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버지니아 교육위원회연합회 연례 컨벤션에 참석했다. 항상 윌리암스버그에서 열리는데, 버지니아 주의 135개 지역 교육위원회 소속 교육위원, 교육감 등이 참석한다.
그런데 이번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첫 날 오후에나 개막식이 열림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도착하고 싶었다. 11시 반에 웨스트 스프링필드 고등학교의 집시 재즈밴드 연주가 있을 것이라고 해서였다. 교육위원으로서 우리 학군 출신 학생들을 격려해 주고 싶었다. 컨벤션 호텔에 도착해 등록하고 공연시간을 확인하니 11시 반이라고 했다. 그 날 연주하는 몇 개의 학생 그룹 중 첫 그룹이란다.
연주가 있을 방을 찾아가 좀 기다리니 연주할 학생들이 들어왔다. 6명이었는데 모두 현악기를 들었다. 그런데 4명이 아시안계였다. 역시 아시안계 학생들이 현악을 많이 하는 것이 보여졌다. 연주가 시작됐다. 그런데 재즈 음악 같지는 않았다. 30분 연주이니 나중에 재즈 음악이 나오거나 내가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가운데 4명 중 누가 한인일까라는 물음이 찾아 들었다. 한, 두 명은 한인처럼 보였고, 한 명은 중국계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지도 교사에게 이름들을 물었더니 서슴치 않고 적어 주었는데 모두 한인 이름들을 갖고 있었다. 적잖이 놀랐다. 6명 중 4명이나 한인 학생들이라니. 연주가 끝나고 지도 교사의 허락을 받아 학생들과 사진도 같이 찍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그들을 위해 일하는 교육위원이라고 인사했다. 그런데 나를 알아보는 학생이 없었다. 고등학생들 중 나를 알아보는 학생들이 가끔 한 명씩은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동료 교육위원인 라이언 맥엘빈 교육위원을 알지 않느냐고 물었다. 맥엘빈 교육위원은 페어팩스 카운티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인기 최고이다. 왜냐하면 날씨가 안 좋아 휴교나 등교시간을 늦출 경우 그러한 결정이 나자마자 제일 먼저 그 내용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포스팅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맥엘빈 교육위원도 모르는 듯 했다.
내친 김에 너스레를 떤다고 나는 맥엘빈 위원보다 약간 나이 더 먹고 머리카락도 조금 더 많지만 행동거지는 비슷하다고 했다. (사실 맥엘빈 위원은 이제 겨우 30살, 그리고 머리카락은 전혀 없다.) 그래도 무반응이었다. 정말 맥엘빈 위원도 모르는구나. 휴교 같은 것에는 신경도 안 쓰는 모범(?) 학생들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멀리까지 와서 좋은 연주를 해주어 감사하다, 음악의 중요성은 따로 얘기할 필요 없을 줄 안다, 앞으로도 계속 잘 해주기 바란다 등의 인사를 마쳤다.
학생들이 악기를 챙겨 바로 학교로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다 지도 교사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은게 생각났다. 그래서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그 교사가 나에게 혹시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이상하다. 그걸 왜 묻지? 당연하다고 하자, 자신들은 샬로츠빌에서 왔단다. 맙소사. 이럴 수가. 이게 어떻게 된거지? 아, 그래서 학생들이 나는 물론 맥엘빈 위원도 몰랐구나. 그런데 왜 그렇게 한인 학생들이 많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자신의 오케스트라 단원 중 1/3이 한인 학생들이라고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학생들 구성을 보아서 난 분명히 페어팩스 카운티 학생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자, 샬로츠빌의 버지니아 주립대학에 근무하는 한인 교직원 자녀들이 그렇게 많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한인 학생들에게 한국말로 한국말 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어 한국말 하시네” 한다. 웃음이 나왔다. 내가 확실히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았나 보다. 큰 착오였지만 유쾌했던 에피소드였다. 웨스트 스프링필드 고등학교 그룹은 오후 1시에 연주했다. 아침에 등록 테이블에서 내게 잘못된 정보를 주었던 것이다. 그 그룹은 역시 재즈를 연주했다. 나는 그 연주 자리도 내내 지켰다. 5명의 연주자 중 한인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페어팩스 카운티에 돌아와 샬로츠빌 학생들과 교사에게 편지를 썼다. 우연이지만 만나서 반가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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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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