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의 대부분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면성이 있다. 유익된 점과 부정적인 면, 또한 한편에게는 이익이 되나, 상대에게는 불이익이 공존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기의 이상이나 목표의 추구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사람의 가족은 상대적으로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 일제시대의 독립투사들이 좋은 예이다.
어떤 일이나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도 이 양면성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익숙함은 일의 능률이나 효과면에서 플러스지만, 한편 건전한 재평가나 새로운 방법의 모색이 소흘해 질수도 있겠다.
최근 “원숭이와 바나나 이야기”라는 흥미있는 보고를 읽었다. 런던의 개리 해멀 교수와 미시간의 CK. 프라할라드 교수가 합작한 저서 “미래를 위한 경쟁”에 나오는 이야기다. 과학자들이 다섯 마리의 원숭이를 우리 안에 넣고 그 가운데에 바나나를 꼭대기에 얹은 사다리를 놓았다. 그 중 한 마리가 바나나를 먹으려고 사다리를 오르면 그때마다 나머지 원숭이들은 차가운 물 벼락을 맞았다. 그러자 물 벼락을 맞지 않아도 물 벼락을 맞을 때처럼 한 마리가 사다리에 오르면 즉시 그를 공격하여 내려오게 했고, 그 후에는 한 마리도 사다리에 오르려 하지 않았다. 다음에 우리 안의 한 마리를 물벼락 경험이 없는 새 원숭이로 바꾸어 넣으니, 이 새 원숭이는 즉시 사다리에 올랐고 여지없이 공격을 받았다.
따라서 왜 공격 당하는지 이유도 모르지만 역시 새 원숭이도 결코 사다리에 오르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한 마리씩 교체할 때 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었고, 결국은 물벼락 경험이 없는 새로운 원숭이로 모두 교체되었는데도, 그중 하나가 사다리를 오르면 공격은 계속되었다. 저자들의 결론은 만일 원숭이들에게 사다리에 오르는 동료를 왜 공격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도 몰라. 그것은 여기에서 원래 하던 식이야”라고 대답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는 어떤가? 혹시 나 자신도, 속해 있는 단체나 사회도 진정한 의미와 목적을 모르는채, 단지 그렇게 해 왔다는 익숙함 때문에 같은 일을 답습하는 경우는 없는지?
나는 약 4년간 영적으로 아주 건강한 미국 교회를 출석하면서 이곳 한인교회들을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얻었다. 본인의 삶도, 업무 수행도, 또는 속해 있는 단체도 때로는 객관적으로 냉철히 바라보는 과정이 없다면 개선이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본인이 출석하던 한인교회에서 안수를 받을 때 안수받는 집사들이 돈을 갹출해서 교회에 선물을 해야 된다고 했다. 직분을 받는 것은 오직 한가지 이유, 즉 더 헌신적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는 서약인데 왜 그런 일이 필요하냐고 반문하니, 그것이 관례라며 다른 교회에서도 다 그렇게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이 관례이고, 다른 교회에서 그렇게 해도 틀린 것은 답습하면 안된다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좀 건방지고 주제넘은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요사이 교회가 너무 세속화되어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닮아가는 경우가 많아 갈등과 고민이 많다. 위의 사례 말고도 개교회 안수예배를 많은 돈을 들여 신문에 광고하고, 절기때는 모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고 전문 성악가들을(그중에는 불신자도 있을지 모른다) 초청하는 등 많은 돈을 들여 음악회를 하고 신문에 대문짝같이 크게 광고를 한다. 과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인지, 복음 전도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개교회의 선전인지 혼란스럽다.
극단적인 예로, 아주 오래전 본 교회에 음악목사가 새로 부임 후 교회 창립을 위한 연주회를 거창하게 했다. 큰돈을 들여 학교의 대강당을 빌리고 많은 사례를 하며 전문 성악가를 초청하여 비싼 연주회를 했는데, 그것이 참 무슨 짓인지 가슴이 터질것 같던 기억이 새롭다. 소위 하나님의 일을 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는 성도나 개교회에서는 성도들의 헌금을 우선적으로 어느 일에 써야되는지 늘 두려움으로 스스로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방금 다녀 온 단기선교지에서 그곳의 극히 가난한 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을 접한 후 이러한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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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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