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6개월 동안 차명(대포)폰을 사용하여 최순실씨와 573회 전화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게 특검이 헌법 재판소에 제출한 증거에 들어있다는 보도다. 더 기막힌 통계로는 최씨가 작년 9월과 10월 중 약 45일간 독일로 도망가 있었던 동안에도 박씨와 최씨의 통화는 127회로 하루에도 두 세 번 꼴이라는 것이다. 박대통령이 비정상적이라는 결정적 증거의 하나로 보인다. 그런데 박씨는 3월 초면 탄핵이 인용되거나 혹시 부인되더라도 금년 말이면 역사의 뒷면으로 사라질 ‘비운의 여인’이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박씨와는 다른 면에서 비정상적인 사람이다. 입을 벌리기만 하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 것은 호텔과 도박업 등 트럼프 비즈니스를 몇십년 해온 습관 때문이라는 해석에는 한계가 있는 듯 하다. 비즈니스의 협상을 하다 보면 침소봉대의 과장벽을 쌓아올리는 일도 있겠지만 트럼프의 경우는 그가 진실과 거짓의 구별을 뚜렷하게 하지 못하는 성격적 또는 태생적 결함이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마이클 플린(육군 예비역 중장)이 대선기간중 트럼프의 안보관계 자문을 했던 논공행상으로 백악관 국가안전 보좌관에 임명된 지 3주만에 해고된 사건이 있다. 작년말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의 미국선거과정에서의 개입혐의로 러시아 정보담당 외교관들 30여명을 추방시키고 다른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한 바로 그날 플린은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와 여러 차례 통화를 한 것이 그 사건의 발단이었다. 플린은 그 전화통화에서 오바마 정부의 그 제재조치를 논의한 바 없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었다. 심지어는 펜스 부통령 당선자가 1월 중순 CBS 뉴스쇼에 나가기 전에 플린을 만났을 때도 같은 주장이어서 펜스는 플린의 해명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달랐다. 플린과 러시아 대사와의 통화가 미국의 첩보기관에 의해 도청되었고 그 통화내용에는 러시아의 제재문제도 포함되어있었기 때문이다. FBI의 연락을 받은 샐리 예이츠 당시 법무차관이 플린의 거짓주장 때문에 그가 러시아에 의해 조종당할 위험성에 대해 트럼프 백악관의 법률고문에게 알려준 것이 트럼프 취임직후였음에도 불구하고 플린이 부통령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은 쉬쉬되고 있다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로 펜스가 알게 되면서 사건이 커지게 된다. 트럼프가 그런 정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통령에게는 두 주 동안이나 알려주지 않았다는게 보통일이 아니다.

트럼프의 비정상성은 2월 15일 벤자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수상과의 공동회견에서도 극명하게 들어난다. 모두발언에서 트럼프는 플린이 훌륭한 사람이라면서 그가 물러난 것이 모두 미디어 탓이라는 어거지를 부린다. 또 트럼프는 플린의 해고로 백악관 안전보장기구가 제대로 작동 못하는 혼란상태는 제쳐두고 정보기관들의 비밀(도청)문서들이 줄줄 기자들에게 새고 있는게 심각한 문제라서 조사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의 한 기자가 트럼프 당선 이후 반 유대인 낙서 등이 빈번해지는데 대해 질문을 하자 트럼프는 자기가 선거인단 표수 306으로 대승했다는 동문서답을 해서 그의 정신상태를 의심케 만든다.

9.11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란, 이라크, 예멘 등 7개 이슬람교도 다수국 국민들의 미국행을 중단시킨 행정명령이 위헌 소지가 있어 명령의 집행을 임시 중단시킨 미국사법부에 대한 반응도 비이치적이다. 그 행정명령의 배경에는 ‘사실상의 대통령’이라는 스티븐 배넌 최고위 책략가와 그의 우익정치사상을 공유하는 31세의 스티븐 밀러가 있는바 그들은 다음 주에 발표될 그 행정명령의 새 버전에도 깊이 관여될 것이라는 보도가 그 점을 예시한다.

트럼프는 폭스뉴스를 제외하고는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그리고 CNN등 매스미디어 종사자들을 ‘지구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인간들’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미 헌법이나 역사에 대한 몰상식과 몰이해를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적 자애병 환자의 고전적 증세를 다 보이고 있는게 트럼프라고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이 되면 금방 탄핵이 시작될 것이지만 그 이전이라도 트럼프의 비 정상적, 비 헌법적 통치가 악화되면 연방헌법 개정 제 25조의 4항이 발동되는 가능성을 점치는 칼럼니스트들도 있다. 그 조항에 의하면 부통령과 내각 각료들의 과반수가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결정문을 상원의 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송부하는 즉시로 부통령은 대통령 대행으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는 2년짜리 대통령 아니면 그 이전에도 퇴출 당할런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남선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