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의 한 대형 사우나는 늘 타인종 고객들로 북적인다. 많을 때는 전체 고객의 70~80%를 차지한다. 웨스트우드나 베벌리힐스 같은 부촌의 백인들이 가족 혹은 친구끼리 삼삼오오 방문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띤다. 멋모르고 처음 이곳을 찾은 한인들은 “한인 찜질방이 맞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곳에 비한인 고객이 부쩍 늘어난 때는 2년 전 쯤이다. K팝이나 한류의 영향으로 타인종 고객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인 한방’은 할리웃 유명 코미디언의 이 찜질방 방문기가 유튜브 등 소셜 네트웍서비스를 타고 전파되면서 부터다.
찜질방이 대체 어떤 곳인지 컨셉이나 존재조차 모르던 미국인들이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찾아왔다가 그 매력에 푹 빠져 버린 것이다. 온라인 동영상 한 편의 위력이 이 정도라니 놀랍기만 하다.
온라인의 ‘입소문’ 파워는 한 사람을 기사회생시키기도 한다. 웨스트 LA의 한 주류병원 안에서 레스토랑을 했던 한 한인의 이야기다. 10여 년간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던 중 랜드로드가 병원 건물을 팔게 됐다. 그 자리에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입점하기로 하면서 그는 식당장비와 권리금 한 푼 챙기지 못한 채 빈털터리로 쫓겨 나는 신세가 됐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각한 건물주를 찾아가 사정을 호소했다. 그동안의 좋았던 관계 덕분인지 랜드로드가 미국사회에서는 흔치 않게 약간의 ‘위로금’을 전했다. 그는 그 돈을 밑천 삼아 패사디나의 외진 지역에 조그만 타코 가게를 매입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가장 대중적인 햄버거집으로 ‘업종 변경’을 결심하고 맛집이란 맛집은 모두 돌아다닌 끝에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했다.
큼지막하고 먹음직스런 패티에 비법 소스까지 곁들인 햄버거의 맛은 자신만만이었지만 문제는 홍보였다.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진데다 자그맣고 불편한 매장은 고객을 끌어들이기에는 너무 불리했다. 그렇게 세월만 흘러갔고 비즈니스를 포기할 생각까지 하던 차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부터 고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보니 이곳에 들렀던 손님들이 옐프에 ‘너무 독특하고 중독성 있는 맛’ ‘인 앤 아웃보다 더 낫다’라며 ‘엄지척’ 리뷰를 잇달아 올리면서 입소문 광풍이 불었던 것이었다. 그는 사업이 성공궤도에 오른 지금도 “온라인 리뷰 사이트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던 나를 되살려준 평생의 은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온라인 리뷰사이트의 막강한 힘이 항상 ‘고마운 쪽’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대처하거나 관리하지 않으면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고객들의 잇단 불만으로 낮은 별점을 받기라도 하면 ‘평판을 먹고 사는’ 요식업의 경우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손님이 줄고 매상이 떨어지는 문제만이 아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얼마 전 한 피자가게에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났다는 불만을 리뷰 사이트에 남긴 한 소비자는 그 이튿날 시 보건국에서 그 업소와 관련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정부기관이 소비자 리뷰사이트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감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옐프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은 맛집들이 잇달아 연방국세청의 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한인업소들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타인종이 제법 많이 찾는 한 비즈니스의 리뷰에는 ‘프론트 데스크 너무 불친절’ ‘영어가 미숙해 의사소통 불편’이라는 불만이 1~2년 전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됐다’는 댓글은커녕 비슷한 리뷰만이 주기적으로 달릴 뿐이다. 오너가 고객의 리뷰만 제대로 체크해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데 말이다.
이제 온라인 입소문은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하지만 아직도 이에 무관심하거나 도외시하는 한인 오너가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비즈니스 입소문에 관해서는 통설이 있다. 좋은 입소문은 3명에게 전하지만 나쁜 입소문은 33명에게 퍼져나간다거나 좋은 입소문은 기어서 가지만 나쁜 입소문은 날아간다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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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특집2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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