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약값·상담비 지원, 성공 땐 본인부담금 환급
▶ 주변에 금연 사실 알리고 한달 정도 술자리 피해야, 흡연 욕구 땐 양치나 체조 약물치료 병행하면 도움
이것만은 실천하자 - (5ㆍ끝) 금연
새해에도 금연클리닉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폐암 주세요, 후두암 주세요’라는 금연광고를 비롯해 혐오감을 유발하는 담뱃갑 경고 그림까지 사회적으로 금연 압박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작심삼일이다. 삼성카드 빅테이터연구소가 최근 편의점에서 흡연자들이 쓴 신용카드 매출을 분석해보니 흡연자 4명 중 1명은 신년 이후 사흘 안에 금연을 포기하고 담배를 샀다.
또 새해 첫날부터 보름까지 흡연자의 57%, 한 달 새 77%가 담배를 다시 샀다.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금연 결심했던 10명 중 8명이 담배를 다시 피워 물은 것이다.
흡연은 ‘니코틴 의존성 질병’이다. 니코틴에 중독된 이상 정신력만으로 담배를 끊기 어렵다. 실제로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3~5%에 불과하다. 혼자 분투하기보다 금연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해 의사 도움을 받으면 한결 수월히 금연할 수 있다. 2015년부터 건강보험공단은 약값과 상담비를 지원하고 성공판정을 받으면 본인부담금을 100% 환급해준다. 우리나라에서 흡연으로 매년 6만 명이 사망하며, 흡연 때문에 드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7조 원이 넘는다.
본인 의지만으론 금연 성공 3~5%에 불과
금연이 힘든 이유는 담배 속 니코틴이 강력한 중독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은 뇌 속 니코틴 수용체에 작용해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한다. 이런 작용은 담배 피운 지 7초 만에 나타난다. 하지만 니코틴 배출에는 3일이 필요하다. 니코틴에 중독된 사람은 니코틴이 공급되지 않으면 불안감, 소화장애, 변비 등이 생긴다.
이런 니코틴 중독 현상은 담배를 오래 피우고, 더 많이 피울수록 강해진다. 뇌 속 니코틴수용체가 늘어나고 니코틴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번 담배를 우면 담배를 끊거나 흡연량을 줄이기 어렵다.
최근 연구결과, 담배를 하루 한 개비만 피워도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미국의학협회 학술지(JAMA)에 실린 3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하루에 담배를 한 개비씩 피운 그룹은 비흡연자 그룹보다 사망 위험이 64%나 높다. 2~10개비씩 피운 그룹은 87% 높은 것과 비교해도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은 “적게 피워도 연기를 깊게 빨아들이면 몸에 흡수되는 발암물질의 양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금연 시작일을 정할 때에는 스트레스 받을만한 일을 마무리한 뒤 가능하면 자녀생일이나 결혼기념일과 같은 의미 있는 날을 택하는 게 좋다. 또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금연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며, 금연 서약서를 쓰도록 한다. 담배 라이터 재떨이 등을 모두 버리고, 금단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불안, 집중력 감소, 식욕증대 등에 대비책을 세운다. 또 금연이 어느 정도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달 가량은 흡연을 유발하는 술자리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연을 시작하면 2~7일에 금단증상이 최고조에 달한다. 1주 후부터 줄어들어 최소 2주 가량 지속된다. 두통, 어지럼증이 대표적이다. 이는 신체가 새로운 산소 농도에 적응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박진경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흡연 욕구는 대개 5분 이내 절정을 이루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휴대전화로 5분 알람을 설정하고 양치나 체조를 하며 우선 5분만 담배를 참아보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녹차나 허브차를 대신 마시고 의사와 상담해 니코틴껌 등을 처방 받는 것도 좋다. 금연 7일에서 1개월 사이, 기침 가래가 줄고 몸에서 나는 담배 냄새가 사라지며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가벼워진다.
천은미 이대의료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금연이 어려우면 의료인에게 상담하고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현재 금연 치료에 가장 많이 처방되는 바레니클린(챔픽스)을 먹으면 금연 성공률이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할 때보다 10배 정도 높다”고 했다.
“국가 금연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2015년부터 정부는 금연을 돕기 위해 병ㆍ의원 금연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금연치료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www.nhis.or.kr)나 문의전화(1577-1000) 등에서 안내 받을 수 있다.
금연치료 의료기관으로 등록된 병ㆍ의원에 방문해 치료를 받으면, 12주(84일) 6번의 상담치료와 바레니클린 등 금연치료 의약품이나 니코틴대체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준다. 첫 1~2회 차 치료비 일부는 환자가 부담하고, 3회 차 치료부터 무료다. 12주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면 1~2회 차 치료비도 환급을 받아 결국 환자의 비용부담은 전혀 없다.
금연치료를 받기 위해 처음 병ㆍ의원에 가면 니코틴 중독도 테스트를 받게 된다. 과거에 금연을 시도한 적이 있는지, 시도했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부작용은 없었는지 등도 질문을 받게 된다. 중독도가 상ㆍ중ㆍ하 가운데 중등도 이상이라면 혼자 힘으로 금연하기 어렵다. 금연치료 의약품을 먹으면 금연보조제(니코틴 패치ㆍ껌ㆍ사탕)만 사용했을 때보다 금단증상 완화효과가 크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천식 등 이미 건강에 문제 있는 사람은 금연치료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실제로 흡연은 COPD 발병 위험의 90%정도 차지하며, 우리나라 남성 흡연자 4명 중 1명은 COPD 환자다. 흡연은 또한 심혈관질환의 주 요인이고, 흡연으로 사망한 사람 3명 중 1명 이상은 심혈관질환이 원인인데도 불구하고 30세 이상 고혈압 환자 중 31%는 흡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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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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