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메랄드빛 하늘 환히 내다뵈는 어느 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그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유니온역 쪽에서 바라본 국립우정박물관.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라는 마지막 구절로 유명한 유치환 시인의 <행복>은 앞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다.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이수익 시인의 <우울한 샹송>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그리고 가수 조용필의 노래 <서울 서울 서울>에 그런 가사가 있다.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 어딘가에 엽서를 쓰던 그녀의 고운 손”
옛날의 우편 배달차량(왼쪽). 우편마차 모형.
-왜 기차역 옆에 있나
모두 옛날 얘기다. 요새 누가 손으로 편지를 쓰겠는가. 우편함에 쌓이는 것은 청구서나 광고 등 상업용 우편물뿐인 세상이 되었다. 그렇기는 해도 우체국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거기서 뭔가가 배달되고 있다. 그 우체국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 국립우정박물관(National Postal Museum)이 바로 그것인데, 워싱턴 DC의 유니온 역(Union Station)에서 길 하나 건너면 있다.
이 박물관은 1993년에 개관했는데 스미소니언협회에 소속된 박물관이다. 미국 안에 몇 군데 우정박물관이 있지만 국립(National)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여기 하나뿐이다. 이 박물관이 들어있는 건물은 1914년부터 1986년까지 우체국 기능을 하였는데, 이 건물이 유니온 역과 가까운 이유는 당시 철도로 운반된 우편물을 가져오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자동차가 주요 운송수단이지만 당시만 해도 기차가 운송의 절대적인 강자이던 시절이다.
-박물관 홈페이지
이 박물관에 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인터넷에 관한 얘기를 먼저 해야겠다. 이 박물관 역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데 무척 잘 꾸며져 있다.
“아, 국립우정박물관? 거긴 가봤어.”라고 말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박물관에 가서 그냥 후루룩 주마간산 격으로 보시면 된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라는 말이 맞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박물관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자세히 살펴보시기를. 박물관을 다녀온 후에 다시 이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현장에서 보지 못했던 것을 또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홈페이지에는 <20분 안에 살펴보기>, <1시간 안에 살펴보기> 안내가 있다. 이것은 너무 바쁜 사람들을 위한 것인데 이 박물관을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신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빼놓지 말고 꼭 보아야하는 것>을 안내하는 것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이 박물관에는 하이라이트 투어가 있는데 그 일정은 매일 다르니까 미리 인터넷으로 확인하시길.
-2층은 우표, 1층은 우편물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매사추세츠 애비뉴에서 들어가는 곳이 두 군데, 1번가(1St.)에서 들어가는 곳이 한 군데 있다. 지하철 레드라인을 이용해서 유니온 역에서 내린 후 1번가를 건너면 건널목 바로 앞에 입구가 있는데 이것이 1번가 쪽 입구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휴대한 가방이 엑스레이 투시기를 통과하는 수준의 다소 엄중한 보안검사를 받게 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홀을 만나게 되는데 거기가 2층(Level 2)이고 조금 더 걸어가서 오른쪽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면 1층(Level 1)이 있다. 이렇게 박물관은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층은 조금 성격을 달리한다. 2층은 우표, 1층은 우편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2층은 우표 천국이고, 1층은 우편물이 운반되는 과정에 관한 설명이 가득한 곳이다.
우정국 수사대 이동지휘본부(왼쪽). 우편물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모아놓은 디오라마.
-우편 마차와 비행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면 중앙 홀에는 우편물을 운반하는데 사용했던 그리고 지금도 운반하는데 사용하는 대형 전시물들이 있다. 왼쪽에는 우편물을 운반하는 현재와 과거의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기차가 전시되어 있는데 우편물을 운반하면서 그 안에서 우편물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 기차 옆에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우편물 운반 마차(콩코드 스타일의 우편마차, Concord-Style Mail Coach)가 언덕을 올라가고 있고 그 언덕 밑에는 눈 위로 우편물을 운반하던 썰매를 볼 수 있다.
마차 뒤편에는 우편물을 운반하는 대형 트럭의 앞을 잘라서 설치해두었는데 방문객이 운전석에 앉아볼 수 있어서 어린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그리고 하늘에는 비행기가 몇 대 걸려있는데 이 역시 우편물을 운반하던 도구였다. 1층 중앙 홀은 다양한 구경거리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서부영화서 봤던 머드 웨곤
여기서 잠깐 퀴즈 하나. 우리 눈에 익숙한 우편물 차량 이름의 약자가 LLV이다. 여기의 V는 차량(Vehicle)의 약자인데, 그럼 LL은 무엇을 줄인 말일까? 이 우편물 차량 앞에 있는 설명을 읽어보시면 알 수 있다.
1층에는 중앙 홀 말고도 대여섯 개의 방이 있어서 퍽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는데 그 중에 흥미로운 몇 가지를 소개한다.
앞에서 중앙 홀에 콩코드 스타일의 우편마차가 있다고 했는데 그 외에도 사방이 철망으로 둘러싸인 스크린 웨곤(Screen Wagon)이 있고, 서부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느낌을 주는 머드 웨곤(Mud Wagon)이 있다.
1층과 2층에는 우편물을 수집하는 우체통들과 우편물을 집으로 도착시키는 우편함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한국의 우체통도 있으니 잘 살펴보시고.
우편물 배달과 관련된 내용들을 집약해놓은 디오라마가 있다. 거기에도 등장하는 것이 강아지에게 쫓기는 우편배달부. 둘 사이의 풀리지 않는 이 영원한 숙제.
-가슴 속 이야기 담아 부치는 편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기억하시렷다? 그 얘기는 가슴 속에만 담아두지 못하고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우체국에 그런 심리에 부합하는 우편물을 취급하는 곳이 있다. 그 곳의 주소는 메릴랜드 주 저먼타운인데 그 주소로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우편엽서를 보내면 된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적는지 궁금하신가? 그럴까봐 그런 우편엽서를 많이 전시해두었다. 그 엽서들을 읽어보면 사람들이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고 그런 것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
자기 얼굴이 들어간 우표를 만들어보는 청소년들.
-우정국 수사대
어른이 이 박물관에서 특별히 신경을 써서 오래 머물러야할 곳은 우정국 수사대(Postal Inspection Service)에 관한 전시이다. 여기에는 우편물을 이용한 사기 등 우편물에 관한 범죄에 관한 꼼꼼한 전시가 있다.
그중의 백미는 테이블처럼 생긴 터치스크린에서 우편물 사기에 걸려들지 않도록 연습해보는 시설이다. 도착한 우편물을 열어볼 것인지 말 것인지 부터 시작해서 이 우편물이 문제가 있는 것인지 괜찮은 것인지 단계별로 테스트하는 것인데 아주 바쁜 게 아니라면 한 번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속지 않으려면 속이는 법을 배워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 터치스크린 테스트를 통해서 나쁜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을 어떻게 속이는지 알아보시길. 그리고 이 전시관에서는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부수입에 관한 광고도 조심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범죄 피해 막는 질문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다음 질문에 하나라도‘예’라는 답이 나온다면 극도로 조심해야한다는 글이 있었으므로 여기에 옮겨둔다.
* Do I have to pay to receive my “prize” or enter a sweepstakes?
* Am I being told to wire money back from this check or money order that I have received?
* Am I a “guaranteed” winner or told “no risk is involved?”
* Am I pressured into responding right away?
* Do they ask for advance payment or accept cash only?
(당첨된 현상품을 받거나 현상품 응모를 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해야 합니까? *수표나 머니오더를 받은 후 그 돈의 일부를 역송금해야 합니까? *당첨이 보증되었다거나 아무런 위험부담이 없는 당첨이라고 합니까? *즉각 회신하라고 압력을 보내고 있습니까? *선납을 요구하거나 현찰만 받는다고 말하던가요?)
-자기 얼굴 들어간 우표 만들 수도
2층은 우표 자체에 관한 전시장이다. 주로 우표에 관한 전시가 많은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 하나 있다.
자기 얼굴이 들어간 우표를 만들어보는 곳이다. 기계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면 그 얼굴이 스크린에 뜨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우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그 우표는 그 자리에서 종이에 인쇄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이메일 주소로 발송된다. 물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념품이다.
그 밖에 어린이가 좋아하는 것이 더 있다. 중앙홀에 우편물 운반용 대형트럭의 앞부분을 잘라서 설치해놓았는데 방문객이 그 운전석에 앉아볼 수 있다. 어린이가 커다란 대형트럭 운전석에 앉아 트럭을 운전하는 기분을 낼 수 있어서 인기가 좋다.
-유니언역의 햄버거
그리고 앞에서 마차를 소개하면서 머드 웨곤을 말했는데 이 마차는 관람객이 직접 탑승해볼 수 있어서 어린이가 있는 가족단위 관람객이 좋아한다.
그리고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10가지 재미있는 일>이라는 팸플릿도 있고, <탐정놀이(Scavenger Hunt)>를 할 수 있는 팸플릿도 있어서 재미있게 놀면서 자연스레 학습이 되도록 준비해두었다.
여기서 잠깐. 코코넛을 봉투나 상자에 넣지 않고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 제2차 세계대전 중 실제로 하와이에서 본토로 보내진 코코넛이 이 박물관 어딘가에 있다. 찾아보시길.
우정박물관 구경을 마친 후에는 옆에 있는 유니언 역사로 가서 거기에 있는 쉑섹버거(Shake Shack Burger) 가게에 들러 햄버거를 먹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마무리가 된다.
방문 정보
● 주소 : 2 Massachusetts Ave., N.E.,
Washington, D.C. 20002
● 인터넷 : https://postalmuseum.si.edu/index.html
● 개관 : 월요일-일요일 매일 아침 10시-오후 5:30
● 휴관 : 성탄절 ● 입장료 : 없음 ● 주차장 : 없음
● 교통편 : 지하철(유니온역 / 레드라인)이 권장됨
● 자가용 주차는 유니온역 주차장 이용
(http://www.unionstationdc.com/parking)
<
글/사진 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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