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언론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는 행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임의적으로 설정한 시한에 불과하지만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이날의 중요성을 과장되게 떠벌렸다. 그러나 새로운 행정부의 백일잔치는 지난 100일 동안 트럼프가 실제로 일궈낸 성과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꼬집는 기사들로 넘쳐날 것이다.
하지만 언론보도의 상당수는 전체 스토리의 절반만을 전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트위터 통수권자가 취임 후 첫 100일간 얼마나 미미한 성과를 거뒀는지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가 달성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트럼프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파격적이면서도 효율적 지도자로 내세웠다. 이념적 분리를 뛰어넘는 노련한 딜 메이커이자 전임자들과 완전히 차별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따라서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그가 실질적인 딜(deal)을 성사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는 고사하고 지난 수십년간 우파가 외쳐댄 돌팔이 약장사의 헛소리를 그대로 되풀이했다는 사실에 당혹했다.
우린 트럼프 행정부가 폴 라이언에게 정책 외주를 한 트럼프케어의 실상을 목격했다. 라이언은 수백만 명에게서 의료보험을 앗아가고, 나머지 보험가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혈세를 이용해 부유층에 감세혜택을 제공하는 플랜을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포퓰리즘(populism)이다.
세금정책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다음주 방대한 감세안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깜짝 발표에 감세안을 준비하지 않은 재무부 관리들은 기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구체적인 감세안의 내용이 무엇인건 트럼프택스(Trumptax)는 판타지 경제학의 대표적 본보기가 될 것이다.
독자들은 어떻게 그런 장담을 하는지 묻을 것이다. 지난주 시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한 재계모임에서 “감세비용은 성장에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안다.
지난 1980년대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부유층 감세가 경제적 기적을 만들어내 실질적 세수증가를 이룬다는 이른바 공급측면 경제학을 “푸닥거리 경제정책”(voodoo economic policy)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곧 공화당의 공식 독트린이 되었다. 공화당이 이를 당 차원의 원칙으로 받아들인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독트린이 반복적인 검증 시험에서 번번이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경제가 1979-82년의 침체에서 신속히 반등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레이건의 감세 혹은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듯 연방준비제도가 단행한 이자율 인하의 결과일까?빌 클린턴이 부유층 증세를 단행하자 공화당은 재앙이 따를 것으로 예측했지만 경제는 호황을 누렸고 레이건 행정부시절에 비해 훨씬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이어 조지 W. 부시가 다시 세금을 인하하자 부시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하게 가지를 쳤지만 실제 결과는 미지근한 성장에 뒤이은 심각한 재정위기였다. 버락 오바마는 전임자 삭감한 세금 항목 중 많은 부분을 되돌렸고 오바마케어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세금을 추가했지만 최소한 민간부문에서 전임자보다 훨씬 우량한 일자리 창출기록을 세웠다.
이렇듯 역사는 감세의 친성장 효과를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
아, 그리고 주차원에서의 최근 경험들 역시 잊지 말자. 샘 브라운백 캔자스 주지사는 이른바 보수적 재정 정책의 “진짜 생체실험”을 통해 세금을 인하했으나 그가 약속했던 성장은 끝내 따라오지 않은 반면 재정위기가 닥쳤다. 같은 시점에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세금을 인상하자 우파들은 주정부가 경제적 자살을 시도했다고 선언했으나 캘리포니아 주는 놀랄만한 고용증가와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다시 말해 공급측면 경제학은 좀비 독트린의 고전적 본보기다: 이미 오래전에 증거에 밀려 말살됐어야 할 견해가 계속 어기적대며 정치인들의 뇌를 파먹고 있다.
도대체 좀비 독트린이 지속되는 이유가 무얼까? 낮은 부유층 세금에 대한 이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업턴 싱클레어가 오래전 지적했듯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해야 월급을 받는 사람에게 그 무엇을 이해시키기란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는 전임자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니다.
공정하게 말해 트럼프가 정말 우익의 경제적 정통성을 믿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는 단지 자신의 승리라고 부를만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듯이 보인다. 논리적으로 앞뒤를 맞출 요량이 아니라면 추가 성장과 이에 따른 수익이 난데없이 나타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세제개혁안을 들고 나오기가 훨씬 쉬워진다.
우리는 그가 득표수에서 뒤지고도 이겼다고 주장하고,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범죄율이 사실은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고 우기는 인간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런 그가 아귀가 맞지 않는 자신의 예산안을 똑 부러지는 예산안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그럴싸한 독트린을 필요로 하진 않을 것이다.
이제까지 밝혀진 트럼프의 아젠다를 예를 들어 테드 크루즈에게서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던 정책과 구분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 트럼프의 아젠다는 형편없는 주술에 불과하다. 과연 그것이 그의 지지자들이 기대하던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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