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격 분석 테스트를 해 보면 내성적인 것으로 나온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테스트 문항들에 대한 나의 대답에 잘못이 있지 않았나까지 의심했다. 그러나 그 후 같은 테스트를 몇 번 더 해 보았는데 모두 같았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맞는 것 같다.
처음 그런 결과를 접했을 때에는 선출직 공직자로서 남 앞에 서거나 외부 행사 참여도 많이 하는 내가 그럴리 없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시절 이민 오기 전 학생회 회장 등 리더 역할도 제법 했고 대중 앞에 설 때도 별로 떨지 않았기에 당연히 외향적인 성격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성격 분석 테스트를 통한 것은 아니었다. 단체에서 리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의 성격은 당연히 외향적일 것이라고 가정했던 것이다.
외향적과 내성적 성격 사이에 가장 큰 차이점이, 외향적 성격 소유자는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반면, 내성적인 사람은 혼자서 깊은 사고를 하는 과정을 통해 그런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볼 때 나는 내성적인 것이 맞다. 두 다른 성격 사이에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다른 것일 뿐이다. 그리고 어떤 성격을 소유했든지 리더가 될 수 있음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단지 내성적 성격 소유자가 남 앞에 서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준비, 훈련,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반면 나의 성격이 혹시 바뀐 것이 아닌지도 생각해 본다. 돌이켜 보면 고등학교 시절 이민와서 언어와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외톨이로 보냈던 시간도 많았다. 그러면서 성격이 변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 것은 미국에 처음 와서부터 대학을 거쳐 로스쿨 시절에도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10년 정도 한국에 있을 때와 많이 다른 생활을 하면서 주위와의 접촉 보다는 혼자의 명상을 통해 필요한 힘을 얻어 살지 않았나 생각된다.
미국에 와서 고등학교 다니던 첫 해 점심 시간에 줄곧 교실에 혼자 남아 성경을 읽었다. 그러나 그 것은 기독교인으로서 성경 읽는 것을 중요시 해서 그랬다기 보다도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미국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한인 학생이 거의 없었던 그 학교에서 급우들과의 대화는 당연히 영어로 했어야 하는데 그게 아직 영어가 서툴었던 당시의 나에게는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시절도 쉽지 않았다. 학교에 들어가 보니 한인 학생들도 거의 모두가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아주 어렸을 때 와서 나와는 문화와 사용 언어에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그 들보다는 MIT 한인 학생들과 주로 사귀었다. 그들 가운데 나와 비슷한 나이에 이민온 학생들이 제법 되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종종 MIT에 찾아가 머물곤 했다.
대학 1학년 초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음식 트레이가 다음의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때까지 내가 보아 왔던 트레이들은 모두 직사각형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가장자리가 긴 쪽과 짧은 쪽 중 어느 것을 몸 가까이에 놓아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고민에 빠졌다.
주위 다른 학생들이 어떻게 하나 보면 되는데 너무 자신을 의식한 나머지 다른 학생들을 쳐다 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모두 내가 어떻게 하는지만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음식 한 입 떠 넣고 트레이를 180도 살짝 돌리고, 또 한 입 먹고 또 다시 돌리기를 식사 시간 한 동안 계속했다. 나중에 겨우 용기 내어 살짝 주위를 보았더니 나를 쳐다 보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을 뿐 아니라, 그 트레이가 놓인 방향도 일정하지 않았다. 어느 쪽으로 놓아야 된다는 정답이 따로 없었던 것이다.
내가 겪었던, 그리고 아직도 어느 정도는 겪고 있는 이러한 위축감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혹시 이와 비슷한 것을 겪고 있을지 모르는 한인들, 특히 어린 학생들 생각에 마음이 짠해 온다. 그 가운데에 혹시 나 처럼 성격의 변화를 느끼는 학생은 없을지 모르겠다. 주위에 그럴지 모르는 학생들이 있나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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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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