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온조절 못해 면역력 저하 호흡곤란^뇌출혈 등 합병증, 엄마가 아이 가슴에 품고 맨살이 서로 닿도록 밀착 땐 패혈증 걸릴 위험 42% 줄어
▶ 모유는 면역글로불린 공급 성장과 감염 예방에 효과적
고령 임신과 다태(多胎) 임신 등으로 이른둥이(미숙아) 출생이 늘고 있지만 신생아 집중치료 기술 발달과 치료 인력 전문화로 이른둥이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제일병원 제공>
#“임신 후 6개월 만에 태어나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첫 딸을 보았을 때 가슴이 먹먹했어요. 아이는 몸무게가 1㎏도 되지 않았고, 너무 작아 저러다 죽는 것은 아닌지 엄마로서 죄책감이 앞섰지요.” 올해 초 이른둥이(미숙아)를 출산한 주부 K(35)씨는 딸이 이제 젖병을 빠는 훈련을 할 정도로 무탈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만 딸을 보고 있으면 아직도 가슴이 저려온다고 했다
고령 임신과 다태(多胎) 임신 등으로 이른둥이와 출생체중 2.5㎏ 미만 저체중 신생아가 늘었다. 이른둥이란 정상 재태기간(임신기간) 40주를 다 채우지 못하고 37주 미만에 출생한 신생아를 가리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 43만8,420명 가운데 이른둥이는 3만453명으로 출생아의 6.9%나 된다. 조희영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만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는 고혈압ㆍ당뇨병ㆍ콩팥병 등에 취약해 각종 합병증과 임신중독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며 “그만큼 조산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기술 발달로 대다수 이른둥이가 정상아로 자라고 있다. 이연경ㆍ고선영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에 따르면 극소저체중출생아 평균 생존율이 1960년대 34%에서 2009년 85.7%로 크게 늘었다. 인공 폐표면 활성제 투여, 기계적 환기요법 등 신생아 집중치료 기술발달과 치료 인력 전문화에 따른 결과다.
“호흡기ㆍ망막질환 등 합병증 주의를”
이른둥이가 태어났을 때 자기 스스로 체온조절을 하지 못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이나 합병증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이른둥이에게 주로 나타나는 합병증으로는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 기관지폐이형성증, 저혈당증, 뇌출혈, 이른둥이 망막증, 신부전, 신생아 패혈증, 빈혈, 체온조절 미숙 등이다.
이런 합병증은 자칫 재입원이나 수술을 하게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신생아학회가 2014년 국내 이른둥이 부모 1,007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이른둥이 출생 후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 호흡기질환(56.9%), 망막질환(11.8%), 뇌실내출혈(9.6%)이었다.
이른둥이는 재태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일찍 태어나기에 폐가 성숙하지 못해 호흡기질환에 취약하다. 따라서 출생 직후부터 호흡곤란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데 치료법으로는 인공환기기치료와 인공표면활성제를 투여한다.
인공환기기치료가 장기화하거나 1개월 이상 산소치료가 필요한 경우 기관지폐이형성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럴 때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나온 뒤에도 호흡기 감염이 잦을 수 있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를 비롯, 모세기관지염, 폐렴으로 악화할 수 있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 경우 RSV 예방주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RSV 계절 시작 시점에 생후 6개월 이하인 32주 미만에 태어난 이른둥이뿐만 아니라 RSV 계절에 출생해 손위 형제자매가 있는 36주 미만에 태어난 이른둥이는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른둥이는 망막혈관이 완성되지 않은 채 태어난다. 출생 후 정상적인 안구를 감싸는 혈관이 자라는 것이 아니라 눈알 속으로 비정상 혈관이 자라는 미숙아 망막증도 주의해야 한다. 치료는 보통 레이저 치료를 많이 한다. 미숙아 망막증이 진행됐던 어린이는 치료와 관계없이 사시, 약시, 백내장 등 다른 안과 질환도 생길 수 있으므로 퇴원 후에도 성인이 될 때까지 안과에서 추적 관찰해야 한다.
뇌실내출혈도 많이 걸리는 합병증이다. 이른둥이는 뇌 속 혈관이 약해 생후 첫 주에 뇌실 내부에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뇌실내출혈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에 따른 2차적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캥거루케어ㆍ모유 수유, 성장ㆍ감염 예방에 효과적
이른둥이는 다양하고 심각한 감염과 합병증 때문에 전문가의 집중 관리가 필요하지만 부모만 해줄 수 있는 보살핌도 있다. 바로 캥거루 케어(Kangaroo care)와 모유 수유다.
캥거루 케어란 엄마가 아이를 가슴에 품고 배꼽에서 흉골까지 맨살이 서로 닿도록 밀착해 안아주는 것이다. 아이가 자궁 속에서 들었던 엄마의 심장소리와 체취ㆍ숨소리ㆍ목소리를 들려주면 아이의 심장박동과 호흡이 안정적으로 바뀐다. 캥거루 케어로 아이가 감염ㆍ패혈증에 걸릴 위험이 42%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모유 수유는 이른둥이 성장에 필요한 중요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어 성장과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다. 임신 마지막 3개월 동안 면역글로불린이라는 면역 단백질 분자가 다량 태반으로 옮겨져 태아에게 축적된다. 이른둥이는 이른 출산으로 이런 면역 보호기회를 놓쳐 모유를 통해 면역글로불린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른둥이는 만삭아보다 젖 빠는 힘이 약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므로 부모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수유하는 것이 좋다. 주로 낮 시간에 4~5회 유축기나 손을 사용해 짜고, 짜놓은 모유는 적은 양이라도 버리지 말고 담당 의료진에게 가져다 주면 좋다.
이른둥이는 생후 1년 동안 자신의 실제 나이가 아닌 교정 연령(실제 아이가 태어난 연령에서 조산한 개월 수를 뺀 나이)에 따라 성장하므로 실제 개월 수와 비교해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된다. 최명재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그러나 2~3살 때까지 미숙아가 출생 후 영양 공급이 충분해지면서 급속도로 성장해 정상아만큼 커지는 따라잡기 성장이 제대로 안됐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적절히 치료 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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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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