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 '클래식 톡톡(Classic TalkTalk)´
언제나 연말이 다가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볼만한 공연을 찾아보고는 한다. 특히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작품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최근 몽고메리와 볼티모어시에서 활동하는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BSO)의 콘서트에 ‘호두까기 인형’ 2막이 연주되기도 했다. 2017년을 며칠 앞둔 오늘, 따뜻한 연말을 보내기 위해 감상할만한 차이코프스키의 두 작품을 소개한다.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 Op.71)
2막 3장(15곡)으로 구성된 ‘호두까기 인형’은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공주’와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곡으로 꼽힌다. ‘호두까기 인형’은 독일의 낭만파 작가 E.T.A 호프만(E.T.A. Hoffmann, 1776~1822)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이 원작으로, 마린스키극장 수석 안무가인 프티파와 이바노프의 대본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전 15곡 중 8곡이 발췌된 모음곡은 발레곡보다 먼저 초연되었고 호평을 받았다. 오늘날 세계 여러 발레단에 의해 재해석되면서 연말 공연장의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다.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코프스키가 사망하기 전 해인 1892년, 음악적으로 원숙한 시기에 완성되었다. 작품 전체적으로 밝고 부드러운 음색 및 선율이 주를 이루어 명랑한 분위기가 넘쳐흐른다. 그는 1막의 마지막 곡인 ‘눈의 왈츠’에 어린이 합창을 삽입하여 눈 내리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2막 ‘사탕요정의 춤’에 첼레스타*를 도입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환상적 분위기를 위한 하프의 사용, 효과 악기인 크레셀, 장난감 북과 나팔 등을 넣는 등 다양하고 독특한 시도를 하였다.
‘호두까기 인형’은 소녀 클라라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잠이 든 후 꿈 속에서 일어난 일을 그렸다. 생쥐 왕이 부하들을 이끌고 쳐들어오고, 이에 호두까기 인형이 병사 인형들과 맞서지만 위기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이때 클라라가 던진 구두 덕에 생쥐 왕이 쓰러지고 호두까기 인형이 승리한다. 호두까기 인형은 왕자로 변신해 클라라를 과자 나라에 초대한다. 클라라는 요정들과 함께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첼레스타: 19세기 말 프랑스인 무스텔이 발명한 악기로, 프랑스어 Celeste(하늘)에서 따온 이름이며, 피아노와 글로켄슈필을 합친듯한 건반악기로 신비하고 몽상적인 음색을 가진다.
현을 위한 세레나데(Serenade for Strings in C major, Op. 48)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보통 가벼운 세레나데와는 다르다. 1880년, 그는 서유럽을 여행하며 다양한 음악양식들을 접한다. 이 작품은 여행을 다녀온 후에 완성되었으며 차이코프스키 자신만의 감성을 이 작품에 잘 녹여냈다. 또한 그가 존경하던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시대의 양식을 의식적으로 모방하여 작곡하였다.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당시 모스크바 음악원의 감사였던 콘스탄틴 카를로비치 알브레히트에게 헌정되었으며, 1881년 초연되어 성공을 거둔다.
1악장은 장중한 주제의 현의 유니슨(Unison, 한옥타브위나 아래의 음이 동시에 울리는 음향효과)으로 시작된다. 2악장의 왈츠는 1악장과 달리 역동적인 리듬의 멜로디가 경쾌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3악장 엘레지는 다소 쓸쓸하게 느껴진다. 슬라브적 분위기가 묻어나는 토속 선율에 모차르트 시대의 화려함이 더해져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우수를 엿볼 수 있다. 4악장에서는 러시아 민요를 차용하는 등 민속풍의 밝고 경쾌한 러시아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 나온다.
차이코프스키는 당시 정신적, 경제적 후원자였던 폰 메크 부인(Nadezhda von Meck, 1831~1894)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작품을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확신이 일러주는대로 작곡했다’며 ‘나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확신과 진솔한 감성들을 모두 담았으며, 음악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라고 표현하였다. 그가 이전에 발표했던 작품들보다 더 탄탄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든 것을 자부한 만큼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아름다운 선율들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자.
문의 bhlee09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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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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