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이 끝났다. 전임대통령의 부재중에 치른 선거이다보니 당선되자마자 취임했다. 외교관계국 정상들과 현안을 논의하고 내치의 안정을 서두르고 있다. 여태까지는 보기 힘든 여러 장면들, 특히 이전 정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순식간에 이뤄지고 있고 급속도로 나라가 안정된 모습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은 낯설지 않는 장면들이다. 2002년 노무현이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때도 그랬었다. 오히려 이런 게 이상하고 비위짱 틀리게 느껴지는 분이 계시다면 이 세상이 그런 본인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자문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근대화는 외세에 의해서 진행되었다. 아무리 ‘국민이 주인’인 공화정을 이야기해도 딴나라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여러 이유중에서도 ‘착한 백성과 나쁜 위정자’의 조합이 그 결정적인 원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왕의 편안함’과 ‘자신의 행복’이 비례한다고 믿고 평생을 살았던 착하디 착한 백성들이었다. 그런데 조선왕권이 무너진 다음에 느닷없이 국민들에게 주어진 나라권력들은 조금 더 배웠다는 눈치 빠른 사람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이 사람들이 그 권력을 나라를 위해 쓰지 않고 자기자신들만을 위해 사용했던 욕된 역사가 바로 엊그제인 6개월전까지 이어져 왔다.
다시 말하지만 천박하기 짝이없는 역사이자 부끄러운 역사이며, 일고의 가치마저 의심이 가는 치욕의 역사인 것이다. 공부 잘해서 좋은 학교 나오고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것이니 자기를 위해서만 쓴다한들 무슨 큰 잘못일까만은 아무리 그렇더래도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못배우고 가난한 사람들 멸시하고, 끼리끼리 어울려 날마다 머리카락 크기 하나 가지고도 키재기하면서 우쭐대고, 그것도 부족해서 지역으로, 돈으로 편을 가르고 세상을 도탄에 빠지게 만든 이땅의 천하고 야박한 소위 ‘천박한 기득권’들은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이미 변할대로 변해버린 세상임을 까마득이 모르고 있었다. 그 착한 백성들을 부추켜 ‘빨갱이 타령’이나 하다가 말았다. 그러함에도 숙고 하기는 커녕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겠단다. 누구와 무엇을 위해서…? 세상은 벌써 국경을 초월한 ‘시민사회’로 변해버린 지 오래다. ‘정의,생명, 자유, 평등’ 인류공동선에 대한 묵계와 동의가 통용된 지도 오래다.
미국의 대통령이나 아프리카 어느나라 대통령의 잘잘못이 그 나라 국민이 아닌 국제 시민사회에 ‘국격’이라는 잣대로 매일매일 심판대에 올려지는 세상인 것이다. 바로 6개월전 한국도 ‘이게 나라냐?’의 반열에 올려지는 수모를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국가’에 가두워 놓으려는 수많은 국가들이 아직도 세계도처에 즐비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렇고 미국도 그럴려고 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6개월간 지속된 한국의 무혈 ‘촛불 시민혁명’은 전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아무리 찾아볼래도 없다. 민주주의 역사의 서막인 ‘프랑스 대혁명’마저 그 과정을 비교했을 때 감히 견줄 대상 자체도 못된다.
우리 스스로 대견할 정도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그 어느 나라가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현직 대통령을 시민의 손으로 끌어 내릴 수 있겠는가. 일촉의 안보가 위중한 시기임에도 끄떡없이 새로운 정부를 탄생하게 만든 이 자부심을 그 어느 나라가 흉내라도 낼 수 있겠는가. 국민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아직도 ‘백성’으로 되돌아 가고픈 분들이 있을 수 있겠고, ‘국민’이어야 마음이 편한 분들도 있다. 40% 남짓의 훈련된 시민들, 그들이 이렇게 장한 역사를 만들었다.
한국시민들만의 차원이 다른 ‘격조’인 것이다. 향후 한국 정치에서 정치인들이 무슨 선택을 받기를 원한다면 ‘백성에서 국민으로,’ ‘국민에서 시민’으로 급속하게 변해버린 유권자의식을 따라잡지 못하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것이다. 이 대명천지에 1백년전의 ‘백성’들을 찾거나 국가속에 ‘국민’들 몰아 넣어 ‘애국’이라는 허명의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국가주의의 부활을 상상하고 있다면 아마도 그들의 말을 빌어서 표현한다면 ‘스스로 궤멸’당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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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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