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동성애 반대합니까? 찬성합니까?” 한국의 대통령 선거 후보자 제4차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아무개 후보가 상대당 후보에게 던진 질문이다. “동성애 반대합니다.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반대합니다.” 이 말은 그동안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문재인 후보자가 상대방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를 계기로 대선 토론회에서 동성결혼이나 차별금지법 등 성소수자(LGBT) 문제가 선거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는 이슈로 부각되었다.
이번 대선에서 동성애 문제가 하나의 사회적 이슈로 된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상대방 후보를 공격하거나 이를 빌미로 표를 얻으려는, 얕고 저급한 선거운동 전략 차원에서 동성애가 이슈화 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동성애 이슈를 표 획득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후보자들은 표심의 유불리를 넘어 인간애와 인권의 차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 그리고 사회적 합의와 대안을 마련하려는 동기에서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고국은 물론 한인 사회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긍정적 이해와 사회적 합의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여러 나라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동성애를 수용하고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는 일들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특별히 이성애(異性愛)를 우주적 원리를 받아들인, 남녀 구별이 엄격한 유교적 전통에 기초를 둔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同性愛)를 인정하고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2015년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미국을 비롯하여 약 20여개의 국가를 통하여 동성결혼 합법화의 과정에서 겪었던 복잡다단한 사회적 갈등과 그러한 갈등을 겪으며 이루어 낸 위대한 사회적 합의들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동성애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국민적 여론을 의식하여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주저 없이 나타낸 것으로 보아, 앞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내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든다면 아마도 강력하게 동성애를 반대하는 한국의 기독교 곧 대부분의 개신교와 천주교의 입장이 아닌가 한다. 일부 개신교와 천주교는 반대를 넘어, 성경에 대한 문자적 해석에 근거하여 동성애를 죄악시 하고 있다. 일부 개신교 단체는 이번에도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서면으로 묻고, 교과서에서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 서술의 삭제를 요청하는 등 ‘엄청난 수의 신자’ 유권자를 배경 삼아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에게 반동성애 압력을 명백히 하였다.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긍정적 역할을 해야 할 교회로써 심히 안타까운 모습이다.
이와는 반대로 한 정치인의 발언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보게 하였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어떤 전문 사회학자나 존경받는 종교인보다 더 쉽고 간단하게 동성애 문제에 대한 명쾌한 견해를 들려주었다.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성(性)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이다. 저는 이성애자이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이다”
한 표가 아쉬운 후보자로서 진심을 담은 용감한 발언이다. 동성애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의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이제 동성애는 개인적 신앙(belief)이나 종교의 영역을 넘어, 과학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 17세기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교회의 박해를 무릎 쓰고 지동설(地動說)을 주장하여,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믿음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돌려놓았다.
이미 존재하는 동성애는 찬성이냐 반대냐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적 신념의 차원을 넘어 과학의 차원, 그리고 인류 보편성과 인권의 차원에서 동성애를 보아야 한다. 우리는 아직 동성애에 대하여 다 알지 못한다. 동성애를 죄악시 하거나, 법이나 종교 교리로 금지하는 대신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 철학적 성찰, 문화적 합의 그리고 하느님(절대자)의 뜻을 묻는 깊은 기도를 통하여 지혜롭게 사회적 합의와 제도들을 찾아가야 한다.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성소수자를 진지하게 대면함으로, 차별 없이 민주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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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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