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리치몬드를 다녀왔다. 그 지역 한인회 주최 장학금 수여식과 한 교회에서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리치몬드 지역에서는 처음이었는데 기회를 제공해 준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 곳에서 나눈 이야기들 중 대학교 입학 추천서에 관한 부분이 있었다.
미국의 대학 입학 사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우선 학교 성적이다. 그리고 특별 활동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두가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추천서이다. SAT 등의 시험 성적과 에세이도 있으나 먼저 언급한 그 세 가지 요소보다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진다. 학교 성적과 특별 활동은 모두 장기적 계획 수립과 더불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추천서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추천서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 입학 때 추천서 덕을 정말 크게 보았다. 입학 지원에 세 통 정도의 추천서가 요구된다. 보통 둘은 자기를 가르쳤던 선생님들로부터, 그리고 하나는 학교 카운슬러로부터 받는다. 그런데 선생님들로부터 정말 도움이 되는 추천서를 받기 위해서는 선생님이 학생을 잘 알아야 한다. 단순히 해당 수업에서 A학점을 받았다고 해서 꼭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는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이 학생을 잘 알 수 있도록 수업 시간 내 뿐 아니라 그 외에서도 관계를 형성하는게 필요하다. 물론 이런 관계 형성은 당연히 학교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내 경험을 소개한다. 나는 추천서 하나를 11학년 때의 물리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다. 이 선생님 하고는 거의 매일 아침 제법 오랜 시간의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당시 아침 일찍 출근하시는 아버지에게 라이드를 받느라고 보통 수업 시작을 한 시간 이상 앞둔 무척 이른 시간에 학교에 도착하곤 했다. 그런데 이 선생님도 매일 일찍 출근하셨다. 그 때 그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어 서투른 영어였지만 이 선생님과 물리 뿐 아니라 미국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포함해 장래 문제 등 다양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렇기에 그 선생님이 추천서를 써 주셨을 때 쯤에는 나의 성격, 됨됨이, 관심사, 장단점 등을 이미 모두 꿰뚫고 있어 당신 수업에서의 성적과 태도 뿐 아니라 나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한 내용을 포함시킬 수 있었다. 물론 선생님은 내가 당신 수업 뿐 아니라 다른 과목들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잘 아셨다. 그러나 나와 거의 1년 반 가량 매일 아침 나눈 대화가 훌륭한 추천서를 써 줄 수 있는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또 다른 추천서는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다. 영어는 이민 온지 얼마 안된 내가 당연히 가장 힘들어 했던 과목이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영어 공부에 내가 어떠한 노력을 들였는지를 가까이서 지켜 보셨던 분이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단어 10개를 외우라는 숙제를 내주실 때, 나는 20개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녹음기를 가지고 가서 단어 하나하나 발음을 녹음해 달라고 했다. 20개 단어가 부족하면 더 많이 요구 했다.
발음 교정에 대한 도움도 수 없이 많이 받았다. 특히 R 발음을 힘들어 하는 나를 어느 날 교장 선생님에게 데리고 가서 미국 동북부 출신인 교장 선생님도 그 발음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을 들려 주셨다. 나를 격려하기 위함이었다. 미국에 고등학교 때 이민 온 내가 시급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선생님께는 무척 좋게 보였던 것 같다. 당연히 그 선생님의 추천서 내용이 괜찮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지원한 한 대학의 입학 사정관은 나의 카운슬러에게 당신이 입학 사정관으로 일해 오면서 내가 제출한 추천서들처럼 잘 쓰여진 추천서들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추천서들을 읽어 본 순간 그냥 합격이었다고 했다. 그 만큼 추천서의 위력이 대단한 것이다. 이렇게 좋은 추천서를 받기 원한다면 선생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고 본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선생님들에게 꾸준히 만들어 드려야 함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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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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