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일 국내외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직설적이고 구체적이며 힘 있는 취임 연설로 많은 지지자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무언가 허전하고 빈약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연설 속에서 좀처럼 의미 있는 메시지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메시지(message)의 시대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메시지 홍수의 시대이다. 우리는 수시로 사회관계망을 통하여 각종 뉴스나 정보 관련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하루에도 지인들과 많게는 수 십여 차례 이상 메시지를 나눈다. 컴퓨터나 자동차 전자기기 등은 스스로 알아서 필요한 메시지를 전해 준다. 지구 반대편에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나 뉴스들이 메신저를 통하여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수많은 메시지 중에는 사소하거나 우스개 내용을 담은 단순한 메시지도 있지만,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情報)를 담은 메시지도 있고, 받는 이의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사람냄새 듬뿍 담은 메시지도 있고, 공간적 거리나 나이를 뛰어넘어 서로를 디지털 친구 혹은 지구촌 촌우(村友)로 이어주는 보편적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메시지들도 많이 있다.
특별히 대통령 취임연설은 앞으로 대통령이 현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지 대통령의 메시지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자리이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메시지 이외에는 별다른 메시지를 듣지 못하였다. 미국 중심, 부강한 미국, 보호무역, 고립주의, 국경 강화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 우선주의는 이미 오래전에 들었던 철 지난 메시지이지, 오늘날 급변하는 정보통신 문화의 시대, 국제적 상호 협력과 상호통상 나아가 지구 전체의 지속 발전과 평화를 추구해야 하는 지구촌 시대의 미국대통령에게는 그리 어울리는 메시지가 아닌 듯하다.
적어도 한 나라 대통령의 연설에는 열정이나 달변이나 화려한 수사(修辭) 이전에 열렬 지지자 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공감하는 메시지 곧 역사와 다가올 시대를 담은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메시지를 중심으로 본다면, 오히려 같은 날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고별연설에서 행한 “행동하고 참여하는 시민” 이라는 메시지에 더 마음이 간다.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채 탄핵심판 인용(認容) 여부를 기다리는 박근혜 대통령도 메시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이 3차례의 대국민담화를 발표 하고, 불쑥 옹색한 형식의 기자회견도 하고, 한 인터넷 방송 인터뷰를 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때로 눈물도 비치고 애통해 하는 음조(音調)에 다소 길고 장황한 자기변호나 사과의 말도 있었지만 그 속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의 표현 곧 메시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메시지 없는 정치지도자의 연설이나 담화는 지루하고 공허하다 못해 사회적 공분을 가져 오기도 한다. 정치지도자의 말에는 적어도 진심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며, 역사와 시대를 담은 미래를 위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어디 정치 지도자뿐이겠는가 언론인, 종교인, 예술인은 물론 일반 시민도 나름 자신의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진심을 담은 메시지는 서로를 이해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며, 하나 되게 하기 때문이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패트릭 헨리의 짧고 단순한 명연설 메시지가 미국의 독립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듯이, 메시지는 또한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국가나 사회의 발전이나 사회통합을 이루어 낼 수도 있다. 메시지의 놀라운 힘이다.
우리는 메시지의 시대를 살고 있다. 수많은 메시지를 보내고, 받고, 받은 메시지를 나르며 편리하고 즐겁고 유익하게 살고 있다. 때로 예수 그리스도나 성현(聖賢)의 삶을 통하여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그리워하고 찾기도 한다. 대통령의 연설에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하듯, 우리의 삶에도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올해는 메시지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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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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