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낮게 잡을수록 더 좋다(The lower, the better)’.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target blood pressure)을 더 낮출수록 건강에 더 좋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리하자는 얘기다.
고혈압 진단 기준은 수축기(최고) 혈압 140㎜Hg 이상, 이완기(최저) 혈압 90㎜Hg 이상이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기고 심혈관계 합병증까지 겹치면서 소리 없이 건강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로 부르는 이유는 그래서다. 세계보건기구(WHO) 정례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제1위가 고혈압으로 인한 질환이고, 건강 유지에 두 번째로 나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 고혈압이다.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가 950만 명(2013년)이나 되지만 환자의 40%는 자신이 환자인지도 모르고, 60%는 혈압을 관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고 혈압 130㎜Hg 이하로”
고혈압을 제대로 관리하고 치료하면 뇌졸중, 심장병, 신부전 등 치명적인 합병증도 줄일 뿐만 아니라 목숨을 잃지 않게 된다는 게 다양한 연구결과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고혈압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축기 혈압은 140㎜Hg 미만, 이완기 혈압은 90㎜Hg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이 수많은 연구결과의 결론이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SPRINT(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연구결과로 ‘목표 혈압’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큰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SPRINT 연구결과, 기존 치료목표인 140㎜Hg 미만보다 120㎜Hg 미만으로 낮췄을 때 심혈관계질환 합병증과 사망을 4분의 1 정도 줄었기 때문이다.
130~180㎜Hg인 50세 이상 고혈압 환자 9,361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SPRINT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들의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을 120㎜Hg 미만 목표로 치료한 결과, 140㎜Hg 미만 치료군과 비교했을 때 주요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34% 줄고 심혈관 질환 사망률도 33%나 감소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고혈압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HypertensionㆍISH)는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 목표치를 130㎜Hg로 낮추자고 했다. 심지어 캐나다 심장학계는 혈압교육프로그램(CHEF) 가이드라인을 통해 ‘50세 이상 연령대로 수축기 혈압 130㎜Hg 이상인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120㎜Hg 미만 목표치가 고려돼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박정배 제일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혈압을 기존보다 5㎜Hg 더 낮추면 뇌졸중 위험을 14% 줄일 수 있다”며 “국민 평균혈압을 더 낮춰 잡고 이를 실천에 옮기면 궁극적인 심혈관 질환 위험을 더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없지 않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실제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해보니 혈압을 너무 낮추면 오히려 심혈관 질환 발생과 이로 인한 사망률이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고 했다. 수축기 또는 이완기 혈압을 지나치게 낮추면 어느 시점부터 오히려 심혈관 질환과 사망률이 더 증가한다는 ‘J곡선 가설’에 근거해서다. J곡선 가설은 ONTARGET(NEJM 2008년), INVEST (JAMA 2003년) 연구의 사후 분석에서 확인된 것이다.
“소금 줄이면 고혈압ㆍ뇌졸중ㆍ심혈관질환 줄어”
소금(나트륨) 섭취는 혈압과 관련이 깊다. 소금을 많이 먹어 혈액 내 나트륨이 높아지면 물을 같이 가지고 있으려고 한다. 그 결과, 혈액 부피가 커지고 혈관은 압력을 더 크게 받는다. 보통 하루에 나트륨이 2g정도 필요하다(세계보건기구 권장량). 소금으로 치면 4g(1.5 작은술)정도다. 그러나 한국인은 필요량의 4~6배(15~25g)나 많이 섭취한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는 2025년까지 소금 섭취를 30% 줄이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소금 섭취를 줄이면 고혈압이 개선된다. 김종진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소금을 하루 3.75g 이하로 줄여도 고혈압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프란시스코 카푸치오 영국 위윅대 박사는 “수많은 임상 연구결과, 소금 섭취가 많을수록 혈압이 올라가고 섭취를 줄이면 그에 비례해 혈압뿐만 아니라 뇌졸중이나 만성 콩팥병 등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도 더 줄어든다”고 했다.
소금 섭취를 확 줄이려면 우선 국물류를 되도록 먹지 말아야 한다. 국이나 찌개에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을 넣기 때문이다. 매끼 국물 한 컵(200㎖)을 덜 마시면 하루 소금 섭취량을 절반으로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된장 고추장 쌈장 등 장류와 깻잎, 콩잎, 무 장아찌, 젓갈류, 양념류, 조미료를 피해야 한다. 김치도 대표적인 소금 공급원이다. 하지만 된장이나 김치는 건강에 이로운 면도 많아 무조건 금하는 것은 옳지 않다. 라면 즉석식품 소시지 어묵 햄버거 토마토케첩 카레소스 등 가공식품의 포장지 영양성분에서 반드시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짬뽕(4,000㎎ㆍ식약처 조사), 우동(3,396㎎), 울면(2,800㎎), 육개장(2,853㎎)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高)나트륨 음식뿐만 아니라 의외로 프랜차이즈 카페의 샌드위치(평균 1,000㎎),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 커피에도 5~300㎎의 나트륨이 들어 있어 삼가는 게 좋다.
“30~60분씩 1주일에 4~5회 유산소 운동을”
고혈압에 운동만 하면 치료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환자가 적지 않다. 박성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운동은 어디까지나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이 없고, 당뇨병이나 콩팥질환 등 동반질환이 없는 고혈압 전(前)단계나 1기 고혈압일 때 약물 대신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당뇨병이나 콩팥질환이 있다면 고혈압 전단계부터, 2기 고혈압이라면 바로 약물요법을 시작하고 주기적으로 운동 등 생활요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운동으로 혈압을 낮추려면 한 번에 30~60분 정도, 1주일에 4~5회, 3개월 이상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최의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운동 강도는 운동 중 대화가 가능하고 몸에 땀이 날 정도로 하면 된다”며 “고혈압에 좋은 운동은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이라고 했다. 그러면 개인차는 있지만 운동으로 혈압을 4~13㎜Hg까지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혈압이 160/100㎜Hg 이상이거나, 맥박이 1분당 100회 이상이라면 운동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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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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