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가 필드 밖에서 잇달아 추문에 휘말리며 그를 아끼는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여름 팀과 함께 시카고 원정에 나선 길에 데이트앱을 통해 만난 여성을 호텔 방에서 성폭행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조사를 받은 바 있는 강정호는 이 사건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 종료 후 한국에서 면허취소 수준에 해당되는 혈중알코올농도 상태로 과속질주하다 사고를 일으킨 데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까지 받았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그가 오래전 이미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어 운전면허 취소 ‘삼진아웃’ 대상이라는 사실도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강정호의 잇단 필드 밖 일탈 행위는 지금까지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근면 성실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반듯한 청년’이라는 그의 이미지를 송두리째 뒤엎은 것이어서 팬들은 실망감을 넘어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타자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그였다. 빅리그 첫 시즌에 거의 매일 벤치만 달구던 신세를 극복하고 당당히 팀의 핵심선수로 올라서며 신인왕 후보대열까지 올랐고 시즌 막판 상대선수의 거친 슬라이딩에 다리가 부러지고 무릎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고 중도에 시즌을 마감했으나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해를 끼친 선수에게도 너그러운 자세를 보였다.
수술을 받은 뒤 귀국까지 포기하고 전력을 다해 재활에 나섰고 구단 관계자들을 경탄시킬 정도로 집념어린 재활로 올해 성공적으로 빅리그에 복귀했다. 뛰어난 친화력으로 동료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고 수많은 스타들에 둘러싸여 있는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의 아들 크리스천(12)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강정호를 꼽았을 만큼 특히 어린이 팬들도 많았다.
그런 강정호가 생각지도 못했던 추문에 휩싸였을 때 팬들은 실망감을 넘어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그가 물의를 빚은 사건들의 죄질이 ‘한 번의 실수’라고 보기 힘든 심각한 것이어서 더 큰 우려를 자아냈다. 피해자의 수사 협조거부로 답보상태로 남아있지만 강간 혐의는 두말할 필요 없는 위중한 범죄이고 음주운전, 특히 상습적으로 음주상태로 운전대를 잡는 것은 불특정 다수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테러리스트나 마찬가지다. 자칫 강정호에게 우리가 몰랐던 어두운 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야구선수도 야구장 밖에서는 그냥 일반인이다. 사람인 이상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기 마련이다. 유명한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최고의 인성까지 갖출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프로선수라면 사회적으로 책임감이 막중한 공인의 위치에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있고 그들의 활약을 통해 대리만족의 기쁨과 성취감을 느낀다. 프로선수들은 그런 팬들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메이저리그 스타는 무엇보다도 크리스천과 같은 자라나는 어린이 팬들의 우상이다. 자기가 가장 믿고 따랐던 스타가 범죄행위를 했을 때 어린이들이 받을 상처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팬들에게 최소한의 바른 생활 자세와 태도를 보여주어야 할 사회적 의무와 책임이 있다. 성인군자가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소위 ‘기부천사’가 돼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말도 아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스럽고 사회적으로도 사랑과 존경을 받겠지만 그런 것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강정호처럼 충격적인 일탈행위의 연속으로 팬들에게 배신감과 당혹감은 안겨주는 일만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선수라면 프로무대에 남을 자격이 없다.
한인 팬들이 강정호에게 느끼는 실망감이 더 큰 것은 그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컸기 때문이다. 그가 지금까지 이룬 업적도 대단하지만 앞으로 그가 이룰 수 있는 것들은 그동안 이뤄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자제력과 올바른 가치관의 결핍으로 인해 엄청난 기회와 재능을 모두 날려버릴 처지에 놓인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강정호는 이제 야구선수에 앞서 한 인간으로, 또 프로선수로서 팬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이것은 심각한 다리부상에서 돌아오는 것보다 몇 배, 몇 십 배 더 뼈를 깎는 ‘재활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팬들 앞에서 진실한 사죄가 있어야 하고 자신의 문제를 치료하려는 적극적이고 뚜렷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가 “그냥 야구만 잘하면 팬들이 다시 날 응원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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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부국장·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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