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아주 망가뜨린 날이었을 것이다. 5월 9일 그가 러시아의 미국대선개입사건과 아울러 트럼프 선거진영인사들의 러시아와의 조율여부를 수사중이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임시킨 이래 민주당은 물론 주류언론 여론이 제기한 독립적 특별검사의 임명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코미의 해임을 건의 했다고 트럼프가 원용하고저 했던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이 트럼프와 공화당의 뜻을 완전히 무시하고 특별검사의 임명을 발표 1시간 전에야 백악관에 알렸다는 사실이 몹시 못마땅했을 듯하다.
9일과 17일 사이에 충격적 보도들이 연이어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었다. 코미의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코미의 해임이 발생한 배경을 언론에 흘려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할 내용들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코미를 저녁식사에 초대한 트럼프가 국장 자리를 지키려면 자신에게 충성(Loyalty)을 나타낼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봉건영주의 가신에 대한 충성서약 요구를 상기시키는 장면이다. 그리고 코미가 트럼프와 만날 때 마다 만남 직후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자세히 메모해 두었다는 보도도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을 상당히 당혹시켰을 수 있다.
특히 코미의 기억이 생생했을 때 바로 그날 밤 아니면 그 다음날에 기록했다는 대화 내용의 비망록은 필요에 따라서는 수사 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트위터로 코미는 그런 누설을 하기 전에 녹음기록이 없기를 바라야 한다고 일격했을 때 코미 쪽에서는 그런 기록의 공개를 환영한다고 응수한다. 트럼프 쪽에 제일 염려되는 내용으로는 2월 13일에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전보좌관이 해임된 바로 다음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펜스 부통령, 세션스 법무장관과 코미의 회동이 있었던바 트럼프가 펜스와 세션스를 물리치고는 코미에게 플린이 좋은 사람이니까 그에 대한 조사를 중단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는 내용일 것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사법절차에 대한 방해로 간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절차의 방해죄는 민사나 형사 소송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불법적인 행위나 불복종을 포함하는바 범죄 수사를 방해하는 것도 중범죄중 하나다. 트럼프가 코미에게 FBI국장직 유지를 미끼로 플린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키라고 촉구했다면 당연히 사법절차의 방해로 볼 수 있다. 만약 특별검사가 그 같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트럼프가 현직 대통령이라 법정에 세울 수는 없고 의회에 탄핵소추를 권고할 수 있다.
트럼프가 18일 아침 트위터에서 “이것(특별검사의 임명)이야 말로 미국역사상 정치인에 대한 가장 큰 마녀사냥이다! 클린턴 선거진영과 오바마 행정부에서 발생했던 그 모든 불법행위들에도 불구하고 특별검사가 한명도 임명된 적이 없었다!”라고 일갈한다. 상상하건대 러시아 대사를 대선전에 만났으면서도 자신의 인사 청문회에서 그 점을 밝히지 않았었기 때문에 러시아 문제에 대한 조사에 관여 않겠다고 약속한 세션스 법무장관 대신에 로젠스타인 차관이 선택한 사람이 강직성에 있어서는 코미와 쌍벽을 이룬다는 평판이 있는 코미의 전임자로 로버트 뮬러 FBI 전 국장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던 지도 모른다.
뮬러가 누구인가. 트럼프가 병역을 피하기 위한 입영연기를 계속해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자 입대해서 월남전에 파견되었다가 제대하고는 버지니아 대학 법대를 마치고 연방검사 생활을 시작해서 높은 평판을 유지해 왔던 사람이다.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검사장 인준 때 그리고 2001년 9.11 사변 전에 아들 부시에 의해 FBI 국장에 임명되었을 때 그가 상원의 인준을 만장일치로 받았었다는 이력이 돋보인다. 그리고 9.11 이후 FBI에 대한 사회의 불신을 극복하고 FBI의 신망을 높인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1임기 중 10년 임기를 마치고도 대통령의 요청으로 2년 더 국장직에 있었을 정도로 민주, 공화 양당의 초당적 지지를 받는 사람이다.
따라서 만약 뮬러가 법무부의 간섭이 없이 독자적인 수사결과 트럼프 진영의 주장대로 러시아와의 커넥션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보면 된다. 반대로 뮬러와 그가 고른 검사들과 수사관들의 도움으로 트럼프-러시아의 비밀 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를 발견하고 트럼프의 백악관 요인들을 기소하게 되고 트럼프에 대한 탄핵소추를 건의한대도 공화당에서 별로 불평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뮬러의 그 같은 독립성을 트럼프와 그의 진영이 못마땅해 한다면 왜 그럴까? 백악관의 여러 사람들이 이미 변호사들과 상의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의미심장하다.
플린이 1월4일에 자신이 수사대상임을 백악관의 법률수석이 될 사람에게 알렸다는 소식, 플린의 충성심 때문에 이방카나 그의 남편이 플린에게 국가안보 보좌관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소식 그리고 플린이 시리아의 내전에 있어서 쿠르드 족 전사들을 무장시켜 ISIS와 싸우게 하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마지막 시도를 반대한 이면에는 쿠르드족을 적으로 보는 터키 정부의 로비스트로 50만불을 받았다는 사실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소식 등 백악관의 누수현상은 트럼프가 매스 미디어를 더욱 더 원수로 보게 만든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
남선우 변호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