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내 또래 중년들 가운데 단체기합 한 번 안 받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이민 온 나도 고등학교 때는 몰라도, 중학교 시절에는 여러 번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반에서 간부로 있었던 덕에 단체기합 시 우선적으로 기합을 받기도 했다.
당시에 기합을 받은 이유들이 모두 기억나진 않는다. 그러나 한 번은 우열반으로 학급이 나뉘어졌을 때 우반이었던 우리반의 분위기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혼이 났던 적이 있었다. 또한 체벌이 허용되었던 당시에 학급을 대표하는 간부들부터 “매”를 맞는 경우엔 우선적으로 피해를 보기도 했다. 한 두 명 먼저 맞기 시작하다가 수업 종료 종이 울리는 바람에 나머지 급우들은 매를 피하게 된 적도 있었는데 간부라서 먼저 맞아야 했던 나는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반 분위기가 건방졌다는 이유로 반 전체가 기합을 받는다거나, 간부부터 먼저 혼나는 문화 모두 어쩌면 군사문화의 잔재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된 나는 그 당시의 그런 문화가 아직도 한국의 학교들에 존재하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얼마 전 어쩌면 그런 단체기합과 견주어 볼 수 있는 사건이 버지니아 주의 한 고등학교 남자 농구팀에 일어났다. 그리고 그 팀에 내린 벌칙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팀은 겨울방학 기간 동안 토너먼트에 참여했다. 그런데 한 시합이 끝난 후 일부 선수들과 응원팀 멤버들이 상대팀 응원 관중 일부에게 폭력을 가하는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의 폭력 행위는 고스란히 비디오 카메라로 녹화되었는데 계획적인 행위가 분명했음이 드러났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해당 팀 학군의 교육감이 팀의 잔여 농구 시즌을 모두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교육감의 결정에 선수 부모들이 불복해 교육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교육위원회는 이에 대한 비공개 청문회를 가졌다. 3시간 이상의 청문회 후에 교육위원회는 교육감의 결정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교육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선수 부모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기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법원에 소송 제기는 가능한데, 법원은 일반적으로 교육위원회의 결정이 전혀 근거가 없는 임의적인 것이 아닌 이상 교육위원회의 결정을 그대로 존중한다. 그렇기에 소송은 아마 별 소득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소송 진행 동안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선수들이 시합에 계속 참여할 수 있게 되지 않는 한 소송이 채 끝나기 전에 농구 시즌이 종료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팀의 모든 선수들에게 악영향이 미치는 시즌 취소 결정에 대해, 폭력행위에 참여하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억울한 처사라는 항의가 있다. 폭력 참여 선수들은 처벌 받아 마땅하지만 참여하지 않은, 즉 잘못한게 없는 선수들까지 왜 불이익을 당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그 선수들 가운데에는 농구를 계속하는게 대학 진학 등 여러면에서 꼭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렇게 단체기합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폭력 선수들은 징계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시즌의 잔여 스케쥴을 소화시킬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폭력에 참여하지 않은 선수들이 과연 무엇을 잘못했느냐는 항변이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그러한 사건이 만약에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학군 내에서 발생했다면 내가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과거에 내가 단체기합을 받았을 때, 그리고 특히 간부로서 우선적으로 벌을 받았을 때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과연 폭력행위에 참가한 선수들만 징계했을까, 아니면 운동부의 특성 상 일정 부분 이상이 징계 사유가 되는 행위에 참여했을 때 팀 전체를 벌 주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그럴 경우에 과연 어느 정도의 선수들이 징계 사유 행위에 참여해야 팀 전체가 벌을 받아야 된다고 판단할까라는 질문들이 머리에서 맴돈다. 그런데 아직도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 확신을 갖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단지 그러한 물음에 답해야 할 경우가 없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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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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