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부교육감을 포함해 8명이 방문했다.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예술교육의 수업 현장 참관과 교육청 예술교육 담당자와의 만남이 방문의 주된 이유였다.

이렇게 한국 교육자들과 교류할 때 이 곳 교육청 직급에 대한 번역에 어려움을 느낀다. 양국 제도의 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어팩스의 경우 교육감 바로 밑에 부교육감(Deputy Superintendent)이 있다. 이 부분은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페어팩스에서는 부교육감과 직제상 같은 급이면서도 약간 아래인 것처럼 보여지는 자리가 또 셋이나 있다. Chief Academic Officer, Chief Operating Officer과 Chief of Staff인데, 그 자리들의 번역이 마땅치 않다.

또한 카운티 교육청 직제에 Chief 아래로 Assistant Superintendent 자리들이 여럿 있다. 굳이 한국 직제에 맞추자면 교육청의 국장급에 해당되는 자리이지만 그 직급명에 교육감을 뜻하는 Superintendent가 들어 있어 그것 또한 적절한 감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교육자들과 교류 시, 이런 자리들을 모두 종종 부교육감이라고 불러서 혼동이 생긴다.

이러한 혼동은 교육청 직제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기업에서 Vice President라는 직급을 많이 보는데 한국말로 할 때 보통 부사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막상 그 역할과 권한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심지어 한국 기업의 과장 정도의 자리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그리고 한국 기업체의 “이사” 자리를 번역할 때 그냥 Director라고 하면 혼동이 온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이사가 임원급 직원 정도의 개념이지만 단순히 Director라고 번역하면 미국에서는 회사 경영진을 바꿀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이사회의 멤버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급의 번역과 비교의 어려움은 공무원 직제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장관 밑에 차관, 그리고 그 밑에 차관보가 있다. 그런데 미국의 연방정부 직제를 보면 장관 아래에 차관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Deputy Secretary가 있는가 하면 Under Secretary도 있다. 그리고 차관보라고 하면 좋을 Assistant Secretary가 있다. 그런데 Under Secretary에 대한 적절한 번역이 없다. 한인사회 언론 보도를 보면 그 자리도 종종 차관이라고 번역하지만 한국 직제를 생각할 때 정확한 번역은 아니다. 그리고 부처에 따라 Assistant Secretary가 Deputy Secretary나 Under Secretary에 보고하고 지시 받는 곳도 있지만,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 받는 체제를 갖춘 부처도 있다.

이런 복잡한 공무원 직제가 직급의 상하 판단에 혼동을 초래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연방 행정부의 고위직이다. 그 중 백악관의 비서관들처럼 의회 상원의 인준이 필요 없는 자리도 있지만, 각 행정부처의 고위직은 대부분 상원의 인준이 필요하다. 그러한 정무직이 약 1,200개 정도 된다고 하는데 연방법에 의해 5개 급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높은 1급은 장관급 자리이고, Deputy Secretary들이 2급, Under Secretary들이 3급이며 대부분의 Assistant Secretary들이 4급이다. Assistant Secretary들 중 5급에 속한 자리도 있다. 그 외의 고위직들도 있으나 상원 인준이 필요치 않는 자리는 인준이 필요한 자리보다 높은 자리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Deputy Under Secretary는 Under Secretary를 보좌하지만 상원 인준이 필요 없고 Assistant Secretary보다 아래이다. 장관 비서실장이 차관보다 높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미국 직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조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적절한 번역과 직급 사이의 비교도 그래야 가능하다. 이는 정확한 보도가 생명인 언론 기관도 챙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