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7년 가을학기에 대학에 입학하게 될 12학년 학생들의 조기전형발표가 있었다. 하버드에 들어가기에 충분한 아이인데 떨어졌다고 아쉬워하는 경우도 있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드림스쿨에 합격했다고 환호성을 지르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 들어가기는 아직도 하늘의 별따기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한인 학부모들도 자녀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어릴 때부터 기초를 단단히 쌓게 하고 다양한 스펙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수의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 어떻게 사느냐를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명문대에 입학시켜 편하게 살라는 심정으로 아직도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을 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자녀가 명문대 들어갔다고 기뻐하기만 할 시대는 지났다. 명문대 합격했다고 방심하는 사이 자녀가 제대로 적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졸업반이 되는 경우도 있으며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든가 마지 못해 부모의 비즈니스를 물려받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물론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아서 성공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가꿀 수 있다면 이것은 금상첨화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구하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다.
이젠 대학만 졸업하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던 시대는 지났다. 중고등 학생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자세로 실력을 기르지 않으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힘들게 되었다. 대학졸업생들은 쏟아져 나오고 직장에서는 실무 경험이나 실력이 있는 대졸생들을 원하고 있기때문이다.
UC 계열의 대학을 졸업한 한인 여학생은 1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IT 계통의 회사에서 파트타임 인턴사원으로 지속적으로 일을 했다. 물론 풀타임으로 학교를 다니면서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회사직원들과 인맥을 쌓고 충분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이 회사에서 러브콜이 와 금방 취업을 할 수 있었다. 요즘은 대학에서도 인턴십을 거친 고등학생의 입학을 선호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턴십을 하다보면 자신의 능력과 소질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뚜렷한 직업적인 가치관에 토대를 두고 공부와 일을 연결시키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대학을 졸업한 후의 취업이 쉽지않게 되었다.
일단 학부모들은 대학입학에 앞서 자녀들 스스로가 내가 어떤 일을 하면서 살면 가장 보람을 느끼고 행복할 것인지 어릴 때부터 적성을 토대로 ‘직업선택의 기준’을 스스로 리서치하고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2013년 본보 주최 칼리지 엑스포에서 적성검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 데 1,000여명에 가까운 지원자가 몰려 깜짝 놀란 일이 있다. 그만큼 부모로서 자녀의 적성을 올바로 찾아주기 위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막연하게 의사, 변호사, 약사 등이 많은 보수를 받고 안정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인기 업종으로 선호하는 것은 곤란하다. 즉 자녀의 적성에 맞춰 이 직업에 종사했을 경우 본인이 행복하게 보람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지를 사전에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의 거창고 강당에 걸린 오래된 액자에는 직업선택 십계명이 써있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라, 승진 기회와 장래성이 없는 곳을 택하라,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로 가라,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등 대부분이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내용이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좋은 조건만이 ‘직업선택의 기준’인 요즘 세태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것들이다. 그러나 “무엇이 되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를 강조한 이 직업선택 십계명은 대학을 졸업한 자녀들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한 번쯤은 새겨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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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2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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