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피터 나바로 위원장은 한국을 포함해 16개국을 미국 무역적자 주범으로 열거하면서 “미국이 무역수지 손실을 볼 경우, 해당 무역협정을 자동 재협상하는 방안을 의회에 제안했다”고 밝히자 곧바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수개월 내 미국에 ‘나쁜 무역협정’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장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요구 등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1월 무역수지 적자는 485억 달러 중 중국과의 무역에서 313억 달러, 이어 일본에 54억 달러, 독일에 48억 달러, 한국에 25억 달러 등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월, 5년만에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한 미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은 중요한 단계” 라고 말하며 대미 무역흑자 국가인 중국·일본·독일·한국을 우선 재협상 국가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은 최대 교역대상국, 캐나다·멕시코에 이은 3대 수출국이다. 이로 인해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1990년486억 달러에서 2012년에 11조 7억 달러로 증가했다.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는 2001년의 830억 달러에서 2015 년에는 3,672억 달러로 미국 무역적자의 반이 중국으로부터 발생하여 미국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농산물 및 식음료, 섬유 및 의 류제품, 컴퓨터 및 전자제품, 수송 장비 및 중장비 산업, 그리고 화학제품 등이 중국에서의 수입이 급증해 제조산업과 하이테크 산업이 피해가 커 이들 분야에서 2001년부터 20105년 까지 340 만개의 잃어버린 일자리 중 4분의 3인 26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에 대한 비교 우위의 원천으로 종종 논의되는 첨단기술 제품의 세계적 교역이 중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역적자가 가장 심한 분야는 컴퓨터 및 전자부품 산업으로 120만개의 일자리가 분실되거나 전입되어 2001 년에서 2015 년 사이에 36%가 감소했다. 첨단 기술 제품의 광범위한 범주에는 컴퓨터 및 전자부품 산업의 고급 요소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생명과학, 우주항공 및 원자력 기술과 같은 다른 분야도 포함되고 있다. 2015년 미국은 중국과의 첨단기술 제품에서 1,20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 적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적자 총액의 32.9 %를 차지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미국은 2015 년 중국을 제외한 세계 여러 나라와의 첨단기술 제품에서 289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는 제조업 일자리 창출의 둔화와 고용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전형적인 노동자의 임금의 하락과 소득침체로 경기회복이 둔화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잃어버린 미국의 일자리는 미국 전역에 퍼져 고용 악화가 계층 간 불평등 심화로 까지 확대 재생산되고 있고 이런 사회적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함으로서 국제적 통상마찰로 이어져 자유무역 세계질서가 그 어느때 보다 크게 충돌하며 국제적 상호공존의 분열을 촉진하고 있다.
저임금에 관하여, NAFTA 및 기타 무역 협정의 결과로 인한 무역 적자 및 중국과의 교역으로 미국의 일자리가 손실되고 미국의 임금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다시말해 자유무역이 임금을 동결시키는데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업들이 지난 40 년간 임금을 억제시켜 왔고 임금 성장에 대해 적대적이며 금융 분야와 채권자들에게 우호적인 연방준비이사회 정책 때문에 과도한 실업이 발생하여 그 결과 특히 저임금 근로자와 중산층 근로자의 임금 성장을 감소 유발시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공화당은 저임금 노동자와 중산층 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이는 정책에 지속적으로 적대적 이었으며 공화당 정부시절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를 중립화하고 노조와 고용주를 조직하려는 조직원간의 공평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지속적으로 방해해 왔고 그 결과 수십 년에 걸친 노조 침식과 단체 교섭은 무력화되어 중산층의 임금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 이기도 하다.
무역과 관련하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협약은 트럼프가 말한 것처럼 멕시코와 캐나다의 노동자를 부자로 만들지 않았다. 대신 미국, 멕시코 및 캐나다의 자본 소유자 및 기업을 부유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노동자들이 저임금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어 버티자 생산을 해외로 옮긴 것이다.
트럼프가 말한 것처럼 해외 노동자가 유입되어 미국 근로자가 실업이 발생한 게 아니라는 얘기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발생한 모든 소득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명확한 사실 기반의 이해로 시작해야 옳은 처방을 내릴 수 있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내부의 근본적인 문제를 내버려 두고 외부에서 그것도 힘으로 일방적으로 협박해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방법은 자유시장 경제를 표방한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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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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