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 들어 처음으로 심포니 홀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난 몇 개월 동안은 음악회를 거의 못가기도 했지만 데이비스 홀 무대 분위기는 마치 전에 살던 동네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주위의 사람들도 오랫동안 그리다가 보는 사람들처럼 다 반가운 마음이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새해인사. 누구든지 한마디 할 수 있는 인사의 시간, 늘 눈인사를 주고받던 내 앞자리의 할아버지가 안 보인다. 음악회 내내 졸다가도 끝나면 열심히 박수치고 브라보를 외치던 귀여운 할아버지인데... 궁금하고 약간은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불은 꺼지고 지휘자는 포디움에 서고 바톤은 올라가고 연주는 시작된다. 말러의 작품으로만 짜여진 음악회 이다. 첫 곡은 짧은 오케스트라 곡. 말러 특유의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 화려하고 깊은 현과 관의 색채의 조화 등이 무대에 번져가면서 눈앞에 시원한 전원이 펼쳐진다. 대부분 말러의 심포니는 채색된 웅장함과 노래를 많이 삽입하여 호소력이 진한 편이다. 형식에도 틀과 자유스러움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재주가 있다.
합창과 심포니의 배합은 베토벤의 9번 합창 심포니 이후 많은 후배 작곡가들에게 전수된 스타일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의 배합을 가장 잘한 작품들은 역시 말러의 심포니 들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노래만 따로 보아도 오페라와 오케스트라 가 엮는 한 쌍의 아주 훌륭한 조화이다. 말러의 노래들은 음악적으로는 서정성과 극적인 오페라의 이중적 특성을 응축하고 각본은 바그너의 소재들처럼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의 요소를 밑그림으로 하고 있다. 말러는 자신이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써 바그너 오페라 연주에도 헌신하였으나 본인은 오페라를 한 작품도 쓰지 않았다.
말러의 작품 중에 가장 뮤지컬 드라마에 가깝다는 것이 “비탄의 노래” 이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말러(Gustav Mahler 1860-1911)가 19-20세 때에 쓴 초기작품, 3부로 구성된 ”비탄의 노래(Das Klagende Lied)” 를 드라마틱하게 해프 스테이징으로 무대에 올렸다. 댄서들이 고뇌를 그리는 심리적 표현 숲속의 환경적인 표현까지 밑그림을 잘 그려줘서 이해하기 쉽고 무대 양쪽으로 자막이 나와 말귀도 잘 알아듣겠는데 말러 음악 치고는 너무 지루하고 색깔의 변화가 없어 무용이나 연기에 집중이 되는 즉, 오디오 보다는 비주얼의 연주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연기도 너무나 과장이 되어 ‘말러의 비탄의 노래’ 음악을 이해하고 집중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크나큰 오점을 남겼다. 성숙한 안무에 아직 어린 음악의 배합이랄까, 그러나 코러스의 견고하고 열정적인 소리들은 항상 위안이 된다. 보험을 잘든 결과처럼 항상 든든하게 받쳐주는 심포니 코러스가 고맙다.
말러라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와 가슴을 뛰게 하는 깊은 색조들을 무조건 믿었던 나의 착각이다. 한 마디로 무척 실망스러운 작품에 안타까운 연주였다. 이 음악회의 구원자는 첫 번째 연주된 “Blumine (꽃다발)” 특히 트럼펫주자의 화려하고 눈부신 연주가 빛을 내주었을 뿐. 두 번째 곡이었던 말러의 ‘4개의 연가곡’(Songs of a Wayfarer)과 비탄의 노래의 주역격인 메조소프라노 Sasha Cooke도 목이 쉰듯한 약한 저음으로 감동이 덜 해 채워지지 않는 답답한 음악회였다.
올 첫 음악회의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던 나를 위로하려 맨 첫 작품의 트럼펫 소리의 여운만 기억하기로 마음을 달랬다. 음악회를 보고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바로 지독한 감기에 시달리며 며칠 동안 다시 말러를 생각하니 19세면 아직 틴 의 나이에 그런 거대한 곡을 썼는데 얼마나 훌륭한가..
모든 것은 나의 지나친 기대와 말러의 부푼 가슴이 나를 비탄으로(?) 만들었나보다. 지난 몇 십 년의 오랜 기간 최고의 연주자 최상의 오케스트라들의 연주만을 들으며 호사스러운 귀 최상의 떨림만이 강한 감명만을 원하게 된 것으로 웬만한 연주는 감동이 오지 않는다. 스포일이 된 음악회의 사치성? 아니 자꾸 비고 모자란 것 때문에 채워지지 않으면 힘들고, 그래서 충족감이 덜 한 것같다. 다각적으로 전체의 흐름을 또 창작적인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마음과 귀를 새로 연다면 조그만 곳에서도 반짝이는 보속을 보련만. 편협 된 마음이 넓어지는 겸손한 마음이 된다면 내게 이 음악회는 성공적이다. 새해에는 사람의 내면으로 부터 들리는 소리에 더 귀 기울여 보겠다.
<
장 스텔라 음악 칼럼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