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말연시가 왠지 서럽고 참담한 기분이다. 신문 방송마다 고국에서의 소식이 삭막하고 뒤죽박죽이니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고국의 우울한 소식들에 축제의 12월이 무색해 질 수 밖에 없다.
엊그제 한국일보에 최순실이 독일에 10조원이나 되는 거액을 도피시켰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외에도 액수가 8천억원 등등 설이 분분하지만 박근혜, 최순실이 거액의 돈을 비축해 놓을 만한 정황은 충분히 짐작된다. 지난번 총선을 전후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분주히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요소요소에 자기 측근들을 앉히고 맹종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을 내쫒고 비서진들을 대거 공천을 주어 의회 장악을 획책했다.
임기를 얼마 안남기고 왜 이렇게 개인정치 기반을 구축하려 했나. 거기엔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에도 정권을 석권하려는 야욕이 있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리고 그 영구집권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거액의 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결론이 쉽게 도출된다.
그러한 장기집권 야망을 채우기 위해 박근혜와 최순실은 자금을 비축하려 했고 그 정치파행에서 빚어진 내막들이 지금 파헤쳐져 국민들 앞에 마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날마다 눈만 뜨면 새로운 국정농단과 농락, 부정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끝 간데를 모르고 터져 나오는 이 부패의 흙탕물을 “담담히 대응하겠다”며 성명을 내 버티고 있으니 이 무슨 해괴하고 어이없고 사리분별 없는 대통령의 태도인가. 95%가 넘는 국민이 물러나라며 절규하고 있는 그 상황과 맞서겠다는 것인가. 마치 전 민족이 역사적 횡액을 만난 것 만 같다.
바로 얼마전 ‘철의 여인‘ 이라는 영국의 마가렛 대처 총리는 유럽연합 가입여부 1차 투표에서 패하고 2차 투표에서는 압도적으로 승리했는데도 깨끗이 사표를 던지고 물러났다. 박근혜가 자기의 개인적 최측근이며 연좌제까지 들먹일 정도로 가까운 최순실이 어마어마한 액수의 부정축재를 하도록 공모, 비호하거나 기업인들을 안가로 불러다 액수 다소를 불문하고 때로는 직접 협박 회유했음이 들통나고 있다. 각종 안보 외교공문서 유출 등의 심각한 오류를 반성하고 개인생활에 더 치중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유기를 가슴치며 울어야 할 그가 국민에게 맞서 대응하겠다니 비길 데 없이 뻔뻔스럽게만 보인다. 그런데도 이 모든 국가적 불명예의 구린내를 그냥 덮고 넘어가자는 무식무지한 자들의 망측한 논리는 도대체 뭔지 연말연시 축제분위기를 더 한층 잡치고 있다. 이 자들의 머리에는 아예 ‘국가정의’라는 DNA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세계 역사상 독재, 횡포, 부패정권 주변에 간신배들이나 정상배들이나 어리석고 외골통 무식한 일부가 빌붙어 기생한 적이 언제나 있어 왔다. 스탈린, 김일성 주변에도 이득을 보려는 아첨배들이 있어 수많은 정적들을 숙청했고 전쟁광 히틀러에게도 수 십 만 명의 친위대가 있었다. 심지어 고려 때 예종에게도 간신배들이 있어 무신들의 반란이 빚어졌고 이조 연산군의 폭정 때도 임사홍 같은 간신배들이 그를 옹호하려 들었다. 이승만 정권말기에도 이정재, 임화수, 유지광 같은 깡패들이 데모대들을 습격하고 독재를 옹호하는 만행을 벌인 적도 있다. 불란서 혁명을 야기 시킨 루이 16세의 왕후 마리 앙투와네트가 궁사극치의 문란한 생활로 단두대에 오르게 되자 그녀가 오스트리아 혈통이라 부당한 처형이라며 옹호하는 무리들도 있었다.
지금까지도 한국에는 총독부에 빌붙던 친일잔채들이 대를 이어 설치고 있다.
서울에서 전 국민의 오천 오백 분의 일, 즉 한 줌밖에 안되는 무리들이 박근혜 아니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애가 타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 박근혜, 최순실의 산 같은 악행을 없던 일로 하자는 황당한 주장이다. 물론 그들의 자유이기는 하지만 적나라하게 국정농단 부패 범죄사실이 폭로되고 있는 이 마당에 이 무슨 시대에 뒤떨어진 망동인가. 혹시 박근혜가 이들의 분별력 없는 행동에 살아남으려는 기대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대응하겠다”는 그 속셈이 참으로 턱도 닿지 않는 망상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연말연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는 설레임으로 희망을 품어야 할 이 계절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우울한 글을 쓰고 있다니 스스로 비감에 젖어든다. 동포 여러분의 새해 축복이 충만하기를 빌어 본다.
전화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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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자유광장 상임대표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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