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이하 사드)를 배치키로 결정한데 따른 중국의 무차별적이고 비이성적인 경제 보복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자국민의 한국 관광을 국가차원에서 금지시키고 한국의 주요 수출상품인 화장품과 식품 등에 대해 위생규정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반송, 폐기하거나 벌금을 매기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드라마 상영과 한국 연예인의 중국 TV와 영화 출연도 금지시켰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사무실에는 공안들이 들이닥쳐 종업원 근무 일지와 주재원 서류 등을 요구하는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중국 교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아예 중국에서 몰아낼 기세다.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롯데마트 매장 99개 중 절반이 넘는 55개 매장이 소방법과 시설법 위반을 핑계로 일방적인 영업정지 명령을 당했다. 이들 롯데마트 매장에서 근무하는 현지 중국인만 1만4,000명에 달해 중국 측 경제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같이 치졸한 방법으로 무차별 보복에 나서면서도 외무성 등 정부 관계자들은 ‘사드 보복’은 없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국제적 제재를 의식해서다.
이곳 남가주에서도 일부 한인 여행업·요식업·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중국인 고객이 감소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식당과 노래방, 마켓 등 한인 소매업소에서 중국인 비중은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개별 중국인 고객들의 씀씀이도 크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분쟁이 벌어지면 삐뚤어진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경제 보복을 해온 ‘상습범’이다.
센카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에는 전자제품 필수소재인 희토류 수출금지와 함께 폭력적인 반일 시위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영토분쟁을 빚은 필리핀과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사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노르웨이에게는 주요 상품인 바나나와 연어의 수입을 각각 중단했다. 달라이 라마를 초청한 프랑스와 몽골에는 각각 에어버스 여객기 150대 구매 취소와 국경 통관 차량에 대한 통행세 부과 및 차관 제공 취소 등의 조치를 취했다.
중국이 사드에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사드 레이더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궤적과 발사를 조기 탐지하는 등 핵심 군사시설이 노출돼 자국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사드 레이더의 최적 탐지거리는 800km 이하로 한반도에 국한된다며 중국의 주장을 일축한다. 실질적인 이유는 한국과 미국 관계를 이간질하고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저들의 계획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을 대상으로 핵탄도 미사일들을 대거 겨냥하고 있고 탐지거리가 5,500km에 달해 한국을 현미경처럼 감시할 수 있는 신형 위상배열 레이더를 운영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논조다.
또 사드 미사일을 제공하는 미국, 사드 레이더보다 훨씬 강한 위상배열 레이더를 미국과 함께 운영하는 일본, 중·러 국경지대에 거대한 방공레이더 시스템을 설치한 소련에는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 만만한 한국만 문제 삼고 있다.
보복 조치를 당한 일본과 필리핀은 WTO에 제소해 승리했고 일본은 주도면밀한 수출 및 해외 관광객 유치 다변화 정책으로 중국의 보복 효과를 상당부분 극복했다.
그러나 경제와 내수 시장 규모가 일본에 비해 작은 한국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중국 보복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경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국 경제보복에 맞서 중국 여행을 자제하는 대신 내국 관광지 여행, 국산품 애용 등의 주장이 누리꾼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처럼 관광객 유치와 수출 시장에서 중국 비중을 줄이고 동남아와 인도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우리 한민족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왔다. IMF 사태 때는 전 국민이 금모우기 운동을 통해 힘을 보탰다. 냉엄한 국제 안보와 경제 전쟁 현실 속에서 우리가 믿고 기댈 곳은 결국 우리뿐이다. 우리 조국이고 우리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한인들은 개인이 뭘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200만 미주한인사회도 뭉치면 큰 힘이 된다. 가능하면 한인 업소와 한국 제품을 애용해주자. 이참에 해외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왕이면 조국을 방문해 한국 내수경제 개선에 힘을 보태주자. 우리 조상들이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괜히 만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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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경제부장·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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