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구시합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고등학교와 대학 농구가 그렇다. 키가 작고 동작이 빠르지 않아 직접은 잘 못해도 시합을 보고 즐기는 것은 남에게 뒤지고 싶지 않다.
지난 몇 주 동안도 고등학교 농구시합을 최소 10개 이상은 본 것 같다. 지난 주 토요일에는 관전을 위해 100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리치몬드 시까지 다녀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페어팩스 카운티의 두 고등학교가 결승전에 올라갔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랭리 여자팀과 웨스트필드 남자팀이 결승전에 진출했었다. 랭리는 아깝게 졌지만 웨스트필드는 풋볼에 이어 농구까지 같은 해에 버지니아 주 챔피온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옥튼 여자 팀과 웃슨 남자 팀이 결승에 진출했다. 옥튼은 결승전에서 워낙 버거운 상대를 만나 분전했지만 기량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올해 전체적으로 좋은 전적을 유지했다. 웃슨 팀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드브리지 지역의 힐튼 고등학교에게 신승했다. 마지막 순간에 양팀 선수들 모두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연발해 누가 이길지 모를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런데 긴장한 것은 코치들도 마찬가지였다. 힐튼이 연장전 종료 2초 정도 남겨 두고 웃슨에게 3점을 뒤지고 있었다. 3점 슛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때 힐튼 코치가 작전타임을 불렀다. 문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작전타임이 없었다는 것. 결국 그 때문에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 받아 웃슨에게 자유투 두 개를 허용했다. 웃슨에서 그 날 가장 큰 활약을 한 선수가 침착하게 자유투 두 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그렇게 해서 웃슨이 5점차로 이겼다. 55년의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버지니아 주 챔피온이 된 것이다. 나는 시합이 끝난 후 시상식에 참여해 페어팩스 카운티 팀 선수들과 코치들을 축하하고 격려해 줄 수 있었다. 체격이 훨씬 더 큰 남자 선수들과 허그 할 때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보였겠지만 흐뭇했다.
내가 농구 게임 관전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 부터였다.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다니던 고등학교 농구팀도 제법 잘 했지만, 미국에서 졸업한 TC 윌리암스 고등학교 팀이 뛰어 났다. 그 당시 미국에 이민 온지 얼마 안 되어 적응에 힘들어 하는 나를 잘 도와 주던 백인 친구 두 명이 농구 시합 관전을 좋아했다. 농구 시즌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시합이 있었는데 거의 모든 시합에 나를 데리고 다녀 주었다. 졸업 학년이 되자 나도 운전 면허를 취득했고 사용할 수 있는 차가 생겼다. 그래서 TC 윌리암스가 버지니아 주립대학에서 열렸던 버지니아 주 챔피온십 결승전에 올라 갔을 때에는 오히려 내가 그 친구들을 데리고 갈 수 있었다.
그 해에 TC 윌리암스는 28승 무패의 전적으로 버지니아 주 챔피온이 되었다. 또한 워싱턴 지역 전체에서 가장 우수한 팀으로 랭크 되기도 했다. 결승전 후 샬로츠빌에서 알렉산드리아의 집까지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며 운전해 돌아왔던 추억이 새롭다. 고등학교 때 많은 농구시합들을 같이 관전 하면서 그 백인 친구들과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영어가 아직 서툴러도 게임 관전은 그들만큼 할 수 있었고, 의사 표현이 말로 잘 안되면 손짓, 발짓, 눈짓으로 해도 서로 통하는 것이 있었다.
이제 고등학교 농구 시즌은 끝났지만 이에 못지 않게 흥분을 자아내는 대학 농구 토너먼트가 이번 주부터 3주간 열린다. 주중은 몰라도 주말에는 여러 시합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학농구 토너먼트는 타 지역에 사는 나의 두 아들과 같이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대학 농구를 함께 즐겼던 애들과 지금도 서로 떨어져 있지만 응원하는 팀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토너먼트의 여러 시합들에 대한 예측을 서로 나누기도 한다. 이제 다 커서 성인이 된 자식들과 같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농구 토너먼트에 감사한다. 혹시 대학농구 토너먼트의 묘미를 경험 못한 분들이 있다면 자녀들, 가족들과 이번에 꼭 시도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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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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