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도 석탄산업 일자리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업무자동화, 전력수요 하락, 저가 천연가스, 풍력과 태양열 발전의 기술적 진보 등 이 분야 인력축소의 밑바탕에 깔린 근본원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편 지난주 연방재무부는 공식적으로(또한 정확하게) 중국을 통화조작국으로 지명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제조업 회복에 관해 트럼프가 말한 모든 것은 헛소리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광업과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을만한 무언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인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왜 일자리 상실에 관한 공적 토론은 광업과 제조업 부문에 집중되고 일부 서비스 업종의 대규모 일자리 감소는 사실상 무시되는 것일까?
지난 주말 타임스 매거진은 인터넷 경쟁에 밀려 설자리를 잃은 전통 소매업체들의 몰락상을 보여주는 포토에세이를 실었다. 입점업소들이 문을 닫은 ‘좀비 상가’를 온라인 셀러들의 재고를 보관중인 대형 창고와 대비시킨 사진들은 충격적이었다. 포토에세이를 통해 드러난 경제적 현실도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백화점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자.
트럼프는 제조업계 이곳저곳에서 수백개의 일자리를 살려냈다고 떠벌리지만 메이시스는 66개의 점포를 폐쇄해 1만 명의 점원을 레이오프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백화점업계의 또 다른 아이콘 격인 시어스 역시 지속적인 사업운영 능력에 상당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전체적으로 백화점의 고용규모는 2001년의 수준에 비해 3분의 1이 줄어들었다. 약 50만 개에 달하는 전통적 일자리가 사라진 셈인데 이는 같은 기간 탄광업 분야 일자리 감소분의 18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물론 소매업만이 변화하는 테크놀로지로 호된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후 전제 인력의 3분의 2에 달하는 총 27만 명을 감원한 신문출판업이 또 다른 본보기다.
그렇다면 서비스분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약속이 광업이나 제조업 인력을 보존하겠다는 약속처럼 정치적으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광산과 공장이 종종 지역경제의 앵커 역할을 담당하기에 이들의 폐쇄가 커뮤니티에 미치는 파괴력이 소매업체 한 개가 문을 닫을 때의 후유증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 한 가지 이유가 될지 모른다. 그리고 이 같은 주장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의 전부가 아니다. 공장 한 개를 폐쇄하는 것은 지역경제를 약화시키는 한 가지 방법에 불과하다. 대형 점포들과 샤핑몰의 경쟁은 소형도시의 상권이 몰린 다운타운을 파괴했다. 그리고 이제 소도시 샤핑몰 마저 붕괴되고 있다. 여기에 보태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 소형 신문사들의 쇠퇴 역시 지역 정체성을 약화시켰다.
근본적인 이유와는 조금 차이가 있고 신뢰도 역시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서스업과 달리 광업과 제조업이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또 다른 이유로 악당들의 존재가 필요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선동적인 정치인들은 진보주의자들이 환경규제를 앞세워 광부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서슴없이 주장한다. 그들은 근로자들에게 고약한 외국인들이 그들의 일자리를 채갔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곤 미국을 다시 오염시키더라도 석탄산업 일자리를 되찾아 오겠다고 약속한다. 거짓 약속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일부 관객들을 능숙하게 조종하고 설득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어스의 쇠퇴를 진보세력, 혹은 외국인들의 탓으로 돌리긴 정말 어렵다.
마지막으로 제조업과 특히 광산업이 특별한 배려를 받는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슬레이트의 자멜 부이가 지적하듯 이 분야 근로자들은 전체 노동인력에 견주어볼 때 남성과 백인의 비중이 훨씬 높다.
어쨌든 정치적 담론이 업종별 일자리의 중요성에 차등을 두는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우리로선 당연히 싸워야할 추세다. 해고된 소매업 근로자들과 지역 신문 기자들도 레이오프를 당한 탄광인부들처럼 경제적 변화의 희생자이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비스업종의 감원을 중단시킬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궁해진다. 하긴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곧 깨닫게 되겠지만 광업과 제조업 분야의 인력감축을 막을만한 방도 역시 없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상황으로 인해 평일기준으로 하루 평균 7만5,000명의 미국인들이 해고나 레이오프로 일자리를 잃는다. 기호나 기술적 변화로 아예 전체 업종이 사라지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일자리 손실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휴먼 데미지(human damage)를 제한할 수는 있다. 실직자 모두에게 의료보험과 적정은퇴소득을 보장하고 새로이 직장에서 떨려난 근로자들에게 지원을 제공할 수도 있다.
부유층에 대한 감세를 시행해 그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기반시설과 교육에 투자하는 등 전체적인 경제를 튼튼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나로선 광부들과 산업 근로자들에게 너무 매정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 물론 그들의 일자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일자리는 업종을 불문하고 모두 다 중요하다. 특정한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확실히 막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설사 일자리를 잃는다 해도 깔끔한 삶을 이어가도록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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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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