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세들은 모두 걸어 다니는 역사책이다. 일제에 태어나 8.15 6.25 4.19 5.16 12.12 사건 등 수많은 역사의 고비를 넘어서 맨주먹으로 미국까지 와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이들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개인의 히스토리를 들어보면 감동 또 감동이다. 이런 히스토리가 사람이 죽고 나면 그냥 사라지고 만다. 그것이 안타깝다.
“내 경험을 책으로 쓰면 책 몇 권은 된다” 고 하는 분들이 많다. 자기 자신의 스토리를 자손들에게 남겨 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 후손들이 자기 자신의 조상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면 그 후손들도 조상의 삶이 이렇게 값진 삶이었고 나는 그분들의 희생에 의하여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 것이다.
손자들과 마주 앉아서 이야기 해 주어도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소통이 잘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럴 시간도 없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컴퓨터나 테블릿 등 전자기기를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민 1세들은 자기의 살아온 삶을 남겨 주어야 한다. 언젠가는 그 책을 가지고 학교의 숙제도 하고 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더욱 치열하게 살게 될 것이다. 나의 외손녀가 학교 숙제로 전쟁에 관하여 부모나 조부모에게 실화를 듣고 클래스에서 발표해야 한다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나는 좋은 기회다 싶어서 내가 겪은 6.25 한국 전쟁에 관한 경험과 주위에서 듣고 본 경험, 그리고 인터넷 검색으로 숙제에 도움이 될만 한 사건들과 사진을 첨부하여 보냈더니 손녀가 크게 고마워했을 뿐 아니라 딸과 사위도 우리 부부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서 감사하며 감동했던 경험이 있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진을 이용하여 사진설명과 함께 자기의 과거 경험과 사회적 배경을 써 넣으면 아주 쉽다. 한 장의 사진이 천개의 문장보다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하지 않는가. 사진 자서전은 사진만 있으면 반 이상은 완성된 것이다.
또한 자기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자신의 히스토리를 추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부가 서로의 이야기를 써서 합치면 더 좋을 것이다. 사진이 있으므로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사건과 히스토리라도 남기지 않고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금년 들어 여러 지인들로 부터 부고를 받고 충격을 받게 된다. “아니 벌써? 아니 그렇게 건강하던 분이?“하면서 자서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중앙시니어센터에서 사진 자서전반을 시작하고 여러가지로 자료를 수집하고 리서치하면서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래된 앨범과 사진첩을 뒤지면서 정리를 하다 보면 옛날 생각에 한숨을 쉬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게 언제였더라? 옆에 있는 친구는 누구인지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진속의 사람들이 이미 이 세상에 없다. 언젠가는 내 후손들과 친지들이 내 사진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진다.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만 인간의 평균수명을 참고로 하면 답이 나온다. 한국인이나 미국인의 평균 수명에 현재의 나이를 빼 보면 안다. 그리고 마지막 2-3년은 신체의 어느 부분이 불편해서 완전한 사람구실을 하지 못할 것도 알아야 한다. 그러면 팔팔하게 살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이 없다. 하루 빨리 시작해야 된다. 우선 자료 수집을 위하여 나이 많은 형제나 부모님 그리고 친척들께 문의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을 해 두면 한권의 사진 자서전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메릴랜드 애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근처 해안에 가면 알렉스 헤일리 동상이 있다. 그는’ 뿌리’라는 조상의 이야기를 써서 유명인사가 된 사람이다. 그가 자기 조상 찾기 즉, 뿌리를 찾기 위한 고생한 것은 세상이 다 안다. 우리의 후손들이 백만 달러 투자해서 찾아봐도 죽은 사람의 마음속을 어떻게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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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웅 중앙시니어센터 이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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