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 ‘National Go Center’ 개원식에 참석했다. 워싱턴DC 위스콘신 애비뉴 선상의 한 아담한 빌딩 이층에 위치한 이 센터의 개원식에는 40명 정도가 모였다.
Go(고)는 바둑의 일본어 명칭인데 중국어로는 웨이치(圍碁)라고 불린다. 그래서 Go Center는 기원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원래 중국에서 시작된 바둑이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 Go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둑을 서양에 전한 나라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바둑 용어들이 일본어이다. 바둑을 서양식 장기(체스) 못지않게 학생들에게 보급하고 싶은 바램을 갖고 있는 내가 아쉽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일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원의 개원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아직까지 바둑이 미국 사회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에 기원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DC 내에서 운영을 하려면 바둑에 익숙한 한인, 일본인, 중국인들이 아니라 주류 미국인들이 대상일텐데 많은 홍보와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이 기원 설립자금 일체와 운영 비용의 60% 가량이 “이와모토 북미바둑기금 (Iwamoto North America Foundation for Go)” 에서 오기로 되어있다. 향후 5년 정도 보조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기금은 일본기원과 미국바둑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일본에서 3-4대 본인방을 지냈고 전 세계에 바둑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이와모토 가오루 9단의 유지를 받들어 명명했다고 한다.
1902년생인 이와모토 9단은 1960-70년대에 유럽과 미주지역 바둑 보급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1987년에는 5억3천만엔의 사재로 이와모토 파운데이션을 설립해 상파올로, 암스테르담, 시애틀 그리고 뉴욕에 기원을 설립했다. 그런데 뉴욕 기원이 생각만큼 발전되지 않자 몇 년 전에 기원 건물을 팔아서 새로 세운 이와모토 북미바둑기금의 기초 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기금으로부터 그랜트를 받아 이번에 워싱턴DC의 내셔널 기원 설립에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번 그랜트 신청 과정 중에 나도 부분적이나마 참여했다. 사실 보스턴 지역에서 기원 설립을 추진하는 다른 한 그룹과 경합을 벌였었다. 그런데 워싱턴 지역 추진 그룹이 신청서에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DC의 상징성과 지역 주민들의 인종적 다양성 뿐 아니라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의 바둑 클럽 활동도 포함시켰다. 바둑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제법 있고 바둑 보급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이렇게 개원은 했지만 이 기원이 성공하기 위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랜트 기한 제한으로 몇 년 안에 재정적으로 독립해야 하는 것이 역시 가장 큰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바둑 인구의 저변 확대가 중요하고 바둑 보급과 병행되는 동양권 문화 소개에 뜻을 같이하는 기업과 개인들의 재정적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내가 미국인들에게 바둑을 설명하며 미국 체스와 큰 차이점 중 하나로 꼽는 것이 절제와 겸손이다. 체스는 가능한 대로 상대방 말들을 많이 죽이고 왕을 잡아서 이기는 죽임과 정복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바둑에서는 상대방 돌들을 모두 죽이지 않고 단 한 집 차이로만 이겨도 되기에 절제와 양보도 가르친다. 이는 동양권 문화에서 중요시 여기는 덕목이며 미국학생들이 더욱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날 개원식에서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일본 대사관의 선임공사 그리고 멀리 일본으로부터 일본기원 이사장을 비롯해 작년에 알파고와 이세돌 사이의 세기의 대결 5연전을 해설했던 마이클 레드몬 9단도 와서 참석했지만 한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한인 사회에 이 행사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개원한 이 기원이 앞으로 일본의 전유물이 아닌, 국적을 떠나 바둑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이 키워 가는 기원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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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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