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전국교육위원회연합회 연례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작년에는 보스톤에서 열렸는데 올해 개최지는 콜로라도 주의 덴버였다. 내년은 텍사스 주의 샌안토니오라고 한다. 과거에 주로 동부와 서부를 번갈아 가면서 열렸던 것에 비해 지난 몇 년간은 내쉬빌, 뉴올리언즈를 포함해 남부와 중부 지역도 포함하며 개최지 위치가 전국적으로 좀 더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컨퍼런스에 다녀 올 때마다 페어팩스 학군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실감한다. 학생 수가 19만명 가량인 페어팩스는 미국 내 만오천개 이상의 학군 가운데에서 10번째로 큰 규모이다. 물론 학생 수 110만의 뉴욕, 70만의 LA나 40만 가량의 시카고에 비하면 훨씬 작다. 그러나 학생 수가 수 천명 밖에 안 되는 학군들이 부지기수 이고 불과 수 백명 밖에 없는 곳도 많다. 그러나 학군의 규모와 상관 없이 당면 과제에 비슷한 점들도 많다. 대부분 학군들이 교육 재정 부족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여러해 동안 지속되었던 경기 침체의 여파이다. 또한 미국 전체적으로 교직 희망자가 감소해 우수 교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교사 처우 개선에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교육 재정 탓에 그렇게 하지 못해 다른 직종들과 우수 인력 확보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교직을 단순히 직장으로만 여기는 마음 자세로는 좋은 교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직 진출자들의 현실적인 경제 문제도 무시할 순 없다.
또 다른 공통 과제는 빈부차이에 따라 드러나고 있는 학업 성취도 차이와 학교들 사이의 인종적 분리 현상이다. 인종적 다양성이 높은 학군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백인과 아시안 학생들에 비해 낮은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이다. 해당 학군들이 다각적으로 성취도 격차를 줄여 보려고 노력하고는 있으나 크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인종적 배경에 따라 빈부차도 드러나 흑인들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많은 학교일수록 가난하고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 학생들의 군집 현상이 보이고 있다. 군집 현상을 타파하려고 해당 학교들의 경계를 변경해 보는 학군들도 있었지만 대개가 주민들의 심한 저항을 받는다. 또한 대부분의 학군들이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교에 추가적 재정 보조를 하는데 그 정도에 따라 주민들의 반감을 사기도 한다.
성전환 학생 교육도 지난 몇 년간 미국 전체적으로 상당한 관심과 반응을 보인 과제이다. 화장실이나 샤워시설 사용 뿐 아니라 운동부 등의 특별활동과 수업과목 선정까지 영향이 미치는 이슈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도 전국 각지의 다른 학군들과 마찬가지로 버지니아 주의 한 학생이 제기해 연방 대법원에 계류 중이었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연방 교육부가 타이틀 나인 (Title IX) 이라고 불리는 연방법 해석에 대해 입장을 변경하면서 연방 대법원이 계류중인 소송을 하급 법원으로 환송했다. 따라서 연방 대법원 차원의 분명한 법 해석은 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초래 되었다. 하급 법원의 판결에 상관 없이 연방 대법원으로 다시 상고 될 것이 분명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환송 결정에 전국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의 불필요한 지속 결과가 유발되어 유감스럽다는 것이 교육위원들의 공통적 견해이다.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해 들은 강의 중에는 연방 수정헌법 제 1장 아래의 교육위원들의 표현과 종교의 자유에 관한 부분도 있었다. 교육위원들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헌법적 권리를 누리지만 일단 교육위원으로서나 교육위원의 위치를 이용하며 그러한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제한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교육위원회 회의 석상에서 일정 종교를 폄하하거나 옹호하는 발언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파적 발언도 마찬가지이다.
덴버는 1년에 300일 정도나 맑은 날씨를 보인다고 한다. 해발 5천피트 이상의 고도에 위치한 도시인데다가 타이트한 컨퍼런스 일정 탓에 몸은 좀 피곤했지만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년 컨퍼런스가 벌써 기다려진다.
<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