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은 가장 안전한 수술로써 시간이 10분 내지 30분정도 걸립니다. 수술 결과 환자들의 시력이 거의 완벽하게 됩니다. 그러나 1,000명 중 한 사람은 실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수천 환자의 백내장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왔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30대 후반의 의사를 믿고 수술을 결정하면서 착잡한 심경으로 과거를 돌아보게 되었다.
1964년에 도미했을 때의 여권 사진은 안경을 쓰지 않은 나의 본 얼굴이었다. 대학원 학생으로 많은 책들을 읽어야 했기 때문인지 1년 지나서부터 근시 안경을 쓰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경 도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안경 렌즈가 점점 두꺼워짐에 따라 콧잔등에서 안경이 미끄러져 내려올 때마다 손가락으로 들어올리기가 일쑤였다.
1년에 한 번씩 존스 합킨스 대학병원의 안과 전문의를 보곤 했었는데 약 1년 전인지 백내장이 심해지니까 얼마 있으면 수술을 해야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내렸었다. 눈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증후는 여기저기서 표출됐다. 밤중 운전이 어려워지게 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길가의 도로 표지판을 아주 코 앞에 가기 전에는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한번은 대장 내시경검사 결과를 보러 어느 진료실 건물 파킹장에 주차하고 보니 오른쪽에 파킹된 차와의 거리가 너무 좁은 듯싶어 차를 빼서 좀 여유가 있는 빈 칸에 넣고 다녀오는데 어떤 사람이 고성으로 나를 꾸짖는 경험을 했다. 자기 차문에 손상을 입히고도 법대로 차 앞 유리에 내 번호를 남겨놓지 않고 자리를 뜨는 것을 목격한 증인이 이야기 해주어 나를 기다렸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차에 가보니까 고급차 렉서스 SUV 왼쪽 문에 줄이 죽 나 있었고 내 차의 오른쪽에도 자국이 남아있어 그에게 공손히 사죄하게 됐다. 검사결과를 보러 가는 길이라서 여러 생각에 골똘한 나머지 그리됐다고 설명하니까 DC 전직 경찰관이라는 그도 나와 비슷한 연배라서 그런지 금방 점잖은 어조가 되어 고맙게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나의 백내장도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일조했음 즉하다.
그런데 약 15년간 나의 눈을 돌보던 의사는 몇 달이 지나야 수술 날짜를 잡을 수 있대서 다른 의사를 대 달라고 한 결과 전술한 30대 후반의 전문의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12월 14일에는 왼쪽 눈 그리고 28일에는 오른 쪽 눈의 백내장 수술을 볼티모어 소재 존스 합킨스 병원 안과 센터에서 받았다. 새벽 7시까지 도착해서 수술 준비하는데 적어도 두시간 정도가 걸린 듯하다.
환자 등록 접수 때부터 준비실에서의 대 여섯명되는 간호사들, 그리고 마취과 의사 등 그리고 수술실로 옮겨져서는 집도하는 안과의사와 그의 조수들은 한결같이 나의 이름, 주소, 그리고 어느 눈에 하는가를 계속 확인한다. 혹시나 왼눈에 해야 할 것을 오른쪽 눈에 하는 의료상의 실수를 예방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반쯤 (술에) 취한 상태’의 마취라는 마취과 의사 말대로 집도의와 조수들의 대화를 다 들으면서 또 눈을 크게 뜨고 밑을 보라는 등의 의사의 명령에 순응하다 보니 수술이 끝났다고 한다. 눈에 항생제 안약 등을 투입하고 안대로 눈을 가린 다음 테입을 붙여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회복실로 옮겨져 25 파운드 이상을 들지 말며 머리를 숙여 얼굴이 심장 위치보다 내려가지 않도록 하라는 등 여러 주의 사항을 들은 다음 퇴원했다.
수술 바로 다음날 아침 병원 진료실에 가서 수술 결과를 확인하게 됐다. 12월 15일과 29일 먼저 조수들의 시력 검사결과 내 두 눈이 2.0-2.0이라는 호소식이었고 의사도 몹시 만족스러워 해서 동석했던 아내와 나는 크게 안도가 되었다.
의사한테 내가 운전해도 되겠느냐고 질문했더니 “운전을 잘하느냐”라는 대답으로 허락을 대신한다. 52년 만에 안경을 안 쓰고 운전하는 기분은 비슷한 경험자만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멀리 있는 도로 표지판들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온 세상이 대명천지라도 된 느낌이다. 일례로 수술 전 몇 달 동안 나는 아내에게 TV가 고장 날 것 같으니까 한참 싸진 삼성 TV를 하나 사자고 졸라 왔었는데 수술 후에는 십년도 훨씬 넘은 우리 TV의 색조가 너무나도 생생해서 TV 사자는 이야기가 쏙 들어가 버렸다. 이제 17일 의사와의 후속진단으로 확실해지겠지만 비싼 조제 안경은 전혀 필요가 없고 2, 3불짜리 돋보기만 있으면 되는 상황이라 살맛이 절로 나는 것 같다.
예전 노인들이 눈이 침침해진다고 하던 것이 바로 백내장 때문이었다. 눈 안에 있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눈의 수정체에서 백내장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되어 수정체 자체를 약 6mm 정도인 인공수정체(IOL:안내 렌즈)로 대치하는 수술이 백내장 수술이다. 보험이 없는 경우 전국 평균 3,542불이 드는 수술인바 노인들의 경우 메디케어와 보조보험으로 거의 다 충당이 된다. 그러나 수술이후 1주 동안은 하루에 한 방울씩 그 이후에는 3주간 하루에 두 차례 눈에 넣어야 하는 코티손계 안약과 항생제 안약은 내 보험의 경우에는 400불이 넘는다.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좀 더 필요하면 900불이라서 한방울도 흘리지 않기 위해 아내가 조심조심하면서 넣어준다. 내 시력이 젊은 때 같이 되었지만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주기도문에 따라 하나님의 왕국이 지상을 통치하게 될 때의 의인들이 즐기게 될 완전한 치료와 건강회복 그리고 영원한 생명을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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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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