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대한 환멸감과 불신은 다양한 계층간의 타협 과정을 가로막는다. 사회적 약속이 무너지고 정부와 국민간의 신뢰가 깨지면 사람들은 정치에 환멸감을 느끼거나 이탈하거나, 그보다 더 심한 무관심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유권자 등록도 귀찮은 일로 여기고, 투표소 가기 위해 시간을 내기도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투표율이 떨어진 이유이다. 고약한 일이지만, 정치 시스템을 자신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조종하고자 기득권층은 이런 결과를 환영한다.
첫째, 우리는 왜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가? 투표가 국민의 의무이며 시민의 덕목이어서가 아니라 민주사회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하고도 합법적인 방법은 선거제도뿐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정치가 어떠하든 모두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귀찮고 나와 상관없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투표를 해야 한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하면 우리의 세상이 그들의 세상이 될수밖에 없다. 무관심은 그들의 탐욕만 살찌울 뿐이다.
둘째, 우리는 선거에서 무엇에 속지 말아야 하는가? 달콤한 선거 공약 홍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공약은 실천하겠다는 유권자와의 약속이며 신뢰의 문제이다. 국민의 혈세로 정당보조금을 지원하여 정책을 개발하라 했더니만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기획하여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것은 아주 나쁜 행동이다. 선거에 나서기 전에 이전 선거 공약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었는가를 꼼꼼이 따져 봐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투표로 물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주권자가 대리인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이다. 주권자로서의 권리 포기는 민주시민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이다.
셋째, 우리는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가? 철저한 사익 추구를 위해 투표하는 사람들은 개혁보다는 수구를 꾀한다. 비도덕적인 사람을 심판하기 위해 투표하는 사람들은 실리보다는 명분을 꾀한다. 꼴 보기 싫은 사람을 심판하기 위해 투표하는 사람들은 자존심을 내세운다. 나의 이익과 자존심을 위해 투표할 것인가? 공동체의 정의와 가치를 위해 투표할 것인가? 잠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특이한 점은, 꼴보기 싫은 사람을 심판하는 분노형 유권자는 선거 프레임의 덫에 걸릴 확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들 무당파 계층이 선거판을 좌우한다. 이들은 언론의 편파적인 세뇌와 선전에 노출되어 있다. 언론이 편파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면 유권자는 균형 잡힌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이런 시도들은 대체로 균형을 잃게하여 사람들을 조종하는 행위들이다. 기득권층은 법치주의를 딱히 필요로 하지 않으며 경제과정과 정치과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형성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게 한다. 그래서 거짓과 기만, 사기의 선거판을 제대로 가려내 사리 판단을 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어야만 한다
불평등은 정치 시스템 실패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사실을 광화문 시위 참가자들은 정확히 읽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 시스템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경험했다. 일자리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시장의 무능력을 입증하는 실업은 가장 심각한 시장의 실패이고 가장 심각한 비효율의 원천이며 불평등의 주요한 원인이다. 세계화는 서로 상호 번영을 위해 나쁜것 만은 아닌데도 탐욕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희생양을 찾고 있다.
어찌 보면,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아주 작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시위는 혁명을 하자는 게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자본이 중심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소수 상위계층의 이익이 아니라 일반 다수 대중의 이익을 반영하는 사회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말이다.
광화문 시위는 정치인들의 의식을 바꾸어 놓은 것만은 확실하다. 시장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경제 시스템이 무너지든가 정치 시스템이 무너지든가 둘 중 하나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그 대표적 최근 사례이며 결과이다. 오늘날 소수의 가진 자들의 운명은 아무것도 갖지 않은 다수 대중들의 운명과 불가피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진자 맘대로 할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표자의 편향 탓으로 돌리기에는 정치 시스템이 상위 계층에게 지나치게 편파적인 이익을 베풀고 있다. 선거 참여를 통해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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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철학자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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