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오는 7월 1일부터 시작하는 다음 회계년도 교육예산안을 확정했다. 지난 1월 초 교육감으로부터 교육예산 시안을 받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후 거의 5개월 만이다. 다음 회계년도의 경상예산 규모는 28억불 정도이다. 올해에 비해 약 3.4%가 증가한 셈이다. 그런데 예산의 90% 가량을 교직원 임금과 의료보험 등의 복지혜택이 차지한다. 그리고 복지혜택 비용 증가와 교사 임금 인상에 예산의 4% 이상이 소요된다. 이번 예산안 확정 과정 중 기존의 은퇴연금 제도를 변경하는 논의가 있었는데 교직원들의 반대가 제법 있었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군이 제공하는 은퇴연금제도는 총 세 가지다. 교직원들 가운데 약 75%는 버지니아 주정부 은퇴연금 제도 (VRS: Virginia Retirement System)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페어팩스 카운티정부 공무원연금 제도 (FCERS: Fairfax County Employees’ Retirement System)에 가입되어 있다. 또한 VRS 가입자들은 Educational Employees’ Supplemental Retirement System (ERFC) 이라는 보조은퇴연금 제도에도 가입되어 있다. 이 세 가지 은퇴연금 제도 모두에 교육청은 고용주 분담금을 지불하는데 그 중 카운티 교육청이 조정할 수 있는 것은 ERFC 밖에 없다. 다른 두 개는 주 정부와 카운티 정부가 결정하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고 정해준 분담금을 그대로 내야 한다.
그런데 고용주 분담금이 해마다 인상되고 있다. 예를 들어 VRS의 경우 올해와 비교해 내년에 2천6백만불 정도, 그리고 FCERS에는 4백만불 이상을 더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ERFC도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천백만 불 이상 추가 지불해야 한다. 이에 교육위원회는 ERFC 제도를 일부 변경해 재정부담을 줄여 보고자 했다. 그래서 처음에 고려되었던 안은, 5년 이상 가입자들은 그대로 놔두고, 5년 미만 가입자와 신규가입자의 연금 액수 계산 최종 근무 기간과 매해 적용되는 연금 인상률 등을 조정해 약 5백만불 정도의 비용절감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이 안에 대해 과반수 이상의 교육위원들이 동의 했다. 그러나 그 후 교원단체들의 조직적 반대와 로비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반대와 로비에 카운티 정부 공무원 단체들도 합세했다. 그들은 교육청 직원들 은퇴연금 제도가 바뀔 경우 그 여파가 자신들의 연금 제도에 까지 미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러한 조직적 반대에 직면하자 처음에 제도변경에 찬성했던 교육위원들 중 일부가 입장을 바꾸었다. 결국 기존 가입자들은 그대로 두고 내년부터 새로 고용되는 교직원들에게만 변경안을 적용하는 것으로 최종결정 되었다. 대신 내년 예산에서 절감할 수 있는 액수도 2백만불 정도로 줄었다. 그러나 그것 마저도 교직원들은 끝까지 반대했다. 은퇴연금 제도에는 손을 대지 말라는 것이었다.
누구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줄어드는 것을 달가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제도 조정에 반대하는 교직원들의 입장도 이해한다. 그러나 해마다 상승되는 비용을 그냥 방치할 경우, 결국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것을 운영할 수 밖에 없는 교육위원회로서는 비용삭감 대상을 다른데에서 찾아야 한다. 복지혜택 비용이 상승하면, 어쩔 수 없이 봉급 인상분을 줄이든지 교육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비용을 삭감해야 한다. 봉급도 인상시켜 주고, 복지혜택도 최상으로 제공하면서,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도 모두 그대로 유지하려면, 전체 예산액수가 증가해야 하는데, 주 정부나 카운티 정부로부터 받는 교육예산 교부금 인상이 상당이 제한된 현실을 고려할 때 그것은 불가능하다.
집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한 교육예산 심의 과정을 여러 해 거치면서 때로는 낙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어려운 심의과정을 큰 탈 없이 거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교육재정이 어려워도 교육의 중요성을 모두가 인정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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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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