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도 나이드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다. 올해로 60살 밖에 안 된 한창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최근에 차고 문 오프너 키가 고장나서 온라인으로 키를 새로 하나 구했다. 그런데 따라온 설명서를 읽어 보니 일단 프로그램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차고 천장에 붙어 있는 오프너 본체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열심히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았지만 되지 않았다. 결국 그 본체를 사진으로 찍어 키 생산업자에게 보내어 문의했다. 그랬더니 답변인 즉 그 본체로는 프로그램이 안된단다. 대신 본체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지난 주에는 벌써 오래 전부터 작동되지 않는 오븐을 수리하고자 테크니션을 불렀다. 테크니션은 오븐을 보더니 컴퓨터 보드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오븐 모델은 더 이상 부품이 생산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오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테크니션이 떠나면서 덧붙이기를, 혹시 식기세척기도 고쳐야 되면 테크니션을 부르지 말라고 했다. 그 식기세척기도 더 이상 부품이 없다고 했다. 그냥 새 것으로 바꿔야 한단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혹시 나도 이제는 고쳐 써야 할 나이는 지나가고 그냥 교체 대상이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 들었다.
교육청과 학교 그리고 지역 사회 행사에 참석하다 보면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나보다 나이가 아래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음을 발견한다. 내가 교육위원 일을 처음 시작한 22년 전에는 대부분의 교장들이나 교육청 간부 직원들이 당연히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나보다 나이가 위인 사람들은 아주 소수이다. 맨 처음 교육위원 시작할 때는 최연소 교육위원이었는데 이제는 12명 가운데 나이로는 세번째로 많고, 봉직 기간은 두번째로 길다. 그리고 가끔 주위로부터 언제 은퇴할거냐는 미묘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과연 언제까지 지금처럼 활동할 수 있을까, 언제 은퇴하는 게 적절할 것인가도 생각해 본다. 지난 주에는 처음으로 사회보장제도 웹사이트에 들어가 은퇴 관련 정보도 알아보았다. 은퇴란 남의 얘기로만 여겨왔는데 앞으로 10년이나 15년간을 지금처럼 바쁘게 산다고 해도 은퇴에 대한 적극적 준비를 더 이상 늦출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은퇴 후의 계획 뿐 아니라 앞으로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은퇴 전까지의 기간동안 좀 더 성실해야 하겠다는 다짐도 한다.
그런데 은퇴 생각을 들게 하는 나이가 나로 하여금 가끔 오기를 부리게도 한다. 나이가 아래인 동료 교육위원이나 교육청 직원들과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나도 모르게 나이 얘기를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순전히 경험을 빙자한 나이로 대화 상대를 제압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교육감을 비롯해 교육청 간부 직원 몇 명과 논의 중, 나이가 60이면 “이순(耳順)”이라고 해서 귀가 순해져 남의 말을 잘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오히려 고집만 세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 나로부터 나이 값은 기대하지 말라며 나이 먹은 것을 자랑인 양 한 자락 깔고 얘기 했던 것이다. 내가 젊은 시절 어른들에게 거부감을 느꼈던 행태를 나 자신이 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깜짝 놀란다.
그러면서 두어달 전 타지역에 가서 강연 후에 있었던 질의응답 시간이 생각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던 한 질문자는 혹시 내가 닭띠가 아니냐고 물어왔다. 내 강연을 들으면서 따져 보니 자신과 동갑 같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진지했다고 생각한 강연 후의 그 질문에 약간은 당황스러웠으나 질문에 포근함이 배어 있음이 느껴져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그 분에게는 나이가 같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는지 모른다. 나이가 같다 함은 같은 시대를 살아 왔고 어쩌면 같은 고민들을 할 입장이기에 반가움을 줄 수 있다. 그 날은 못 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그 분에게 은퇴와 나이 먹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 보아야 겠다.
한창 나이인 60살에 요즈음 나이 생각을 많이 한다. 가을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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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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