악관 비서실장 그리고 이방카 부부 등 백악관 내부세력들의 권력투쟁 가운데서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정보제공이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워싱턴 포스트의 한 기사는 백악관의 익명 소식통들을 삼십여 명이나 인용했다.
그런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대로 트럼프 자신이 중대 기밀 취급에 있어서 올바른 본을 못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5월 10일 미국 미디어는 철저히 배제한 가운데 러시아의 관영통신 타스 사진기자들만의 촬영이 허용된 롸브로흐 러시아 외상 그리고 키스리악 러시아 대사와의 회의가 있다. 그 회의에서 트럼프는 미국 한 우방이 ISIS에 대해서 제공한 비밀사항을 자랑스럽게 떠벌였다는 사실이 미국 미디어에 의해 보도되었다.
문제는 그 우방의 비밀첩보원이 ISIS 본부에 잠입한 결과 취득한 정보였기 때문에 그 첩보원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정보수집이 막힌다는데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라서 비밀해제를 명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 백악관의 입장이지만은 몇 일전 이스라엘을 방문한 트럼프가(그 우방이) 이스라엘이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을 때 네탄야후 수상의 어정쩡한 표정이 시사하는 바 크다.
그리고 그 러시아 고관들과의 희희낙락 하는 대화에서 트럼프가 “내가 막 FBI 수장을 해고했어요, 그는 미친 자에요”라 하면서 “나는 러시아 때문에 큰 압력 아래 있었는데 그게 없어졌어요”라고 했다는 속기록이 뉴욕타임스에 제공되어 기사화 되었다. 그 삼인 회동의 내용이야 말로 아는 사람이 몇 안될 터인데 뉴욕타임스에 대서특필되었으니 트럼프가 대경실색할 만도 하다. 그가 공황장애를 경험할 수 있는 첫 이유로는 그의 말이 사법절차 방해의 증거로 해석될 수 도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트럼프의 무절제한 언사의 또 하나는 4월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극비 사항이어야 할 미국 핵잠수함 두 척의 한국 해역 활동거점을 떠벌였다는 보도이다. 또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처럼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거쳐서 NATO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트럼프가 25일에한 연설도 손가락질 대상이 되고 있다. NATO의 28개국 정상들이 모여 미국 9.11사변 때의 불탄 건물잔해의 일부와 동·서독을 갈랐던 베를린장벽의 한 조각을 나토 본부에 설치하는 기념식 연설에서 트럼프는 23개의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증가에 인색하다는 돈 얘기에 치중해서 기념식에 늘어선 여러 정상들의 눈에 띠는 냉소를 TV 카메라가 방영했다. 9.11 사변 때 나토 맹방들이 나토 조약 제 5조항에 의거하여 미국을 돕기로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하여 오늘날까지 이른 것을 화답하려면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 중 한 나라를 러시아가 침입하는 경우 미국이 나토 편에 설 것이라는 언질을 줄 것으로 기대했던 정상들이 대단히 실망했다는 분석이다. 그 정상회담 직전에 발생한 영국 맨체스터의 테러사건을 둘러싸고도 미국 측의 분별력 없는 기밀유출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영국경찰과 첩보기관이 비밀유지를 전제로 미국정보기관에 테러범의 신원과 폭발물 파편 등의 사진자료를 제공했던 바 거의 실시간에 뉴욕타임스에 그 내용이 전해져서 온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그 테러범의 공범들과 테러지원 인물들을 추적하는 것이 뉴욕 타임스의 기사로 방해되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메이 영국수상이 대노하였음이 이해가 된다. 비밀을 전제로 미국에 제공되는 정보가 계속 비밀로 유지되어야만 한다고 메이 수상은 심각한 표정으로 강조한다. 미국으로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영국첩보기관들이 맨체스터 테러사건에 관한 정보는 미국에 제공 않겠다고 결정했다는 보도이니 미국 내의 안보문제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백악관 주인으로부터 기밀누설이 끊기지 않는 상황에서 뉴욕타임스지가 특종거리를 제공받았을 때 기사화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난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테러사건들의 모방범죄가 흔한 상황에서 적어도 안보에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언론도 독점 특종기사의 유혹을 자제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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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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