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성 지방이 남성호르몬 촉진 두피 피지 활발하게 해 탈모 악화 가을 탈모는 계절적 영향이지만 하루 100개 이상 빠지면 위험 신호
▶ 머리 감기는 아침보다 저녁에 샴푸 잘 헹구고 음주·흡연 삼가야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다. 가을은 탈모의 계절이라 불릴 만큼 사계절 중 탈모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시기다.
실제 머리카락의 성장주기 상으로도 머리카락 성장이 활발한 봄·여름과 달리, 가을에는 휴지기로 접어 들어 탈모가 심해질 수 있다. 실제 가을ㆍ겨울에는 탈모로 인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2015년 남성형 탈모증으로 인해 병원을 방문한 환자를 월 단위로 살펴보면 9, 10월 가을철에 남성형 탈모증을 호소하는 환자 수가 3, 4월 봄철보다 8.3% 많았다.
가을철 탈모가 늘어나는 까닭은?
탈모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머리카락에 이상이 생겨 하루에 정상적으로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많아지는 현상이다. 머리카락은 사람의 생애주기처럼 자라고 빠지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생장기, 퇴행기를 거친 모발은 휴지기가 되면 빠지는 과정을 거친다.
정상인의 경우 하루 50~60개 내외의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다. 하루 100개 이상 빠지는 증상이 지속되면 탈모증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가을이 일시적으로 빠지는 머리카락의 양이 늘어난다고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현상이 계절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동물처럼 확연히 털갈이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절 영향으로 봄에는 상대적으로 생장기 머리카락이 늘어나고, 가을철에는 퇴행기 머리카락 비율이 늘어난다.
영국피부과학회가 영국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에서도 봄에는 전체 머리카락의 90%가 생장기에 있고, 가을까지 점차 생장기 머리카락 비율이 줄어들었다.
모발이 가늘어지면 의학적 치료 고려해야
계절변화로 발생하는 탈모는 대부분 시기가 지나면 자연히 회복된다. 하지만 계속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가늘어지면 원인과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탈모 유형 중 가장 흔히 발생하는 남성형 탈모는 DHT가 두피 모낭을 공격해 발생한다. 이마선이 점점 M자 형태로 후퇴하거나 정수리 부위의 머리카락이 힘없이 가늘어진다면 남성형 탈모를 의심해볼 수 있다. 남성형 탈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초기에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에는 먹고 바르는 약물 치료와 머리카락을 옮겨 심는 수술이 있다. 대표적인 경구용 남성형 탈모 치료제 피나스테리드는 DHT의 생성을 억제해 더 이상의 탈모를 막고, 새로운 머리카락이 자라게 한다. 바르는 미녹시딜의 경우 두피 혈류를 개선해 머리카락 수가 늘어나는데 도움을 준다. 탈모가 심하게 진행돼 약만으로 이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면 뒷머리 머리카락을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모발이식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영 충남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을철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탈모는 계절이 지나면 다시 회복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남성형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면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평소 본인의 머리카락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등 두피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고, 탈모가 의심되면 빨리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바람 불어도 괜찮아요! 가을철 탈모예방 수칙
①머리 감기는 아침보다 저녁, 미지근한 바람으로 끝까지 건조하자.
환절기 건조한 날씨에는 두피에 각질과 노폐물이 쌓이기 쉬워 두피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동안 두피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기 위해 아침보다 외출 후 저녁에 머리를 감고, 미지근한 바람으로 완전히 말린 후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②샴푸, 린스, 헤어 스프레이 등 두피에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씻어 내자.
샴푸나 린스, 트리트먼트 등을 사용한 후에는 두피에 잔여물이 남는 것을 막기 위해 미온수로 여러 번 헹궈준다. 린스나 트리트먼트는 두피에 직접적으로 묻지 않도록 모발 끝에만 사용하고, 헤어 스프레이나 왁스를 사용했다면 두피와 모낭에 먼지 등이 엉겨 붙지 않도록 충분히 씻어내는 것이 좋다.
③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삼가라.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모근의 피지분비를 늘리고, 두피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탈모를 촉진할 수 있다. 국내 한 연구에서도 음주와 흡연을 하는 남성형 탈모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탈모가 더 심했다.
④고지방 다이어트, 탈모 환자라면 피하도록 하자.
비만의 주 원인으로 여겨지던 지방이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는데 기름진 음식에 함유된 동물성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늘려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두피 피지를 활발하게 해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어 탈모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 탈모와 유전에 대한 오해와 진실
탈모진단, 유전자 검사로 OK?
●유전자 검사만으로는 탈모 진단할 수 없어요.
탈모는 다양한 원인과 유형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개인에 따라 발현 시기와 진행 정도가 모두 다르다. 유전에 의한 탈모라도 단일 유전자가 아닌 다인자에 의한 유전성을 띤다. 환경 요인도 함께 작용해 탈모가 발생하므로 탈모 유전자 검사만으로는 탈모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
탈모는 무조건 아버지 탓?
●어머니의 영향일 수도 있어요.
탈모의 가족력은 아버지로 이어지는 부계와 어머니로 이어지는 모계를 모두 따져봐야 한다. 탈모는 아버지에게서만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쪽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통해서도 유전될 수 있다.
유전이 없다면 탈모 안심?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요.
탈모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탈모는 사회, 환경 요인에 의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출산이나 다이어트로 인한 휴지기 탈모증이나 자가면역 질환 이상으로 발생하는 원형 탈모증, 심리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발모벽,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습관으로 발생하는 견인성 탈모증 등이 있다.
여자니까 괜찮아?
●여성에게도 남성형 탈모가 생길 수 있어요.
여성에게서 유전적 배경과 함께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탈모를 여성형 탈모라 한다. 여성형 탈모 역시 남성형 탈모와 마찬가지로 두피 앞부분과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점차 힘이 없어지면서 가늘어진다. 그러나 여성형 탈모는 남성형 탈모와 달리 완전히 반짝이는 대머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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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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