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도 뭇 여행자들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꿈의 여행지가 있다.
남미 대륙에서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해 ‘세상 끝’이라는 수사가 가장 잘 어울리는 파타고니아(Patagonia)가 그러하다.
광활한 들판과 순백의 빙하,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치솟은 봉우리를 품은 파타고니아는 셰익스피어가 <템페스트>의 영감을 얻은 땅, 조나단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의 모델을 제공한 땅, 찰스 다윈의 마음을 사로잡은 땅,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의 무대가 된 땅,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의 소재가 된 땅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는 한반도 5배 크기의 광활한 대지다. 파타고니아라는 명칭은 ‘거인들의 땅’이란 뜻으로 당시 원주민이었던 테우엘체족에서 유래했다. 1520년 이곳에 도착한 마젤란과그의 원정대는 평균 키가 180cm에 달하는 테우엘체족을 보고 ‘커다란발’이란 뜻의 파타곤(Patagon)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파타고니아의 여행 적기는 11~2월.
남반구의 여름인 이때에는 야생화가 지천인데가 날씨도 비교적 온화한 편이다. 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파타고니아로의 여행은 아르헨티나의 휴양도시 바릴로체(Bariloche)에서 시작된다.
이제 막 남미에 당도한 여행가들은 스위스를 연상시키는 바릴로체 특유의 분위기에 고개가 갸웃해질 터다. 실제로 스위스 이민자들이 개발한 이 도시는 여러모로 스위스를 연상시킨다. 호반의 도시이고, 스위스양식의 목조건물인 샬레가 즐비한데다, 수제 초콜릿이 유명하는 점 등이스위스와 꼭 닮아있다. 그래서 도시전체가 달콤한 초콜릿 향기를 풍긴다는 것까지도…!이같은 이유로 ‘남미의 스위스’로 불리는 바릴로체는 아르헨티나인들이 이구아수 폭포만큼이나 사랑하는 아르헨티나 1호 국립공원인 나우엘우아피(Nahuel Huapi) 국립공원, 스위스 레만 호수에 비견되는 나우엘 우아피 호수, 해발고도 1050m의 캄파나리오(Campanariao) 산, 남미 최대의카테드랄 스키장(Cerro Catedral) 등을 품고 있다.
캄파나리오 산 전망대에 올라본다.
2~3천m 높이의 설산들과 에메랄드빛 호수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광에 젖어든다. 구름을 벗 삼고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아주 오래도록 만끽하고 싶은, 바라보기만 해도 속까지 시원해지는 청정한 풍경이다.
▦살아숨쉬는 얼음숲을 걷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영토가 넓다. 그 중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 최남단으로 칠레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남미 대륙을 큰 역삼각형으로 본다면 맨 아래 뾰족한 꼭지점 부근인 셈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을 지닌 파타고니아에서도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toMoreno Glacier)다.
모레노 빙하. 한번쯤은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봤을 것이다. 끝없이 늘어선 빙하가 일제히 무너져내리는 장관을 연출하는 곳, 그곳이 바로 모레노 빙하다.
빙하가 위치한 곳은 198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로스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국립공원.
하얗고도 푸른빛이 감도는 거대한 빙하가 아주 천천히 밀려와 굉음을 내며 눈앞에서 부서져내린다. 태어나 처음 보는 장엄한 모습에 필자를 비롯한 여행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빙하의 장엄함은 상상 그 이상이다. 자연의 경이와 위대함에 한없이 겸손해지는 순간이다.
모레노 빙하는 빙하가 다 그러하듯 푸른 빛을 띈다. 파타고니아의 산들은 흰색과 푸른색의 눈들과 얼음들이 섞여 있다. 그 중 흰색은 내린지 얼마되지 않아 부드러우며, 푸른색은 우리가 만년설 혹은 만년빙이라고 부르는 딱딱한 빙하다.
미니 트레킹은 만년빙인 빙하 위를 걷는 것이다. 수 천년동안 눈이 내리고 쌓이기를 반복해서 얻어진 빙하를 아이젠을 칭칭 감고 오른다. 제법 무거운 아이젠은 미끄러짐을 방지하면서 이 얼음산을 걷게 한다. 줄을 서서 가이드 뒤를 따르는 여행자들의 모습은 마치 남극의 펭귄 떼들을 연상시킨다. 얼음산을 걸어 보니 펭귄들이 왜 그리 뒤뚱거리며 걷게 되었는지 알 법도 하다.
두 시간여에 이르는 빙하 트레킹의 피날레는 위스키 온 더 락(WhiskyOn the Rocks) 한 잔이 장식한다. 가이드는 현장에서 바로 깬 빙하 얼음을 동동 띄운 위스키를 따라준다. 술을 좋아하든 아니든 빙하에 위스키를 넣어 마시는 경험은 흔치 않기에 한번쯤 시도해볼만하다. 지구의 비밀을 간직한 냉동캡슐 빙하가 몸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 맛은 찌릿찌릿! 절로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게 될 만큼 기가 막히다.
▦토레스 델 파이네, 숨막히게 아름다워라!
파타고니아 남쪽에 자리한 토레스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은 로스 글레시아레스 국립공원과 함께 파타고니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로 손꼽힌다.
1978년 유네스코 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첩첩산중 산골에 자리한 만큼 더욱 순수하고 청정한 자연을 자랑한다. 우뚝 솟은 검은암봉 그리고 빙하가 녹아내린 청정한 호수가 어우러진 풍광이 시선을 압도한다. 또 캥거루, 사슴, 여우, 퓨마, 구아나코(남미 낙타의 일종), 흰머리 독수리, 홍학 등 수많은 야생동물이 아름다운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있다.
대부분 걷기 편한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남미를 대표하는 트레킹 코스인 ‘W-Trek’이다(약80km). 지도상으로 알파벳 W 모양을하고 있는 이곳은 토레스 델 파이네국립공원 내에서도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 전망대와 프란시스 계곡을 지나는 구간은 이곳을 찾는 여행가들에게 단연 인기코스로 꼽힌다.
▦땅끝마을에서 띄우는 엽서
여행의 마지막은 세상의 땅끝마을로 불리는 우수아이아(Ushuaia)에서맞이한다.
우수아이아는 인류가 만든 항구중 지구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남극을 오가는 배들이 정박하는 항구의 큰 간판엔 이렇게 적혀있다.‘ 핀델 문도(Fin del Mundo·TheEnd of the World)’ ! 엄밀히 말해 땅끝은 아니겠지만, 남극을 제외하고는사람들이 살아가는 남위 55도, 최남단의 땅이다.
우수아이아는 지구촌 땅끝마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찾아갈 가치가 충분하다. 최남단 등대 투어나 비글해협의 바다사자, 펭귄 투어도 유명하지만 사람들은 이곳에서 ‘끝’을 음미하고자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눈 덮인 산과 폭포가 많은 강, 침엽수 등 인상적인 풍경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북으로는 만년설이 덮인 산으로 둘러 쌓여있고,남쪽으로는 바다를 안고 있는 소도시의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우수아이아는 또한 1832년 찰스 로버트 다윈이 비글호로 통과한데서 이름 붙은 비글 해협(BeagleChannel)과도 닿아 있다. 이곳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투어 역시이 비글 해협 투어다. 펭귄을 보호하기 위해 펭귄섬에 내리는 인원은 최대 15명, 머무는 시간도 한 시간 정도로 제한한다. 15명의 인원이 내리는 관계로 섬에서는 오히려 사람이 펭귄의 구경거리다. 펭귄들은 수시로 가까이 다가와 다리를 건드리기도 하고 빤히 쳐다보기도 한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투게더’에서 장국영이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세상 끝 등대도 이곳 우수아이아에 있다. 또한 남극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을 맞으며 땅끝 우체국에서 의미있는 기념촬영도 남길 수 있다.
여행자들은 마음속 환상을 쫓아 파타고니아를 찾는다. 비슷한 이유로수많은 이민자들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피난처이자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주는 이곳, 파타고니아.
우리가 파타고니아를 떠나려 할 때 파타고니아는 다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뚝 솟은 봉우리와 초록숲, 아직살아있는 거대한 빙하와 그 빙하가녹으며 형성된 호수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이루는 파타고니아는 또다른 인생의 여정을 시작하는 우리를 가슴으로 따스하게 품어준다.
<여행팁>
아주투어는 꿈의 여행지인 ‘파타고니아’를 13일동안 여행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출발일은 2017년 1월 5일.
이와 함께 파타고니아와 우유니 사막을 동시에 여행하는 코스도 갖추고 있다. 더 자세한 내용 및 예약문의는 전화로 하면 된다.
(213)388-4000
tourmentor@usaju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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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식, 아주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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