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표현이 꼭 들어맞는다. 9월 오후 6시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전격적으로 해임시킨데 뒤따른 백악관의 지속적인 거짓말, 아니면 말바꾸기를 두고하는 말이다. 그리고 2015년 이전 트럼프의 인생경험이 흔히 허풍을 떨거나 과장하고 또 잔뜩 빚진 다음 채권자들의 돈을 떼어먹는 파산선고로 치부를 했던 탓에 대선기간 중은 물론 대통령집무실을 차지하고도 ‘제버릇 개 못 준다’는 옛 속담을 답습하는 트럼프의 110일 플러스의 행적 때문이기도 한다.
공화당 당적을 가졌었기 때문에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 법무차관이 된 코미는 당시 법무장관이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었던 동안 장관대행이었던 바 대통령이 도청에 관한 한시법의 기간을 연장시키고자 했을 때 반대를 해서 원리원칙 대로 나아가는 공직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사람이다. 백악관의 법률수석이 중환자실로 가서 장관의 서명을 받으려 한다는 낌새를 챈 코미는 경적까지 울리는 경찰차의 호송아래 먼저 도착해서 그것을 막았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야인으로 있던 그를 3년 반 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10년 임기의 FBI 국장으로 발탁한데는 그런 강직성이 한 몫했을 법하다. 그런 코미가 2016년 7월에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 이메일 시설을 자택에 설치했던 사건의 수사종결을 발표하면서 힐러리를 기소하지 않겠다면서도 그의 조심성 없는 관행을 비난하자 “그 여자를 철창 뒤에 가두자(Lock Her UP)”이라는 구호연창으로 유세관중을 열광시키곤 했었던 트럼프의 분노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코미가 대선을 11일 앞두고 클린턴의 심복부하의 전 남편 컴퓨터에 e-mail들이 발견되어 조사를 재개했노라고 발표하여 이번에는 다 된밥에 재 뿌린다고 힐러리 지지자들을 대경실색하게 만드는 반면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트럼프의 격찬을 받기도 했었다. 그런데 러시아가 대선과정에 영향을 끼치려고 트럼프진영의 인사들과 조율하려했다는 물증이 하나 둘씩 드러났기에 FBI의 방첩부에서 작년 7월부터 조사에 들어가기 시작했던바 그것이 언제 종결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는 코미의 하원정보위원회에서의 3월달 공개증언이 트럼프의 심기를 크게 상하게 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이달 초까지만도 코미에 대한 신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백악관의 앵무새 대변인의 주장이었기에 코미가 LA에 가서 FBI 직원들에게 연설하는 동안 연단 뒤에 있는 TV화면에 CNN의 코미 해임특보가 자막으로 뜨는 것을 본 사람들이 코미에게 그것을 지적하자 부하직원들의 장난으로 간주하려고 했었단다. 그런데 코미를 해임시킨다는 트럼프의 편지가 대단한 걸작이다. 약 2주전에 법무차관으로 임명된 로드 로젠스타인이 조직체계로는 그의 감독아래 있는 코미 FBI 국장이 선거 기간 중 클린턴 이메일 사건을 잘못다루는 등 실수가 많아 FBI직 원들의 사기가 저하되었기에 해고해야 된다고 건의한 것을 받아들였다는 투다. 로젠스타인의 메모를 첨부한 트럼프의 해고 통지서에는 아주 묘한 표현이 들어있다. “당신이 세 차례 나에게 나는 FBI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알려준 것을 크게 고맙게 여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이 FBI를 효과적으로 영도할 수 없다는 법무부의 판단에 동의합니다”처음 이틀 동안에는 펜스 부통령을 포함한 백악관의 앵무새들, 즉 션 스파이서 대변인과 여자 부대변인은 코미가 FBI직원들의 신망을 잃어 제대로 FBI를 이끌 수 없기에 그의 해임을 건의하는 법무장·차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로젠스타인 차관은 해임 아이디어가 자기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서 사직마저 불사하겠다고 나온다는 보도다. 그리고 11일에 상원정보위원회에 출두한 앤드류 맥케이브 FBI국장 대리는 FBI 직원들의 대다수가 코미를 신임하고 있으며 자기 자신도 그와 같은 훌륭한 공직자와 일할 수 있었음을 영광과 특권으로 간주한다고 공언하여 백악관의 거짓말을 또 한 번 드러냈다.
거짓말의 압권은 역시 트럼프 자신이 마련한다. 11일 NBC와의 단독회견에서 트럼프는 코미의 해임은 자기가 상당기간 생각해왔던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미가 한 번은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두 번은 전화로 트럼프는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알려주었음을 강조한다. 얼마나 켕기는데가 있길래 그러는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10일에는 또한 러시아 커넥션이 상·하 양원과 FBI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아래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장면이 전개되어 전문가들을 탄식시켰다. 세르게이라브로프 러시아 외상과 세르게이 키스리액 주미러시아 대사가 트럼프와 희희락락하는 장면이다. 정말 러시아 커넥션은 트럼프의 몰락 또는 탄핵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심각할까? 코미와 가까운 사람들이 트럼프가 트럼프타워의 도청을 오바마 행정부에서 진행시켰다는 주장을 하자 코미가 트럼프를 “정상을 벗어난” 또는 “미친”으로 묘사했다는 보도가 참이라면 트럼프 행정부가 제대로 임기를 마칠 수 있는지 참으로 예측을 불허하는 상태가 전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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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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