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의 대통령이랄 수 있는 트럼프는 집권 60여일 째인 이번 주 역시 논란에 쌓여 지냈다. 지난 20일에는 연방하원 정보위원회의 공개 청문회에서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안전기구(NSA)의 두 수장이 트럼프의 두 주전 트위터 내용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단언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즉 트럼프가 새벽녘의 트위터로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와 트럼트 타워를 도청 감시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 것이 거짓이라는 결론이다. 짐 코미 FBI 국장과 마이크로저스 NSA 국장은 또한 오바마가 미국정보기관을 시켜서 자기를 도청한 것이 아니라 영국의 GCHQ란 접보기관에 부탁해서 그리했다는 트럼프의 억지 주장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사람인 경우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고 오바마에게 사과했을 것이지만 트럼프의 백악관으로 부터는 그 같은 정상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공보비서는 트럼프가 계속 옳다고 앵무새 같은 역할을 한다.
청문회에서 코미국장은 FBI와 법무성이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 정부가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 선거운동본부의 컴퓨터를 해킹해서 클린턴에 불리한 이메일 들을 위키리스크를 통해 공개하는 등 대선 과정에 개입했었다는 것을 조사중이라고 공표했다.
한걸음 더 나가서는 러시아인들과 트럼프 대선 본부에 속했던 사람들이 협조했었는지도 조사 대상이라면서 작년 7월부터 조사를 시작했지만 방첩성격을 띠운 조사이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걸려야 결론이 나올런지 예측할 수 없다고 코미국장이 부언했다.
그런데 22일에는 데빈 누네즈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미 정보기관들이 러시아인들에 대한 도청을 하던 중 트럼프 아니면 트럼프 정부인수위원회에 속한 사람들과의 대화내용이 부수적으로 녹음되었다는 정보를 자기가 입수했다고 말한 다음 백악관으로 직행해서 트럼프에게 보고하고 나오면서 또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는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정보위원회의 민주당 수석위원인 아담 시프 위원이 펄쩍 뛴 것은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다. 자신을 포함한 정보위원회 위원들에게 내용을 들려주지도 않은 채 백악관으로 직행한 누네스 위원장은 트럼프의 대변인 역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하원 정보위원회에서는 공정한 조사를 기대할 수 없으니까 새로운 조사위원회나 독립된 조사위원단을 구성해서 조사해야한다고 시프 위원은 주장한다.
공화당 상원의원이면서도 바른말 하기로 유명한 존 매케인 의원은 하원 정보위원회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대립이 ‘기괴하다’고 단정하면서 특별 조사위원단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만약 양당의 합의로 특별 아니면 원외 조사단이 러시아의 대선개입과 트럼프 진영의 러시아와의 협조 유무를 조사하게 된다면 어떤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제일 중요한 핵심을 파헤치려면 역시 트럼프의 세금 보고서가 필요할 것이다. 적어도 2001년 이후 16년 동안의 세금보고서가 있어야 트럼프 개인회사와 파트너십에 러시아 은행이나 올리가크(Oligarch)들의 투자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소련치하의 국유기업들을 옐친 러시아 대통령 이후 푸틴이 집권한 이래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양산된 부호들을 올리가크라 부른다. 푸틴과의 관계가 민영화 불하 대상에서 첫 번째 고려점이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푸틴 자신이 엄청난 치부를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푸틴의 독재로 보아 러시아 은행이나 올리가크들의 외국투자는 러시아정부 허락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런데 트럼프는 러시아 은행이나 러시아인들의 돈이 트럼프 조직으로 투자된 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2세는 러시아의 돈이 트럼프 조직의 주요 자금처라고 공언한바 있다. 트럼프의 세금 보고서 내용이 아들의 설명을 뒷받침한다면 아버지의 푸틴 예찬행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탄핵의 단초가 마련될 것으로 보면 된다.
조사위원단의 조사 가운데는 2016년 트럼프 캠페인의 두 번째 매니저였던 폴 매나포트도 포함되어야 한다. AP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매나포트는 2005년부터 2009년사이에 푸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올레그데리파스카란 올리가크와 계약을 맺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푸틴 정부에 유리한 정치, 사업과 언론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활동을 했단다. 매나포트의 보수는 1년에 1,000만 달러 였다는 보도다. 매나포트 말고도 트럼프 측근에는 릭 게이츠나 로저스톤 등 의심쩍은 인물들이 적지 않다.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트럼프 게이트라 명명될지도 모를 대형 스캔들로 미국 정치사상 가장 큰 오점의 자리를 빼앗기게 될는지 앞으로 1년 정도면 윤곽이 들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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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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