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안으로 오인하기 쉬워, 환자 8%만이 질환 인지, 스마트폰 탓 20, 30대도 늘어
▶ 40세 넘으면 매년 검사 필요, 안압 높이는 근력운동 피하고 가족력 있으면 금연해야
녹내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눈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소리 없는 시력도둑’. 녹내장(glaucoma)의 별칭이다. 초기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다가 시야가 서서히 좁아져 결국 시력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시(視)신경이 파괴돼 시야나 시력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당뇨병성 망막병증, 황반변성 등과 함께 실명 3대 원인으로 꼽히는 녹내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0년 44만4,000명이던 녹내장 환자가 2015년 76만8,000명으로 5년 새 73.1%나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세계 녹내장의 주간(3월 12~18일)을 맞아 한국녹내장학회는 우리 국민의 녹내장 인식도가 극히 낮다는 연구결과는 내놨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 결과, 녹내장 환자 710명 가운데 63명(8%)만이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문석 한국녹내장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은 “세계적으로 900만 명이 녹내장으로 실명하지만 빨리 발견하면 90%가 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 “안압 정상인 녹내장 70~80%”
우리 눈의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는 여러 영양성분이 포함된 방수(房水)’가 채워져 있다. 방수가 눈 안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져 배출되면서 일정한 압력(안압ㆍ眼壓)을 유지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원인으로 안압을 올라가면 눈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눈 뒤쪽 망막 한가운데 있는 시신경이 버틸 수 있는 한도를 넘으면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녹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녹내장은 대부분 특별한 자각 증상 없이 10~20년 동안 서서히 진행되기에 노안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안압 상승으로 녹내장이 올 수 있기에 ‘안압 상승=시신경손상ㆍ시야결손’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는 오해다. 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인 경우(정상 안압 녹내장)가 국내에서 70~80%나 될 정도로 높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통계적으로 정상 범위(10~21㎜Hg)에 있어도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고혈압 저혈압 혈관질환 당뇨병 고연령 근시 가족력 등 다른 원인으로 시신경이 파괴돼 녹내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황영훈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는 “40세가 넘으면 누구라도 매년 안압 측정 및 안저 검사를 포함하는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며 “특히 근시가 높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젊을 때부터 안과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했다.
녹내장이 생기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면서 결국에 시력을 잃게 된다. 녹내장으로 진행되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 20, 30대 젊은 층 발병 늘어
녹내장은 40대 이상에서 많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는 70대 이상이 26.2%(20만1,029명), 60대 21.7%, 50대 20.7%로 고령에서 여전히 많았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당 환자는 30대가 2010년 536명에서 2015년 843명으로 57.3% 늘었고, 20대는 48.4% 증가했다. 20, 30대 젊은 층이 스마트폰 등을 자주 이용하면서 눈에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황 교수는 “20~30대 녹내장 환자 대부분은 고도 근시가 있다”며 “사실상 학창시절의 생활습관이 녹내장 발병 여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 “예방에 비타민B3가 효과”
녹내장 치료법으로 약물, 레이저, 수술 등 크게 세 가지가 쓰인다. 모두 눈의 안압을 낮춰 더 이상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안압을 20㎜Hg 이하로 낮추는 것이 1차 목표다.
약물 치료엔 점안제나 먹는 약이 쓰인다. 점안제 사용으로 눈에 이물감을 느낄 수 있고 오래 쓰면 눈 주변 피부가 착색될 수 있기도 하다. 레이저 치료는 방수가 눈 안에서 순환하는 통로에 레이저를 쏴 길을 넓이는 것이다.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적어 약물 치료의 보조 치료나 수술 전 단계에 쓰인다.
수술 치료는 아예 구멍을 뚫어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드물지만 안압이 60㎜Hg 이상인 중증이라면 시신경 모두 손상되는 데 6개월도 걸리지 않을 수 있어 즉시 수술해야 한다. 김용연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은 수술 목표가 시신경을 복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백내장처럼 시력이 회복되진 않기 때문에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고 했다.
국 학회 회장은 “녹내장은 현재로서는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적절한 약물 사용이나 레이저 치료, 수술 등으로 안압을 조절해 진행을 멈추게 하거나 더디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 “넥타이를 졸라매지 말아야”
녹내장은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안압과 함께 혈관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녹내장 가족력이 있다면 금연해야 한다. 흡연은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키므로 가족력과 더해지면 녹내장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한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녹내장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맥주를 단번에 들이키면 안압이 높아져 녹내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
자전거 타기, 등산, 달리기 등은 좋지만 근력운동은 좋지 않다. 역기 같은 무거운 물건을 들면 안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머리를 아래로 향하는 고난도 요가 동작도 역시 위험하다. 수영도 괜찮지만 수경을 착용하면 안압이 높아질 수 있다. 트럼펫, 색소폰 등 관악기 연주와 넥타이를 졸라매는 것도 녹내장에 좋지 않다.
김 교수는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장기, 바둑, 뜨개질처럼 고개를 숙이고 가까운 것을 집중해 오랜 시간 보는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물구나무서기나 팔굽혀펴기 등도 피해야 한다”고 했다.
녹내장을 조기 발견하려면 시야검사, 시신경검사, 컴퓨터 분석 안구단층분석검사 등이 도움이 된다. 녹내장을 예방하는 데 비타민B3(니아신)가 효과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지난달 18일 사이먼 존 미국 잭슨연구소 박사가 쥐를 통한 임상실험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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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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