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직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박근혜 대통령 국회탄핵에 대한 여론을 물은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은 박 대통령을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16년 12월 9일,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표차인 234표(78%)로 가결됐다. 또 한번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중 ‘리얼미터’는 헌법재판소 국회 탄핵소추안 인용에 대한 여론을 물은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은 탄핵이 인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2017년 3월 10일, 헌재는 8대 0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을 인용했다.
이 모든 결실은 오로지 상식과 양심 그리고 이성을 가진 수천만명 시민들의 광화문 촛불집회와 표현의 저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회와 헌법재판소는 단지 주권자인 국민의 80퍼센트 목소리를 대리하여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불신임한 것에 불과하다.
민주제도의 효율성과 정당성 측면에서는 국민소환제나, 국민투표로 대통령 탄핵 의사를 물었어야 소모적인 논쟁이나 국론이 양분되지 않았을 터이다. 어떠하든,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권력남용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연결되는 헬조선, 흙수저, 신분 세습제에 대한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인가 신분을 얘기하고 있다. 이는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가 이토록 망가진 것은 국가운영을 맡아온 정치인들이 소수의 기득권자·특권층의 이익을 챙기는 데 열중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회 공동체란 공익성을 무시하고 사리사욕에 집착하는 도덕적 불감증을 하루빨리 도려내어 치유해야만 한다.
서민들은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주거난으로 무너지는 데도, 청년들은 12.5%라는 IMF 이후 최악의 실업률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국적을 찾아 헤매는 데도, 대학은 금수저들의 반칙으로 지성이 무너지는 데도, 초중고 학생들은 이승만 박정희 위인전 친일·독재로 정의와 불의가 헷갈리는 데도, 국정원은 북한의 김정은 반체제 인사들이 연이어 숙청이나 암살을 당하고 있는데도, 4년동안 대통령은 거짓의 가면을 쓰고 정윤회, 최순실 비선 실세와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망국의 굿판을 벌이며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을 토해낸 지난 4년은 한마디로 어둠의 자식들이 국정농단 굿판을 벌인 야만의 시대였으며, 순수이성이 깨어 있는 사람에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능멸의 시간이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후 69년 헌정 기간 동안 무려 58년 (헌정 공백기와 과도정부 포함) 보수세력이 대한민국을 집권했다. 이승만 문민독재 12년,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 24년, 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문민정부 19년을 보수세력이 집권했다. 이에 비해 진보세력은 장면 내각과 윤보선 정부, 김대중·노무현 문민정부 10년 11개월 집권했다. 집권 비율을 보면 대략 8.5대 1.5정도이다. 집권비율로 나타난 대한민국의 헌정사에 나타난 정치적 혼란과 그에 따른 책임은 분명히 보수세력에게 있다는 반증 결과이다.
이 나라 보수세력은 민주주의를 학습한 적 없으니 민주적 사고가 없다. 오로지 권력을 쥐고 흔드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뿐 이었다. 그 결과 무력에 의한 쿠테타 통치, 검찰·국가정보원등 권력기관에 의존한 통치, 재벌의 약점을 잡아 사익을 취하고 그 대가를 제공하는 정경유착, 노동자와 시민의 기본권을 부정하고, 반공 제일주의 등으로 이 나라를 지배했다. 이제는 이러한 보수의 패러다임,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과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주군이 탄핵됐으니 주판알 굴리지 말고 자진해서 해산하고 바른 정당은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새롭게 탄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되찾은 권력으로 우리가 만들 세상은 참 민주주의 세상을 여는 것이다. 그것은 더 이상 누가 누구를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탁형 테이블에서 대화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은 점수 경쟁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세상, 어른들은 생계 걱정하지 않고 아이들을 양육하며 노후를 편하게 지내며 살수있게 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정치·재벌·검찰·언론·대학을 패키지로 바꿔야 한다. 총체적인 수술로 썩어 문드러진 나쁜 토양의 논밭을 갈아엎어 새싹이 나오도록 해야한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봄바람이 그리워진다. 여느 해와 다른 새로운 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조국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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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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