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세계에서는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모든 일이 가능하다. 이와 반대로 현실의 세계에서는 모든 일이 일어날 수도 없고 모든 일이 가능하지도 않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동화의 세계에서나 일어날 법한 모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고 황당한 사건들의 연속이 전개되고 알쏭달쏭한 사과와 거짓말이 현실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앨리스의 세계는 꿈의 세계이다. 앨리스는 심심해서 꿈을 꾸었고 꿈속에서 아까부터 계속 눈에 밟히던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다. 도착해 보니 그곳에 살아가는 인물 양상들이 대단히 혼란스럽다. 애벌레는 처음 본 앨리스에게 대뜸 “누구냐 너는?”이라고 말한다. 이런 표현은 물론 대화를 시작하기에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다. 이후에도 계속 명령조로 무례하게 쏘아보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장미 정원사는 빨강 장미 대신 흰 장미를 잘못 심어 흰 장미에 붉은 페인트칠을 마구 해대며 “시키는 대로 했다”고 고백한다. 흰토끼는 ‘늘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돈을 뿌리고도 겨자를 발라가며 울고 있다. 가짜 거북은 자기의 잘못을 시도 때도 없이 부인하며 보란 듯이 곰탕과 간식을 즐긴다.
고양이는 시종일관 뱉는 대사들이 하나같이 정신 줄을 놓은 듯 알아들을 수 없는 우주의 소리를 전한다. 쐐기벌레 버섯은 고양이 위에 앉아 수연통을 빨고 있는 골초로 3인치의 ‘친박 키’를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근데 키에 대해서 말하면 매우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좀 대하기 껄끄러운 벌레로 “아까 전에 날 보고 3인치라고 했었지? 난 그 말이 좋아. 사실이니까. 하지만 나를 3인치라고 놀리는 건 참을 수 없다!” 조용히 잘 대화 해준다 싶으면 무례하고 불친절하게 굴거나 덜컥 화를 낸다.
모자 장수는 팔라는 모자는 안 팔고 허구한 날 종편 테이블에서 차나 퍼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다. 말을 그냥 나오는 대로 툭툭 내뱉는 경향이 있으며 “갈까마귀는 왜 책상하고 닮았지? 독수리의 부리는 왜 노랄까?” 라는 자신도 정답을 모르는 수수께끼를 내기도 하면서 때로는 자기 정체를 쉽게 부정하곤 한다. 국민의 파이를 훔친 자들을 여론에 밀려 기소시킨 왕은 소환을 시작하자마자 증인들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눈가리고 아웅하는 척하며 은근슬쩍 무죄를 선고하려 한다. 앨리스가 그럴 수 없다고 반박하자 ‘입 조심하라’고 협박한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세계는 말도 안되는 일들 투성이다. 안되는 일들의 끝판은 무엇일까? 라는 황당함과 아득함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 앨리스는 “정말 이상한 꿈이었어” 라며 쏜살같이 방을 나선다. 하지만 지금 이곳의 앨리스 앞에 펼쳐진 대한민국 현실은 꿈이 아니다. 앨리스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동물이 인간에게 명령을 내리는 뒤집혀진 계층 체계이다.
주권자와 대리인의 위상이 뒤바뀐 전도된 사회, 권력의 사유화에 따른 배신감과 상실감, 언어와 논리가 제 멋대로 난무하는 이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은 현실의 규칙, 논리, 질서를 부정하면서 자신만의 탐욕스런 이해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반면 시민들은 이 혼란스럽고 이상한 세계를 이성과 질서 그리고 정의와 진실을 통해 바로 잡으려 거리로 나와 저항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소수 있는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정부는 다수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경찰국가로 갈 수 밖에 없다. 잘못된 정치는 선거혁명을 넘어 반드시 시민혁명을 수반한다.
국가 권력의 횡포를 막기 위한 방안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다. 무력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국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부를 탈취하는 사람이 반란자들 이라면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임명자라 할지라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헌법을 유린하는 자들 역시 반란자와 다름없다.
“인간은 폭정으로 부터 벗어날 권리뿐만 아니라 그것을 예방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영국의 경험주의 정치 사상가 존 로크는 말하고 있다. 저항은 통치자의 반란에 대한 최선의 방비책이며 반란을 가장 확실하게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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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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