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역의 맑은 날씨, 바닷바람을 따라 나래를 펴다보면 가끔 낭만에 취해 어느 아름다운 곳에 마음이 머물곤한다. SF의 마리나라고 하는 곳은 풍광도 좋지만 부자들이 많이 모여사는 동네로도 유명하다. 물론 이곳은 관광지이기도 하여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가파른 언덕에 표표히 늘어선 집들은 마치‘언덕 위의 하얀집’이라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리게 하는 정취로 취하게 한다.
이곳에 처음 정착 할 당시 중고차를 구입하기 위해 골목골목을 휘젖고 다니던 기억이 나곤하는데 무려 2시간 가량 차를 끌고 다닌 끝에 결국 안 사겠다고하자 오히려‘괜찮아’하며 악수를 청하던 차주인의 마음은 8기통 포드차의 크기 만큼이나 그윽하고 넉넉해 보였다.
아, 넉넉한 곳에 살면 마음도 저처럼 넉넉해 지는 것일까 하며 푸근함을 느끼곤 했었는데 마음의 풍요, 그것은 어쩌면 아름다운 환경이 만들어낸 시간의 퇴적인지도 모르겠다. 물질이 풍부하다고해서 지식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여유를 소유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한 편의 詩… 노래에서 쉼을 얻는다면 그 또한 마음의 평화를 찾는 오묘한 조화는 아닐까. 마리나에는 친구의 아파트가 있어서 방과 후 몰려가 히히덕거리던 추억… 분위기 있는 찻집이 많아 정겨운 곳이기도 하지만 얼마전 만났던 옛 친구의 모습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명문대를 나온 스펙에, 실력 있는 친구였지만 첫 결혼에 실패한 뒤 늘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느즈막히 만난 젊은 애인 하나로 인해 그의 인생은 결국 막장으로 치닫고 말았다. 주제파악을 못할만큼 내공이 없었다기보다는 느즈막한 로맨스가 너무 향기로웠고 또 독이 되었는지 그녀 마저 떠나보낸 뒤 그의 인생은 더 이상 살아가는 모습은 아니었다.
술과 담배, 방탕으로 찌들은 그는 몇년 만에 나이보다 십수년은 늙어 보이는 백발과 주름… 기침까지 골골하는, 말그대로 무릎이 귀를 덮는 늙고 추레한 노송(老松)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사실주의, 현실을 바로 본다는 것은 잔인한 폭우이기도 하다. 가끔은 인생에서 꿈과 현실이 동화되는 그런 여유와 브랙타임도 있으련만 삶의 순간순간은 그저 왔다 사라지는 앙상한 뼈… 한 순간의 휘파람인지도 모른다. 푸치니(의 아리아)를 들으며 지나가는 마리나의 저녁… 창문에 반사된 붉은 노을은 왜 그리 인생의 쓰라린 이야기들로 가득 다가 오는지… 이제는 먼 시간을 돌아 사실의 이야기들이 전해주는 그 애수의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고독하게 서 있는 풍차처럼… 마주한 삶이 마치 찰라와 아리아의 묘한 조화를 엿보는 것같아 가슴을 때리곤 한다. 그래서 푸치니의 예술이 사실주의, 그의 노래‘오묘한 조화’가 외로운 바람처럼 쓸쓸히 다가오는지는 모르지만 시적면서도 순박한 선율이 왠지 가슴 아픈 추억을 전해 주는 듯, 아련한 낭만으로 가슴 젖게 한다.
푸치니의 아리아들 중에는 유독 남성파트(테너 아리아)에서 아름다운 아리아들이 많은데 ‘그대의 찬 손’, ‘별은 빛나건만’같은 명곡들은 그의 사실주의 경향에서 찾아 볼 수 있겠다. 푸치니는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애절한 아리아들로 승화시켰는데‘오묘한 조화’는 토스카 1막에 나오는 노래로서 화가 카바라도시가 성당에서 막달라 마리아상을 그리고 있던 중,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
카바라도시는 마리아의 얼굴 대신 자신의 연인 토스카를 그려 넣어 옆에 있던 신부에게 들키고 마는데, 카바라도시 자신도 그것을 미쳐 깨닫지 못 했다며 그 오묘한 조화를 노래 한다는 내용. 정적인 이 노래는 아름다운 선율이라기보다는 그저 자연스럽게 내면의 한을 들려 주는 평범하고 실존적인 노래인데 미묘한 감정 전달이 무척이나 낭만적이어서 테너들 사이에선 꽤 사랑 받고 있는 아리아 중의 하나이다.
‘토스카’는 로마의 오페라 가수와 화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허무주의의 전형이라고나할까, 리얼리티한 낭만으로 사랑 받고 있는 작품으로 아리아의 제목처럼… 오묘한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이 결국 현실의 덫에 걸려 무참히 파멸해 간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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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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