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병 이스라엘은 대만도 잡고 2연승, 2R 진출 예약
1회말 네덜란드의 주릭슨 프로파에 선제 투런홈런을 맞자 한국 덕아웃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연합>
한국 야구가 네덜란드에 영패하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을 눈앞에 뒀다. 대회 개막 이틀 만에 2연패를 당한 한국은 안방에서, 사실상 가장 먼저 탈락을 기다리는 수모를 당했다. 아직 공식적인 탈락은 아니지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서울라운드 A조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로 무릎 꿇었다. 9이닝 동안 6안타를 치는 데 그치고 세 차례나 병살타로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등 시종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전날 개막경기에서 복병 이스라엘에 10회 연장 승부 끝에 1-2로 충격패를 당했던 한국은 이로써 안방 대회를 2연패로 시작했고 지난 2013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은 이제 하루를 쉬고 9일 대만과 최종 3차전을 치르는데 그에 앞서 벌어지는 대만-네덜란드, 네덜란드-이스라엘 결과에 따라 대만과의 최종전을 치르기 전에 탈락이 결정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한국이 2라운드 진출 희망을 유지하는 유일한 시나리오는 이 두 경기에서 대만과 이스라엘이 모두 네덜란드를 잡은 뒤 한국이 대만을 꺾는 것뿐으로 이 경우 한국과 대만, 네덜란드가 모두 1승2패로 3자동률이 돼 한 가닥 희망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조 최강국인 네덜란드가 대만과 이스라엘을 무난히 꺾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거의 부질없는 꿈일 뿐이다.
반면 한국을 잡은 ‘다크호스’ 이스라엘은 이날 대만도 15-7로 완파하고 깜짝 2연승으로 99% 이상 2라운드 진출을 예약했다. 이스라엘은 이제 네덜란드가 약체 대만을 꺾어준다면 네덜란드와의 최종전 결과에 관계없이 2라운드 진출이 확정된다.
지난 2013년 대회 1라운드에서 네덜란드에 0-5로 패한 것으로 인해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한국은 이날 안방에서 설욕전을 노렸으나 한마디로 실력면에서 네덜란드와 맞서기에 역부족이었다.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 주릭슨 프로파(텍사스 레인저스), 잰더 보가츠(보스턴 레드삭스), 조나단 스쿱(볼티모어 오리올스), 디디 그레고리우스(뉴욕 양키스) 등 현역 메이저리거와 ‘아시아 홈런왕’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 스왈로스) 등으로 짜여진 막강한 타선에 전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였던 우완 에이스 릭 밴델헐크가 선발로 나선 네덜란드의 라인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을 압도했다.
1차전 패배로 벼랑 끝으로 몰린 한국은 에이스 양현종을 대만전에 대비해 남겨두고 네덜란드 투수들이 생소하게 느낄 변칙형 사이드암 투수인 우규민을 선발로 내세웠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네덜란드는 1회말 선두 시몬스의 안타에 이어 프로파가 우규민을 우월 투런홈런으로 두들겨 단숨에 2-0 리드를 잡은 뒤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승리를 향해 순항했다. 전날 이스라엘을 상대로 10이닝동안 단타 7개로 1점을 뽑는데 그치며 삼진 10개를 헌납했던 솜방망이 타선은 이날도 6안타로 영봉당하며 병살타만 3개를 기록했고 두 경기 합계 1득점이라는 초라한 공격력으로 고개를 숙였다.
네덜란드의 메이저리거들은 1회말 첫 공격부터 완전히 기선을 제압했다. 선두 시몬스가 깨끗한 좌전안타로 포문을 열자 다음 타자 프로파는 라이트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투런아치를 그려 일찌감치 한국의 기를 꺾었다. 이어 잰더 보가츠가 우월 3루타를 때렸지만 우규민은 발렌틴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스쿱과 그레고리우스를 범타로 처리, 그나마 추가 실점없이 1회를 마쳤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2회말에도 2사 후 안타와 2루 도루 및 캐처 송구실책으로 잡은 2사 3루에서 시몬스의 좌익선상 2루타로 가볍게 한 점을 보태 3-0으로 리드를 벌렸고 그 이후엔 일찌감치 순항모드로 들어갔다.
한편 한국 타선은 네덜란드 선발 밴덴헐크에 4회까지 2안타로 눌렸다. 1회를 빼곤 매 이닝 출루에는 성공했으나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2회 무사 1루에서 손아섭의 병살타, 3회엔 볼넷 2개로 만든 1사 1, 2루에서 서건창이 숏 병살타를 쳤고 4회 2사 후 손아섭이 2루타를 쳤지만 역시 적시타는 없었다. 5회 투수가 디호마르 마크웰로 바뀐 뒤 선두 박석민이 좌월 2루타로 포문을 열었지만 이번에도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오히려 6회말 2사 1루에서 원종현이 랜돌프 오두버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맞고 점수차가 5-0으로 벌어지면서 사실상 승부는 결정됐다. 한국은 끝내 영패를 면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필드를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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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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