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전국 주요 도시 중 4번째로 렌터가 많은 곳으로 2015년 기준 렌트로 사는 주민 비율이 54%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 중 세입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세입자 권리 옹호를 위해 일하는 곳은 LA시 정부가 운영하는 부서도 있고, 비영리단체도 있으며, 다양한 전문 웹사이트도 있다. 이런 곳에서 제공한 정보를 총망라해 집 주인이 알면 싫어하겠지만 세입자가 알아두면 도움이 될 10가지 세입자의 권리를 정리했다.

①불법 아파트 세입자도 보호

LA에는 불법 아파트 유닛이 많이 존재하는데 이런 곳에 렌트로 살아도 세입자로서 권리 보호는 철저하게 받을 수 있다. LA 하우징 라이츠 센터 측은 “매달 렌트를 체크로 지불하면서 체크의 메모란에 ‘rent for 주소’로 적어 카피나 영수증 형태로 보관하라”며 “임대 관계를 증명한 서류가 없을 때 임대계약서로서 완벽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②깨끗한 주거 환경 요구

모든 세입자는 깨끗하고, 거주할 수 있는 곳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고, 집 주인은 이를 위해 주택이나 아파트를 관리해줄 책임이 있다. 예컨대 문이나 창문은 부서져 있으면 안 되고, 지붕이나 벽은 물이 새면 안 되며, 하수가 잘 이뤄지고, 온수와 냉수가 잘 나오며, 해충이 없는 환경이 유지돼야 한다. 이밖에 법적으로 준수할 다수의 책임이 집 주인에게 있다.

③렌트는 꾸준히 내야 유리해

집이 살만 하지 못하면 집 주인은 즉시 이를 고쳐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렌트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라고 해도 세입자가 렌트 내길 거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리를 요구하는 세입자와 들은 척 만 척 하는 집 주인이 대립하는 아주 불편한 상황을 가정하면 되는데 불행하게도 세입자는 렌트를 내야 한다. 센터 측은 “오히려 렌트를 성실하게 내는 것이 주도권을 쥐는 것”이라며 “보다 나쁜 상황을 가정했을 때 세입자로서 의무를 다했다는 점이 어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④분쟁 해결 도움도 받아

살고 있는 아파트에 문제가 생겼는데 집 주인이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우선 집 주인에게 구두로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그래도 그대로라면 사진과 필요한 서류, 이슈에 대한 내용을 편지로 써서 타임스탬프가 찍힌 메일로 보내라고 조언했다.

집 주인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한다. 그리고 마지막 수단으로 이런 종류 분쟁과 관련한 인스펙션 기능이 있는 LA시 하우징 앤 커뮤니티 인베스트먼트 디파트먼트(HCID)와 상의하면 된다.

⑤최악의 상황이면 소송을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시가 집 주인에게 노티스를 발부한 지 60일이 지났는데도 집 주인은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런 상황까지 가면 시 정부의 기관들도 어쩔 수 없다며 세입자에게 그동안 낸 렌트를 되돌려 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라고 권유한다.

⑥출입 통보는 24시간 전에

다른 이슈다. 집 주인이 세입자 집에 들어올 수 있는 때는 언제인가. 비상상황이 아닌 이상 24시간 전에 세입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새로운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주거나, 집안 수리를 위해 들어오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24시간 전이 아니면 즉각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여기에 방문 시간도 평일 낮으로 규정돼 있다.

⑦디파짓 반환은 21일 안에

세입자는 대부분 첫 입주를 하며 시큐리티 디파짓을 집 주인에게 건넨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전액 돌려받거나, 일부를 제한 뒤 되돌려 받게 된다. 금액 중 일부가 반환되지 않을 때는 이유와 사용 금액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반환되는 디파짓은 집을 비운 뒤 21일 이내에 입금돼야 한다.

⑧디파짓에 이자가 붙기도 해

렌트 컨트롤 아파트에 사는 세입자는 디파짓에 이자 소득이 붙는다. 물론 큰 금액은 아니지만 렌트 컨트롤 아파트가 아닌 곳에 사는 세입자와 비교하면 기분이 괜찮을 수 있다. 이자율은 매년 정해지는데 올해는 0.12%로 책정됐다.

⑨렌트는 언제 합법적으로 올리나

집 주인이 합법적으로 얼마나 자주 렌트를 올릴 수 있을까? 만약 렌트 컨트롤 아파트가 아닌 곳에 살고 있다면 렌트는 다음 계약 기간이 되기 전에는 절대로 올릴 수 없다. 그러나 먼스 투 먼스(month-to-month)로 살고 있다면 집 주인이 문서를 통해 통보만 하면 렌트는 언제든 올라갈 수 있다. 렌트 컨트롤 아파트는 1년에 한번 렌트가 오를 수 있고 인상폭도 일정 부분 정해진 한도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⑩강제 퇴출이 가능한 경우도 있어

렌트 컨트롤 아파트에 사는 한 가지 큰 장점은 강제 퇴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때는 세입자가 어떤 잘못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다. 렌트 컨트롤 아파트 세입자가 쫓겨날 수 있는 이유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렌트 컨트롤이 아닌 아파트에 산다면 집 주인이 어떤 이유를 대건 쫓겨날 수 있다. 세입자가 공공안전과 안녕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편이 유리하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