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니스트>
사람들은 끈질기게 도널드 트럼프를 대중인기주의자(populist)라고 말한다. 나는 그 단어의 뜻이 그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의미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이른바 대통령’(so-called president)은 일부 평범한 미국인들이 지닌 인종주의와 편견을 헌법을 곧이곧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소심한 엘리트들에게 흘려보내고 있다.
O.K. 누군가 고함을 지를지 몰라도 자신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연방판사를 ‘이른바 판사(so-called judge)라고 부른 트럼프를 ‘이른바 대통령’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까지 나온 그의 경제 정책은 도덕적 하자를 지닌 기업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속이고 착취할 수 있게끔 힘을 실어주는 것 일색이다.
트럼프와 그의 의회 내 동지들은 재정개혁, 그중에서도 특히 소비자를 약탈자로부터 보호하는 조항들을 철폐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는 연방노동부를 향해 오바마 행정부가 오는 4월부터 도입키로 한 새로운 ‘신의성실 규정’(fiduciary rule)의 시행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이 규정은 금융기관들이 은퇴연금 등에 대해 자문하면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액의 커미션을 챙기기 위해 투자자의 신뢰와 기대를 배반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지난 2010년 재정위기의 여파로 제정된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을 약화시키는 행정명령도 발령했다.
신의 성실 규정을 폐기하고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을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은 공화당 의원들 및 금융업계의 우선순위와 일치한다. 연방 의회의 공화당과 금융업계는 금융규제를 지독히 혐오한다. 특히 금융규제가 소비자들을 강자의 횡포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렇다면 신의성실 규정은 도대체 왜 생겼는가? 401(k)를 비롯, 소셜 시큐리티에 덧붙여 미국인들의 주요 은퇴소득원인 각종 은퇴플랜이 주된 이슈였다.
적립된 은퇴플랜 적립금을 투자하기 위해 사람들은 재무상담 전문가를 찾는다. 하지만 재무 설계사들에게는 그들의 커미션 수입보다 고객의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조언을 해주어야 할 법적의무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에 실시한 연구는 ‘이해상충이 생기는 투자상담’이 은퇴자금의 투자수익률을 1% 포인트 축소시킨다고 결론지었다. 평범한 미국인의 노후자금이 매년 170억 달러 가량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 돈은 대부분 다양한 금융업계 ‘선수’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간다.
그리고 지금 백악관은 이 같은 부정한 게임이 계속 진행되도록 힘을 쓰는 모양새다.
공화당 의원들은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을 전면폐기하기를 원하지만 아직 가결에 필요한 충분한 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들이 현재 취할 수 있는 노력은 금융사기로부터 일반 가정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인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을 흔들어 이 법의 집행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것이다.
미래의 재정위기 리스크 축소가 목적인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은 거대한 금융충격이 다시 닥치기 전까지는 완전한 검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비해 금융소비자보호국은 호시절이건 불황기이건 상관없이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들을 다루도록 고안됐다.
세간의 평가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보호국은 업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수수료를 낮추며 사기행위를 밝혀내는 등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엄청난 파문을 불러온 웰스파고 은행의 스캔들도 금융소비자보호국에 의해 세상에 밝혀졌다. 웰스파고 은행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의 동의나 사전 지식 없이 그들의 이름을 도용해 은행계좌, 크레딧카드와 각종 서비스 가입신청을 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보호가 트럼프의 사선(firing line)에 놓여 진 이유는 무얼까?트럼프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골드만삭스 출신의 은행가 개리 콘은 “신의 성실 규정은 메뉴에 건강식만을 올려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불량식품을 원하는 사람에게 그것을 먹을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논리다. 물론 신의 성실 규정의 진정한 역할은 그게 아니다. 보다 정확한 비유는 “식당 측이 1인분에 1,400칼로리의 열량이 담긴 음식을 건강식이라고 주장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트럼프는 금융개혁법에 관한 자신의 적대감에 대해 다른 설명을 제시한다. 금융개혁법이 신용 가용성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그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훌륭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친구들이 돈을 빌릴 수 없다고 푸념한다”고 전한다.
트럼프가 말하는 ‘훌륭한 사업체’가 무엇일지 알아보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 될 터이다. 우리가 아는 바로는 대다수 미국 은행들이 트럼프의 사업체들을 피하려든다. 트럼프는 아직도 자신을 사업체로부터 분리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채무불이행 전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출을 받으려는 일반 사업자들은 자금조달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전국자영업연맹(NFIB)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기업들 가운데 자금가용성에 불만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은 단 4%에 불과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은행의 전체 대출은 도드-프랭크법이 제정된 이후 활기를 보였다.
그러면 금융규제에 대한 공격을 불러온 동기는 무엇일까?바로 금융업계가 관련지식도 없고 무방비상태인 소비자들로부터 뽑아낸 어마어마한 돈이다.
금융개혁은 이런 부당한 행위를 거둬들이기 시작했지만 분명히 알 수 있듯 정치 지도자는 되돌리기를 다시 되돌리려 시도한다. “금융 괴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폴 크루그만 약력
-예일대 경제학부 졸업
-MIT 경제학 박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 1882~1983년
-전 MIT·프린스턴 대학 경제학·국제학부 교수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현 뉴욕시립대 경제학 교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1999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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