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언제부터 중국을 두려워했을까.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 패망한 이후부터로 봐야 하니까 대략 1,400년은 족히 된 것 같다. 상당히 오랜 기간이다. 중국에 대한 존경심과 두려움은 한민족 뼛속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 싶다. 요즘 한국에 건설 중인 고고도미사일시스템 사드(THAAD)를 대하는 많은 한국민들의 행동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한국의 ‘공한증’은 사드 사태가 처음은 아닌 것 같다. 서해 앞바다를 제집 드나들듯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이 한국 해경에 쇠창살에 쇠꼬챙이, 각목, 도끼 등등 다양한 살상무기를 휘두르며 공격해도 한국 정부는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한국 정부가 해경에 저항하는 중국 어선에 발포 권한을 준 것도 최근의 일이다. 그것도 경고 사격이다. 외교적 마찰을 원치 않는다는 의도였겠지만 자국 주권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한국이 무기력해 보인다. 인도네시아나나 필리핀은 불법조업 중국어선들을 나포해 아예 폭파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협하거나 중국 어부들이 난동을 부린다는 기사는 본적이 없다.
6세기 말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는 당시 동아시아 최강국인 고구려를 4차례나 침공했다고 결국 망했다. 수의 문제는 고구려를 신하로 부르며 굴복하라는 내용의 국서를 보내 속국이 되라고 요구했다. 몽고 접경지역까지 지배했던 고구려 영양왕은 이를 거부하고 선제공격을 가했다. 기다렸다는 듯 문제는 598년 30만명의 병력을 이끌고 만리장성을 넘어 해로와 육로를 통해 고구려를 침공했다.
고구려의 강이식 장군은 군량미를 싣고 바다를 건너는 수나라 수군을 사비성 앞바다에서 몰살 시키고 요동을 건너는 수나라 30만 육군을 괴멸시켰다. 삼국사기와 중국 자치통감에는 “전쟁 3개월 후 살아서 돌아간 수군은 10명중 한두명에 지나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다. 문제는 죽을 때까지 고구려를 넘보지 못했다.
문제가 죽자 그의 아들인 양제가 612년 100만 대군을 이끌고 또다시 고구려를 침공했다. 양제는 요하를 건너 요동성을 공격했다. 하지만 3개월이 넘도록 성벽을 넘지 못한 양제는 30만명의 별동대를 조직해 직접 평양성 공격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들 대병은 을지문덕 장군에게 살수(지금의 정천강)에서 몰살을 당했다. 고구려 군의 칼날을 피해 도망한 수군이 고작 2,700여명에 불과 했다고 한다. 결국 혼란에 빠진 수나라는 이세민의 당나라에 의해 망한다.
건국 초기 고구려에 국서를 보내 화친을 청했던 이세민은 645년부터 고구려가 멸망한 668년까지 무려 3차례에 걸쳐 침공한다. 1차와 2차는 고구려의 승리였지만 신라까지 가세한 나당 연합군에게 내분 끝에 연개소문을 죽인 고구려는 요동을 내주고 멸망했다. 이때부터 중국의 오만함은 한반도 곳곳에 파고들었고 조선 때는 아예 사대주의에 물들어 왕세자 책봉과 국왕 책봉까지 비준을 받아야 하는 굴욕의 역사를 반복해 왔다.
조선 세종 때 최만리 등 유학자들은 중국과 다른 문자를 만드는 것은 ‘사대모화’에 어긋나며, 스스로 ‘이적’이 되려는 것이라며 한글 창제에 극렬하게 반대했다. 일부 유학자들은 명나라에 고자질까지 했다.
스탠포드 산하 미국의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후버연구소는 지난 15일 한국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분노는 소국이 대국에 거스르면 안된다는 ‘한족 우월주의’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국 대 소국’ 콤플렉스는 경제적 군사적으로 강성해진 최근 수십년간 중국의 대외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한국은 왜 스스로 중국의 우월주의에 무릎을 꿇으려 하는 것일까.
서로 멱살잡이를 하다가도 외침을 받으면 한데 뭉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하지만 한국은 외침을 당하면 내부의 싸움이 더 치열해 진다. 사드는 친북과 친미의 개념으로 볼 수는 없다. 일단 정부 정책이 세워졌다면 온 국력을 한곳에 집중해야 한다. 한번 밀리면 끝이다. 한번 얕잡아 보이면 다시는 회복하기 힘든 것이 세상의 이치다. 경제보복에 굴복해 중국에 무릎을 꿇는 다면 한국은 또다시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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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부국장·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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