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이념은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개인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생각이 밖으로 표출되는 견해가 이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 개인의 신념에 의한 행동이 집단적 의식체계로 결속됐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우선은 이념 색깔로 차별화된 정당이 창당될 것이다. 다음은 정책의 큰 줄기를 통해 당원을 모집하고 그 세력을 키우기 위해 조직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세력이 규합되면 자기들의 견해를 대변하는 후보를 낸 후 지지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편을 가르고 싸울 것이다. 한마디로 정당은 이념의 싸움터이다.
보수, 중도, 진보라는 구획구도 아래 구조적으로 갈등을 표출 하는 것이 이념의 속성이다. 선의로 자기 견해를 피력한 것이 집단적 힘이 결속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 사회적 갈등을 산출한다.
보수와 진보 논쟁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것은 우리의 삶과 사회를 개선하는 좋은 정책을 산출하지 못한 채 대결을 위한 투쟁만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이념간 대립을 타개하는 활로는 먼저 다원주의에 대한 옳은 이해로부터 시작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이념이 절대적인 진리라 생각하여 다른 이념을 상대적으로 폄하하고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념만을 강조했을 때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 대화는 상대에 대한 인정을 전제로 한다. 다원주의는 여기서 의미를 갖는다.
보수는 기존질서를 수호하며 자유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보수는 안정을 추구한 만큼 비판과 공격 대상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수의 특징은 경험적 사실이 축적된 관행, 관습, 전통, 역사를 중시하고 개인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현실주의 사회를 고민한다. 그래서 실천하는 현실주의 리더를 선호한다. 보수는 인간의 욕망을 위해 경쟁을 통한 무한한 사유재산 가치를 중요시 한다. 또한 작은 정부, 규제 철폐, 성장 같은 법과 정책을 선호하고 관료제를 기피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보수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진보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이성을 신뢰하며 과학과 이성의 작용을 통하여 인간의 행복과 복지 수준을 꾸준히 향상시킬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진보는 탈법. 불법적인 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급진적인 개혁을 추구하기 때문에 보수에 비해 비판과 공격 대상이 그만큼 더 크다. 진보의 특징은 협력과 연대를 통해 이상주의 사회를 꿈꾼다. 그래서 이론과 논리로 무장한 선동가를 선호한다. 진보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 공유의 가치 평등을 중요시 한다. 또한 큰 정부, 규제, 복지 같은 법과 정책을 지지하고 관료제를 선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진보는 사회의 집단지성을 위해서는 천부인권과 그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는 보수와 진보간의 경쟁이 매우 당연한 것이고 건강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경우 좌우의 경쟁이 가치와 정책의 차이를 넘어서 배타적이고 적대적이기까지 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서구의 이념갈등은 노동과 자본 혹은 분배와 성장이라는 경제적 이슈를 토대로 출발한 반면 우리의 이념갈등은 해방 후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냉전 이슈를 토대로 출발했다. 이러한 좌우 진영 나누기는 안보 프레임 속에 묶여 그 여파가 사회, 경제, 문화,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의 갈등구도를 지배하고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해 특정 이념을 강요하고 세뇌시키고 분열시키는 행위는 정당의 목표도, 보수 진보의 목표도 아니다. 국가 안보는 냉전이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안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며 목적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정체성을 이념으로 접근해서 편을 가르고 사생결단의 적대의식을 만들어 내는 것은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정의를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편향된 사고이며 세계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해석한 일부 서양철학의 잘못된 세계관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은 다른 사람을 설득 시키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집단에서의 리더는 진정한 리더라 말할 수 없다. 나와 생각이 다른 집단을 설득하고 포용할 수 있는 리더야 말로 진정한 리더이다.
다수의 힘만으로 법과 정책을 밀어 부치는 의회정치, 나와 다른 이념을 적대하는 정당정치, 불통의 물리적 권위정치는 의회정치, 정당정치, 민주정치의 이해 부족에서 나온 나쁜 정치의 산물이다. 민주주의 발전은 대화와 소통의 능력에 비례한다. 다시 말해 협력정치 만큼만 발전한다. 민주주의 정당은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균형을 잡고 비행하며 민주정부는 제도와 리더십의 양 수레바퀴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이들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이념도, 제도도 아닌 지도자의 리더십이 한 국가의 흥망을 좌우해 왔다라고 역사는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지도자의 정치 철학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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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철학자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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